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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북한을 커닝정신으로 대하지 말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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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27 조회11,4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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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커닝정신으로 대하지 말라(6)


우리는 ‘개방의 반비례 법칙’에 하루 빨리 착안해야 한다. 북한의 개방에는 위험수위라는 것이 있다. 그 이상의 개방은 체제 전복을 가져온다. 개방의 위험 수위가 100 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100 이라는 숫자는 미국, 일본, 남한 등이 나눠 가져야 하는 숫자다. 미국과 일본에 99만큼 개방하면 남한에는 기껏해야 1만큼만 개방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거꾸로 생각해 왔다. 북한이 미국과 일본에 99만큼 개방하면 남한에도 99만큼 개방할 것이라고 여겨 온 것이다.

1단위 개방에 들어 있는 독약의 함량도 미국이냐 한국이냐에 따라 다르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어가는 독약에는 비교적 약한 함량이 들어 있지만, 남한으로부터 들어가는 독약에는 매우 강한 함량이 들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에는 많은 양을 개방할 수 있어도 남한에는 절대로 많은 양을 개방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에 많이 개방하면 할수록 남한을 향한 문은 더욱더 굳게 걸어 잠가야 한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남한으로부터 들어가는 쌀도 뒷문 신세가 됐고, 남한의 기업인들도 뒷문으로만 드나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이러한 개방의 반비례 법칙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2억5천만 달러어치의 엄청난 쌀을 갖다 주면서도, 구걸하고 뺨 맞고 사과까지 하는 수모를 받았던 것이다.

경수로 지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쌀 지원 과정에서 받았던 수모를 경수로 지원 과정에서도 똑같이 반복해서 받게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누가 뭐래도 21세기 대코미디였다. 모두가 북한을 살금살금 개방시켜 보려는 커닝 정신을 발휘하다가 역으로 당한 수모였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돈 자랑하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들만 계속해 왔다. 남한측의 남북대화 메뉴는 개방, 교류, 통일 그리고 경제지원이었다. 이 네 개의 단어들은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말들이었다.

개방과 교류는 체제 전복의 독약이다. 독약을 받아 마시라고 했으니 그들이 좋아했겠는가. 평화 통일은 그들에게 흡수 통일이다. 남한의 경제력으로 북한을 흡수하고 싶다고 말해 왔으니 그들이 좋아했겠는가. 경제지원에는 언제나 독약이 묻어있다. 영리한 북한이 그것을 받아 마시겠는가. 더구나 경제 원조라는 말은 북한의 자존심을 드러내 놓고 자극하는 말이다.이렇게 북한이 싫어하는 말들만 반복해 왔으니 어떻게 남북 대화가 성공할 수 있겠는가. 남북 대화는 오직 돈 자랑하기 위한 대화에 불과했다. 누가 돈 자랑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아 주겠는가. 설사 핵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해도 그런 식의 남북 대화는 절대로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마치 오징어가 도망갈 때 먹물을 뿌리고 가듯이, 북한 역시 엉뚱한 억지를 부리면서 대화를 회피해 온 것이다.

외국에 나가 국력을 자랑하는 일도 중단돼야 한다. 대통령들이 외국에 나가면 꼭 국력 자랑을 했다. 바로 이것이 가장 못난 짓이다. 성수대교가 무너지자 대통령은 군사 정권으로부터 부실 기업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의식 개혁 운동을 전개한 지 몇 년만에 그는 자신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렸다. 며칠 후에 그는 유럽 순방길에 나섰다. ‘한국은 기술과 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 기술과 자본은 그가 군사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들이었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가지고도 그는 자랑을 했다. 세계의 그 어느 나라 지도자가 국제 무대에 나가 자기 나라 자랑을 하던가.

통일이 되면 한반도의 국력과 경제력이 세계에서 5위권에 들게 될 것이라고 호언도 했다. 그 말을 듣는 외국인들이 과연 남북한이 통일되기를 진심으로 바랄까. 도움은 상대방이 어려울 때에만 제공된다. 통일만 되면 땅도 커지고, 자원도 풍부해지고, 경제 규모도 커져서 세계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우쭐대는 나라에게 어느 나라가 도움을 제공하려 하겠는가.

우리는 외교적 대화 내용을 허세에서 진실로 전환해야 한다. 온 세계가 평화를 구가하고 있는데 남북한 주민들만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으니 평화만이라도 누릴 수 있도록 좀 도와 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비해 국력과 외교력이 강하다고 자만해 왔다. 그러나 그 국력은 북한의 기습 능력 앞에서는 한낱 풍전 등화에 불과한 것이며, 그 외교력이라는 것은 북한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결정적인 힘이 돼줄 만큼은 못 된다.

남한이 부산까지 밀려나도 이제는 유엔군이 나서 주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한 나라가 통일이 됐는데 무엇 때문에 그들이 피를 흘려야 하는가. 북한 정권에 의해 인권이 짓밟힌다 해도, 이런 정도의 인권 유린 사례는 세계 도처에 있는 것이다. 월남에서도 그랬고 캄보디아에서는 그 엄청난 킬링필드가 있지 않았는가. 이렇게 짓밟히는 인권 때문에 선진국들이 나서서 피를 흘려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외교의 한계다. 우리는 남의 입발린 칭찬이나 부추김에 놀아나지 말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주권자답게 냉철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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