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자동차에 관한 기사들을 읽었다. 한국자동차 업체들이 수출하는 차량에는 1등 부품을 쓰고 내수용 차에는 2-3등 부품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한국 업체들이 한국 국민을 2등 국민으로 낮추어 보고 만만하게 보는 반면, 외국 국민은 1등 국민으로 존중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는 일본 업체들과는 정 반대 현상이다. 일본 업체들은 내수용 차량을 수출용 차량보다 더 고급으로 만들고 있다. 일본국민이 미국국민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자동차 업체들의 봉이다. 질이 훨씬 낮은 차를 수출차량보다 더 비싸게 사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거리에는 외제차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다. 한국자동차 업체들의 못된 버릇을 고쳐주기 위한 캠페인이라도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돈이 있다면 필자 역시 외제차를 사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의 대형 업체들, 그들이 있어서 먹고 살기는 하지만 바로 이런 종류의 장사꾼 기질로 인해 감사를 표한다거나 수고한다 치하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로 욕을 하고 불신을 하면서 공존하는 집단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인 것이다.
자동차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이어가 보자. 미국에서는 자동차 가격에 따라 세금을 낸다. 선진국에서는 10년 이상 운행된 중고차들이 거리를 채운다. 이런 낡은 차량들에게는 세금이 거의 없다. 연간 20달러짜리 자동차세도 있고, 10 달러짜리 등록세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구식 차량에 새 엔진을 얹기도 하고 부품들을 갈아 끼우면서 차를 굴린다. 과세정책이 절약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헌 차에 대해서나 새 차에 대해서나 배기량만 같으면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비싼 차와 싼 차와의 차별도 없다. 세금 액수도 너무 비싸다. 비싼 수입차량 중에는 배기량이 적은 차들이 많다. 세금이 아까워서라도 배기량이 적은 외제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비싼 자동차세를 낼 바에야 이왕이면 새 차와 비싼 차를 타고 싶어 하는 것이다. 국가 세금 정책이 이렇듯 비합리적이다 보니 국민들이 비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세금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국민성 역시 비합리적으로 변해갈 것이고 그들이 가꾸는 사회 역시 비합리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30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돈을 조금 더 보태 다른 곳에 있는 30평 아파트나 40평 아파트로 옮겨가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현재의 집을 팔고 새집을 사야 한다. 미국에서라면 이런 경우에 세금이 일체 없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족한 돈을 메우면 재산세도 추가로 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게 아니다. 30평의 집을 팔면 1-2억원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세금을 내고 다른 집을 사려면 겨우 20평 미만의 집을 사야 한다. 새 집을 사면 또 등록세와 재산세 등을 또 물어야 한다. 움직이면 세금이다. 세금이 설사 반으로 줄어든다 해도 이런 불합리한 세금제도는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성도 선진국 형으로 개조될 수 있다. 국가가 이런 불합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합리적인 국민성이 길러질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세금을 함부로 걷어간다. 그러니까 세금을 물 쓰 듯 하는 것이다. 한화갑 공항(무안), 김중권 공항(울진) 유학성 공항(예천)을 포함해 수많은 공항들이 생겼고, 세금마시는 블랙홀이라는 공항철도가 생겨났다. 이들 모두가 해마다 국민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를 누가 합리적인 사회라고 하겠는가?
합리성은 경제원리에서 출발한다. 경제원리의 출발점은 희귀한 자원(scarce resource)을 전재로 한다. 자원의 희귀성(scarcity)에서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길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세금을 물 쓰 듯 하는 정부엔 세금이 더 이상 희귀하지 않다. 경제학은 희귀한 자원을 가장 효율성 있게 사용하는 자원배분 요령을 핵으로 한다. 가장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서부터 우선순위를 정하는 요령인 것이다. 정부는 어느 사회에서는 가장 큰 경제주체다. 정부가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큰 경제주체인 정부가 국민세금을 불합리한 방법으로 걷어 물 쓰는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장 큰 경제주체로서의 정부가 아니라, 시장경제를 교란하는 악의 존재인 것이다. 시장경제 사장경제 말들을 하지만 시장경제 전제 조건 3 가지 중 가장 큰 전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인 의사결정'(rational decision making)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성을 합리적으로 가꾸는 사업이야 말로 투자 운성순위가 가장 높은 사업이다. 돈을 들여서라도 국민성을 합리적으로 개조해야만 한다. 이는 강연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세금제도를 개선하는 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세금이 반만 걷히더라도 해야만 할 과제인 것이다. 덜 받는 세금이 바로 투자인 것이다. 국민성 개조는 4대강 사업보다 백배 천배 중요한 사업일 것이다.
2009.11.19.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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