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없는 사람들 중에는 과시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사치하고 과소비하고 과시한다. 창의력을 기르고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극(stimulus)을 만든 사람들이다. 자극이 없으면 나태해 지기 때문이다.
그 자극이 내면적인 자극일 때에 사람은 성숙한다. 그러나 그 자극이 "누구는 잘도 살더라"라는 식의 외향적인 것일 때는 불나비 삶을 살 것이다. 창의력을 기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은 과시하지 않아도 "주머니 속에 감추어둔 뾰족한 추(낭중지추)"처럼 자연히 솟아난다.
나는 어릴 때 "속이 빈 사람은 낮에 비단옷을 입고 속이 찬 사람은 밤에 비단옷을 입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낮에 비단옷을 입는 사람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인생을 사는 사람이고, 밤에 비단옷을 입는 사람은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후부터 학교에서 선생님이 "이거 아는 사람 손들어요"할 때마다 나는 손을 들지 않았다. 다른 애들이 "저요 저요"하면서 고사리손을 흔들어 보일 때마다 나는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다른 애들이 모르는 질문이 있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선생님이 나를 지명하면서 대답해보라고 했다. 나는 아는 대로 대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다. 왜 알면서도 "애늙은이"처럼 손을 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후로도 손을 들거나 누구 앞에 나타나는 것을 몹시 수줍어했다. 어느 한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나를 알아주었다. 남 앞에 요란스럽게 나타나는 사람은 발전이 멈춰진 사람이다. 권력을 가지고 행세를 하는 사람은 바로 그만큼이 한계인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비단옷은 밤에 입어라"는 말은 내 인생과 색깔을 조형해온 가장 훌륭한 좌우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