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 판에 박힌 회의를 탈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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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5:02 조회12,33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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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 우리 한국인들이 익숙해져 있는 회의다. 타인들에게 잠재해 있는 창의력을 이끌어 내서 아이디어를 창출하거나, 문제를 발굴해 내거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토의는 우리 한국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교육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과정이다. 경영은 이렇게 훈련받은 간부들의 창의력을 유발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육은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대로 복사하여 주입하는 과정이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시각을 다양하게 기르는 것이 아니라 많이 외우게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이다.
자기가 외우고 있는 내용과 다른 것을 말하는 사람을 반사적으로 적대시한다. 이는 토의에 절대적 필요조건인 "토의 매너"를 파괴한다. 토의를 했다 하면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토의의 필요조건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토의 매너 및 센스이고 다른 하나는 리더의 "아이디어 브레이킹"(idea breaking) 능력이다. 토의 리더는 조련사가 돼야 한다. 지루하지 않게, 늘어놓지 않게 문제의 핵심을 향해 아이디어가 집중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토의는 각자가 알고 있는 것을 발표하는 장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실한 아이디어를 창안해 내는 장이다. 참여자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핵심에서 동떨어진 말은 차단하되 무안하지 않게 농담 같은 것으로 덮어주고, 때로는 지나치기 쉬운 말에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발표된 말에 아이디어를 보태는 식으로 아이디어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센스를 발휘하라". 하지만 어떻게 발휘하란 말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훌륭한 센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책으로 깨우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토의의 천재가 발휘하는 훌륭한 센스를 관찰하고 음미함으로써 깨우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막막할 때, 아이디어를 내면 침체됐던 토의가 살아난다. 팀 리더는 이런 "아이디어 브레이커"여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 이 역시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토의 선생님"으로부터 직접 관찰하며 얻을 수 있는 훈련이다.
더러는 토의하는 요령을 터득할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단지 토의의 매너와 토의 리더의 덕목에 대해 써 있을 뿐이다. 일본 기업에 세계적인 토의문화가 형성된 것은 가오루 이시까와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그를 모셔다가 토의 문화를 심었다. 한국기업이 스스로 토의 문화를 심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외부에 있는 토의-천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토의가 없으면 팀 파워 즉 시스템 파워를 절대로 낼 수 없다. 팀-파워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도 없다. 경쟁자들이 토의능력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든 조직이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은, 조직을 팀제로 바꾸는 일과 팀-파워를 낼 수 있을 만큼의 토의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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