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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상호 군축의 적정선은 얼마인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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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32 조회12,2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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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군축의 적정선은 얼마인가(15)

  
                       제3장  군축 없는 평화는 허구다.


                         상호 군축의 적정선은 얼마인가


군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과의 평화 공존 차원에서 이뤄지는 ‘상호 군축’이고 다른 하나는 이것이 실패할 경우 남한 단독으로 취하는 ‘일방 군축’이다. ‘상호 군축’은 남북한이 각기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을 만큼의 군사력인 10~15만명 수준으로 군을 줄이는 것이며, ‘일방 군축’은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30~40만명 정도의 ‘소수 정예 과학군’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치이다.

먼저 북한과의 평화 공존을 위한 상호 군춘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지금 북한의 군사력은 110만, 남한의 구사력은 70만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남북한이 상호 군축을 희망한다면 각각 어느 정도의 군사력을 축소해야 하는가. 많은 이들은 남북한이 각각 50만의 병력은 가져야 통일 후에 100만 대군을 가지고 주변국들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통일 이전’의 군사력과 ‘통일 이후’의 군사력이 일치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는 틀린 생각이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과 ‘통일 이후’의 군사력은 달라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상대방을 안심시켜 줄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하고, 통일 이후의 군사력은 주변 국가에 어울릴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을 나는 ‘신뢰의 군사력’이라고 정의 하고자 한다. 상대방을 안심시켜 줄 수 있는 군사력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군사력이 상대방을 안심시켜 줄 수 있을까. 30만은 어떤가. 30만이면 무장시키고 훈련시키기에 따라 일거에 기습 공격할 수 있다. 20만이면 어떨까. 20만은 반신 반의의 군사력이다. 이는 상대방을 안심시키기에는 약간 큰 규모의 군사력이다. 그러면 10만은 어떨까. 10만을 가지고는 절대로 상대방을 공격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 이전의 남북한 군사력은 각각 10만을 넘어도 조금만 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즉각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20~30만은 통일 군사력으로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이 역시 틀린 생각이다.

첫째, 군사력은 줄이기는 어려워도 키우기는 식은 죽 먹기다. 통일 군사력이 30만보다 커야 한다면 그 때 가서 키워도 문제없는 것이다.

둘째, 통일 이전의 군사력 문제는 1킬로미터 앞의 토끼다. 통일 이후의 군사력 문제는 10킬로미터 앞의 토끼다. 우리는 먼저 1킬로미터 앞의 토끼부터 잡아야 한다. 남북한이 각각 50만을 가지고 있는 한, 남북한 간에는 영원히 신뢰가 형성될 수 없다. 권총을 찬 채로 악수를 하자고 제의하면 누가 이에 응할 것인가.

셋째, 남북한 군사력을 합친 군사력이 30만이면 이는 통일 군사력으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 이상이면 장비와 인력상의 영세성을 면치못할 것이다. 미 육군이 50만이다. 일본이 24만, 이스라엘이 17만이다. 소총 시대에서는 대군이 곧 강군이었지만 지금은 소군이라야만 강군이 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주변국들의 군사력 증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통일 이전의 군축을 저해하는 시각을 낳고 있다. 우리는 주변국의 군사력 정책을 보는 데 있어 시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세계에서 주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주적이 없으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군사력을 키우는가.

나는 여기에 ‘위상의 상징’, 영어로는 Prestige Symbol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자 한다. 각국은 그 나라의 위상에 어울리는 군사력을 가꾸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만일 일본이나 이스라엘이 인민군과 유사한 100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다면 이것이 과학의 나라 일본이나 이스라엘에 어울릴 것인가.

미국이 늘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역시 중국에 어울리는 군사력일 뿐이다. 중국의 국방비는 한국 국방비의 절반에 불과한 70억 달러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중국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국제 정치 무대에서 제2인자의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은 이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다.

중국은 정치적 위상에 걸맞는 경제력을 기르기 위해 총력을 집중하려 하고 있다. 군사력을 키울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주변국들에 대해 패권을 행사한 다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상상할 수 없다. 중국의 군사력을 경계한다는 것은 아직은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일본 군사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군사력은 보다 현대화돼야 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아직 곱지 않다. 그들은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중국 군사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우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중국 군사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매우 이상하게도 한 나라의 군사력만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사회를 가꾸려는 나라는 군사력도 가꾸려 한다. 이는 ‘군사력 가꾸기’이지 결코 ‘군사력 키우기’가 아니다. 이를 오해할 때에 아시아 국가들은 불필요한 낭비를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변국들의 군사 정책을 오해한 나머지 통일 이전의 군축에 대해 소극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통일 이전의 상호 군축은 유엔 감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유엔 감시가 전제되지 않으면 남북한은 서로 의심하느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또한 상호 군축은 유엔이 남북한의 안보를 동시에 보장해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유엔의 보장 하에 있는 남북한을 단지 군사력이 작다는 이유로 어느 나라가 침략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WTO 시대에 어느 한 공업국가가 다른 공업 국가를 침략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 간에 이해가 팽팽히 맞서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남북한을 침략한다면,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까.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많아야 15만 이내로 축소돼야 할 것이다. 15만을 가지고도 한국군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훌륭한 방어 능력을 갖출 수 있다. 대군을 갖고는 절대로 강군을 만들 수 없다. 사실상 소군이라야 강군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소군이 강군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는 30~40만 수준이 될 것이다.

