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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 군이 병들어 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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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9:55 조회14,8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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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병들어 가는 모습

민물 조개가 햇볕을 쬐기 위해 물에서 나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도요새
가 날아와 기다란 부리로 조개살을 찍었다. 화가 난 조개가 입을 다물어 도
요새의 주둥이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도요새가 조개를 위협했다. [햇볕이 내려 쬐면 너는 내 밥이 된다]. 조개
가 도요새를 위협했다. [비가 와서 물이 차면 너는 숨막혀 죽는다]. 서로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어부가 그곳을 지났다. 조개와 도요새가
다같이 잡혔다. 어부지리에 대한 우화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군에서 발생하고 있다. 육해공 3군이 서로 밥그릇 싸
움을 하고 있는 통에 북한만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 계룡대가 있
다. 육해공군 본부를 수용하고 있는 시설이다. 우리보다 부자인 미국의 경
우 계룡대 만한 시설 정도면 중령급 장교가 관리한다.

그러나 계룡대라는 한지붕 아래서는 육해공 세사람의 준장들이 자기 총장
을 따로 모시느라 각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3인의 4성장군은 이들이 차려
준 따로 밥상을 들고 서로 돌아앉아 먹고 있다. 세 개의 관리부대는 장군직
위에 손색없게 매우 크다. 인력도 많고 자체 시설도 방대하다. 계룡대보다
시설이 훨씬 복잡하고 큰 육군사관학교도 대령이 관리한다.

TV 프로의 [한지붕 세가족]처럼 세가족 사이에는 말도 많고 해프닝도 많
다. 같은 대령인데 어떤 군은 30평에서 살고 어떤 군은 20평에서 살아야 하
느냐고 배 아파 하기도 한다. 각종 매점이나 이발소 등의 이권 사업은 모두
특정군이 차지하고 소군은 먹을 것도 없느냐고 불평도 한다.

그래서 식당만큼은 제각기 운영하고 있다. 3군 장교들이 한 식당에 섞여
식사를 하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던 최초의
구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린채, 장교들은 자기네 총장이 운영하는 식당만을
가야 한다.

계룡대의 따로 밥상을 통합하려면 당장 두명의 준장 자리와 수십 명의 영
관 장교가 없어진다. 3군이 제각기 자군의 이익을 위해 국회나 언론을 통해
로비전을 펼 것이다. 장관이 조직관리관에게 통합안을 위임한다면 그는 각
군으로부터 시달림만 받다 지쳐버릴 것이다. 하물며 전군적으로 퍼져 있는
엄청난 규모의 따로 밥상들을 통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는 오직 대통령만이 통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3년내에 40만으로 군을
재설계하라는 식의 파격적인 명령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제까지 군을
축소하라는 명령이 수없이 있었다. 그 때마다 군은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
하다는 결론을 냈다. 혹을 떼려던 대통령은 늘 혹을 붙였다. 군을 속속들이
알지 못했던 과거 정치장교 출신 대통령들은 늘 군의 그럴듯한 위협에 약했
다.

옛날엔 준장 한사람이 지휘해도 한가했던 자리에 지금은 두 사람의 소장
들이 사장/부사장 식으로 보직돼 있다. 이렇게 인프레 된 장군 수는 최소한
50명은 된다. 야전에 가면 장교들이 소나기식 업무를 수행하느라 밤을 지샌
다.

너무 바빠 1년내내 책한권 읽을 시간이 없다. 그들이 일한 것만큼 군이 발
전했다면 아마도 한국군은 세계 최고가 됐을 것이다. 일을 할수록 군이 퇴
화돼 왔다. 한국군의 파라독스다.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가치분석]
기법에 의해 분석해보면 90%는 불필요한 일을 지시 받아 하고 있는 것이다.
똘똘한 젊은이들을 뽑아다 이런 식으로 몰아치다 보면 그들의 두뇌는 형편
없이 퇴화된다. 장교들의 경직성은 바로 이렇게 생겨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이 필요할 때마다 군은 참모부를 만들었다. 옆에 있는 작전참
모부도 2성장군이요, 자기도 2성장군인데 [내 참모부가 왜 적어야 하느냐]
는 생각에서 인력은 구색 갖추기로 늘어났다.

이렇게 늘어난 사람들은 자기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쓸 데 없는
일을 양산했다. 그들은 결재받을 때만 생색을 냈고, 모든 일은 예하부대로
전가됐다. 참모부 인력의 90%는 절약돼야만 장교의 두뇌가 발달된다. 이러
한 작업을 통해 군은 10만명 정도의 인력을 앉은자리에서 절약할 수 있다.

중간사령부가 많다는 것은 신호등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을 패배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방해되는 중간사령부를 없애고 지역별 육.해.공 합동상
황실을 운영하면 엄청난 인력이 절감되는 반면 전투력은 수십 배로 향상된
다.

여기에 전방의 작전개념을 개선하면 또 다른 20만 정도의 인력이 절약될
수 있다. 지금의 방대해진 군은 필요에 의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각군간의
밥그릇 싸움의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전투력에 방해가 되는 인력과 기구가
너무 많은 것이다. 이를 청산하지 않는다면 북한이 어부지리를 보게 될 것
이다.

공군 병력의 10%에 해당하는 관제인력은 당장 줄일 수 있다. 공군은 그들
이 자랑하는 레이다 자동화가 건재하기 때문에 각 레이다 기지에 평균 300
명씩 있는 인력을 모두 철수시킬 수 있다. 해군에 병력이 모자란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그들은 2년제 단기하사를 7년제 장기하사로 바꾸고 싶어 쇼를
했다.

수많은 레이다 감시병은 훈련과 숙달을 위해 1년 이상을 투자해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레이다 전시기를 가지고는 단 10분간의
설명으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대안은 연구해보지도 않고 해군은 언론
을 통해 엄살부터 부렸다. 싸우는 방법을 개선하면 육군은 앉아서도 20만정
도는 절약할 수 있다.

군은 40만 병력 그리고 지금보다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지금보다 수십배
강한 군사력을 가질 수 있다는 데 대해 신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총시대
에는 대군이 곧 강군이었지만 지금의 대군은 오직 약군일 뿐이다. 지금 우
리 군은 기강없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싸울 능력도 의지도 없는 군이다.
발전은커녕 적화와 부정의 두 가지 암세포에 의해 병들어 가고있는 중이다.



200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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