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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상호 군축은 어떤 절차로 이뤄져야 하나(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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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32 조회12,1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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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군축은 어떤 절차로 이뤄져야 하나(16)



김일성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의 10만 감군 제의는 평화 공존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다. 20만군은 공격력을 갖지만 10만군은 공격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한 당국은 김일성의 10만 감군 제의를 1954년부터 외쳐 온 해묵은 주장이라고 일축했지만 김일성이 카터를 통해 제시한 군축 내용은 과거와는 달랐다. 상황이 다르고 제의의 내용이 달랐다. 비무장 지대를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자는 내용과 주한 미군 주둔을 양해하겠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제시됐다. 이를 왜 선전 술책으로만 치부해야 하는가.

군축 반대론자들은 어떻게 100만선에서 갑자기 10만선으로 감축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신뢰를 쌓아 가면서 점차적으로 줄여 가야 할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우선 협상을 통해 100만에서 70만으로 줄여보고, 신뢰가 생기면 다시 협상을 통하여 70만에서 50만으로 줄이고, 또 신뢰가 생기면 협상을 통해 30만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줄여 가도 30만 이하로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보이기는 그럴듯해도 비현실적이다. 100만으로 싸우는 방법과 70만으로 싸우는 방법은 달라야 한다. 이에 따라 전략과 전술 그리고 교리가 바뀌어야 한다. 70만으로 줄인다고 해서 전쟁의 위험과 긴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대 배치, 진지 공사, 전략, 전술, 교리 개발에 소홀할 수는 없다. 부대 배치가 바뀌고, 부대 시설이 이전되고, 전투 진지가 새로운 장소에 구축돼야 한다. 이는 엄청난 시설 투자비를 의미한다.

전략, 전술, 교리에도 엄청난 혼란이 온다. 이는 군으로서도 짜증나는 일이다. 100만에서 70만으로 바뀔 때 이런 일을 해야 한다. 70만에서 50만으로 바뀔 때에도 이와 똑같은 종류의 일을 반복해야 한다. 엄청난 투자가 또다시 반복돼야 한다. 10만으로 줄이기까지는 네 번의 새로운 투자비가 반복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엄청난 난센스다.

100만에서 70만으로 줄일 때에는, 70만을 위한 방어 진지와 부대 시설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 70만으로 고정된다면 모든 방어 진지와 부대 시설이 영구 시설로 건설될 것이다. 그러나 70만은 몇 년 후 협상 결과에 따라 또다시 50만으로 줄어들지 모른다. 협상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른다. 몇 년 후에 70만 병력이 될지, 50만 병력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따라서 차이가 나는 20만을 위한 시설물을 영구 시설로 지을지, 임시 시설로 지을지 난감해질 것이다.

이렇게 따지다 보면 앞으로 7년 후의 병력이 10만이 될지 아니면 50만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엉거주춤한 상태가 된다. 과연 몇 명을 위한 부대 시설과 방어 진지를 건설해야 할지 난감해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각 단계마다 어느 시설을 영구화하고, 어느 시설을 임시화할지에 대해 난감해 하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는 축차적 군축론자들을 어떻게 현실론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따라서 시행은 단계적으로 해야 하지만 군축 목표는 단 한 번의 협상에 의해 10만이면 10만, 15만이면 15만으로 확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5년 내에 10만 군축을 달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하는 것이다. 10만을 목표로 연도별 감축 계획을 유엔에 제출한 후, 유엔 감시하에 병력을 단계적으로 줄여 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축의 실천 과정은 단계적으로 줄여 가야 하는 것이다. 군축의 실천 과정은 단계적일 수밖에 없지만 군축 목표는 처음부터 확정해야 한다. 일단 인력에 대한 목표가 먼저 정해지고 나면, 어느 부대와 장비를 남기고 어느 부대와 장비를 삭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가 유도될 것이다.

상호 군축을 위한 최적의 시기는 바로 핵협상이 절정에 이르렀던 1994년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 때 여기에 대해 생각조차 못했다. 우리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의 뒤만을 졸졸 따라다닌다는 사실에 있다. 한반도 군축에 가장 큰 저항 세력은 미국이다. 한반도 군축은 미국에게 엄청난 손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기 때문이고,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한국군이라는 무기 시장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것도 모르고 미국의 정책을 비판 없이 수용해 왔다.

그런 미국이라 해도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 협정이 맺어지기 전까지는 북한 핵에 코가 꿰 있었다. 만일 그 때에 북한이 군축과 핵을 맞바꾸자고 제의했다면 미국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그 때에 남한이 미국과 북한에 상호 군축을 제의했더라면 미국과 북한은 이에 저항할 아무런 명분을 찾지 못하고 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한국의 신사고적 돌파력에 지지를 보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핵문제는 ‘유엔 감시하의 군축 계획’에 따라 힘들이지 않고 해결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영변의 미신고 핵시설은 물론 북한 내에 있을 과거핵 시설도 군축 차원에서 현장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10만 감군, 휴전선 공동 관리 사령부의 설치, 그리고 모든 부대를 휴전선 100킬로미터 후방으로 철수할 것을 국제 사회에 드러내 놓고 제안했어야 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대구경포의 사정 거리에서 이미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며,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해 늘 조바심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일 북한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통일이 줄 수 있는 선물의 99퍼센트를 얻는 것이었다. 만일 북한이 이를 거절했다면 북한의 진심은 국제 무대에서 도전받게 됐을 것이며, 우리는 지금처럼 국제 사회에서 멸시받는 경수로 자금주로 전락해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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