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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미국은 긴장 없는 평화보다 긴장 있는 휴전을 원한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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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33 조회13,1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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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긴장 없는 평화보다 긴장 있는 휴전을 원한다(17)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길과 한국의 길이 정반대인 것처럼, 군축 문제에 대해서도 두 나라의 입장은 정반대다. 군축은 한국에게는 축복이지만 미국에게는 악몽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뒤를 따라다녔고, 군축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론을 따라 외웠다. 언제까지 미국의 뒤를 따라다닐 것인가.

미국은 왜 한반도 군축을 싫어할까. 미국의 이익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의 이익은 아시아에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점증하고 있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아시아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시켜야 한다. 아시아에서 미국에게 대규모 군사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그러나 주일 미군의 명분은 앞으로 가속적으로 퇴색해 갈 것이다. 오래 가지 않아 주일 미군은 철수하게 될지 모른다.

이번 오키나와 여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자세는 일본인들의 민족 감정을 충분히 자극했다. 이러한 사고가 몇 번만 더 반복되고, 미국 정부의 대응 자세가 계속해서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허문다면 주일 미군의 위치는 가속적으로 저하될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미군의 주둔을 한결같이 환영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마저 군축이 이뤄져 보라. 미국은 주한 미군에 대해 더 이상 생색을 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통일 후에도 주한 미군은 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이 때의 주한 미군의 가치는 남한이 어떻게 평가해 주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그 동안 쌓였던 한국 국민의 반미 감정도 돌파구를 맞게 될 것이다. 주둔 비용 역시 한국이 전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미국이 이제까지와는 반대로 한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과연 이를 좋아하겠는가.

군사력이 줄어들면 미국의 발언권도 줄어든다. 아시아에서 발언권을 잃게 되면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발언권을 잃게 된다. 미국이 아시아에 있는 군사력 기지를 모두 잃어 보라. 이는 미국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한반도 군축이 미국에게 주는 정치적인 의미인 것이다. 미국이 이를 어떻게 좋아하겠는가.

군축은 미국에게 또 다른 경제적 손실을 가져다준다.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방위 산업 시장이다. 연간 매출액이 25억 달러나 된다. 군축이 이뤄지면 이 엄청난 시장을 잃게 된다. 지금 세계는 군축의 길을 내리 달리고 있다. 절대 물량 감소로 인해 그 동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온 미국의 방위산업 업체들이 한국의 군축으로 인해 줄줄이 무너질 것이다. 미국이 이를 좋아할 리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 군축이 북한 핵을 저지하는 데 최고의 특약인줄 알면서도 상호군축과 북한핵을 연계시키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북한핵을 숨겨 주면서까지도 한반도 군축을 외면해야만 할 입장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왜 군축에 대해 소극적이었는가. 한마디로 미국의 ‘신뢰 구축’ 논리에 최면당해 왔기 때문이었다. 군축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사실을 내세운다. 신뢰가 형성돼야 군축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는 틀린 말이다. 지금 북-미간에 제네바 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군축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핵 군축’ 이다. 신뢰가 군축의 전제 조건이라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언제 그만한 신뢰가 형성됐던가.

군축의 전제 조건은 유엔과 같은 제 3기구에 의한 ‘현장 검증’이지 ‘신뢰 구축’이 아니다. 미국의 ‘신뢰 구축론’은 1994년 10월 21일 북미 간에 체결된 제네바 협정이라는 사례와 유럽에서의 군축 사례를 통해 이미 거짓으로 판명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들은 ‘신뢰가 구축돼야 군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성경구절처럼 외워 왔다.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다. 군축이 먼저 이뤄져야 신뢰가 구축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상대방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데 누가 누구를 순진하게 신뢰한단 말인가.

1980년대에 나토 가맹 유럽 국가들은 끊임없이 군축을 원했다. 그러나 유럽에서의 군축은 미국에게 엄청난 손해였다. 첫째, 유럽에서의 군축은 미국 방위산업에 치명적인 손해였다. 둘째, 유럽 내 미 군사기지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의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미국은 유럽에서 매우 싼 비용만을 가지고도 30만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군대를 유지할수 있었지만, 유럽에서 군축이 이뤄지면 미국은 유럽 국가들에게 더 이상 이러한 비용을 전가시킬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셋째, 유럽에서의 군축은 유럽에서 미국의 발언권이 상실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미국은 유럽인들의 군축 마인드를 되돌려 놓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미국은 한편으로는 동으로부터의 위협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뢰 구축론을 확산시켰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미국에게 너무 많이 속아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드디어 미국의 신뢰 구축론은 고르바초프의 그 유명한 일방적 군축 선언에 의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유럽인들을 속이려 했던 것만큼 미국은 유럽에서 불청객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구로 드러난 신뢰구축 이론을 왜 한국인들은 아직까지도 신봉해야 하는가.

지금 한반도는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엄청난 군사력이 좁은 휴전선에 과포화돼 있다. 살얼음판과 같이 얇은 균형에 의해 긴장이 연속되고 있다. 이러한 균형은 미국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 미국이 갖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미국은 이러한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군축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한심스러운 쪽은 우리 정부다. 미국이 군축에 대해 부정적이라해서 한국 정부도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사력을 가지고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느냐는 바로 우리의 자세에 달려 있다. 미국은 왜 한국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고 있는가.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다. 자국의 이익이 없어지면 바로 그 순간 미국은 아무리 한국이 애원해도 뿌리치며 떠날 것이다. 이제까지는 미국이 우리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우리가 미국을 이용해야만 한다. 주한 미군에게 방위 분담금을 지워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는 남북한 상호 군축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군축 있는 평화만이 국민의 마음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군축 없는 휴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돼야만 미국은 명분과 실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야만 미국은 한반도로부터만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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