군축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시각들이 있다. 첫째, 병력은 나중에 축소하고 먼저 공격무기부터 감축하자는 생각이다. 이는 미국이 유럽에서 사용하던 이론이다. 이에 따라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1976년부터 ‘상호 균형 군축’(Mutually Balanced Force Reduction)회담을 연례행사로 치러왔다. 매년 수천 쪽의 제안서들이 제시되지만 이 군축 회의는 1988년 12월 7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군축 선언이 있기까지 입씨름으로 일관해 왔다.

공격 무기를 줄이는 데 대한 입씨름이었던 것이다. 소련의 MIG-25기 한 대가 미국의 F-5기 몇 대와 맞먹느냐는 식의 싸움이었다. 이러한 쌀알 세기식의 논쟁은 수백년을 지속한다 해도 아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만일 북한이 전방에 있는 방사포 한 대를 줄이는 대신 남한의 F-16기 다섯 대를 줄이라고 하면 우리는 그들과 입씨름을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식의 입씨름은 통일을 이룩하는 일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공격무기부터 감축하자는 제안은 듣기에는 그럴듯해도 현실적으로는 난센스일 뿐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병력을 줄이는 것이다. 약간만 줄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폭적으로 줄여야만 의미가 있다. 아무리 무서운 무기가 많아도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축한 무기는 폐기하거나 유엔 관리하에 맡거야 할 것이다.

둘째, 상대방이 우리보다 병력이 더 많기 때문에 상대방이 먼저 우리병력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북한 군사력은 110만이고 남한이 70만이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40만을 줄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지난 남북 회담 당시 한동안 국방부 사람들에 의해 견지돼 왔었다. 이러한 생각이 북한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아마 미군과 한국 군의 연합 군사력에 대치하려면 110만도 부족하다고 말 할 것이다. 남북한이 뚜렷한 군축의 목표를 정하지 않고 막연히 북한더러만 줄이라고 하면 이는 남한의 체신만 깎는 일이다.

셋째, 110만 군사력을 한꺼번에 10만이나 20만으로 대폭 줄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뢰도를 보아가며 조금씩 축차적으로 줄여 가자는 시각이다. 이들은 10만 군축안을 비현실적이거나 단지 선전 용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듣기에는 그럴듯해도 현실은 그 반대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바로 ‘축차적 군축론자’들이다. 이는 다음 장에서 별도로 다뤄질 것이다.

넷째, 북한이라는 집단은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인데 어떻게 믿고 군축을 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다. 이들은 신뢰가 군축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 역시 틀린 생각이다. 이 부분도 뒤에서 별도로 다뤄지게 될 것이다.

평화 공존을 위한 상호 군축에는 다섯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상호간의 동시 군축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병력 수도 많고 무서운 무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나서서 병력수를 남한 수준만큼 줄여 주고, 남한에게 무서운 무기를 없에 달라는 것이 남한의 주장이었다.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이들을 획득하고 관리해 왔다. 이렇게 귀한 무기를 남한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고 줄여 달라고 말하면 북한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체신만 허무는 말이다.

둘째, 상당한 감축이다. 70만을 50만으로 줄이겠다면 과연 누가 만족해 하겠는가. 싸우는 방법을 개발하고 훈련과 장비에 많은 돈을 들이면 50만이 오히려 70만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러한 약간의 군축은 오히려 불신감만 더 증폭시킬 뿐이다. 군축이 무엇을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대한 확실한 비전이 없이는 누구도 군축에 적극적일 수 없다. 병력만 상당한 수준으로 줄이면 무기 감축은 거의 저절로 해결된다.

셋째, 유엔에 의한 현장 검증의 원칙이다. 최종적으로 양측이 보유하게 될 병력과 무기, 재배치 지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양측의 시간 계획표가 유엔에 제출돼야 한다. 시간표에 대해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면 유엔이 현장 검증에 의해 집행 과정을 감시해야 한다. 사실상 군축의 전제 조건은 신뢰 구축이 아니라 유엔에 의한 현장 검증이다.

넷째, 대량 살상 무기의 전면 폐기 원칙이다. 한반도에 화생무기, 핵무기, 장거리 대량 파괴 무기는 없어야 한다. 한반도 전체가 비무장 지대화되기 전에는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하루 빨리 냉전적 사고 방식과, 내 입장만 생각하는 매너리즘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휴전선 비무장 원칙이다. 남북을 향했던 총부리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모든 병력은 휴전선으로부터 100킬로미터 후방으로 옮겨져야 한다. 남북한 상호 군축에는 쌀알세기식의 잔계산이 통하지 않는다. 확실한 변화와 확실한 비전이 있을때에만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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