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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 전쟁의 우열: 개념이냐, 무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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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9:59 조회12,4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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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우열: 개념이냐, 무기냐

강군이냐 약군이냐를 결정하는 90%의 결정적 요소는 운용능력이다. 과학군을 말할 때 우
리는 [신형 장비]로 무장된 군을 생각해 왔다. 그러나 운용능력이 과학화돼 있지 않은 군
에서의 과학장비는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번 9월11일 미국이 당한 수모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세계에서 가장 최신의 장비를 가
장 많이 가지고 있는 미국이 고스란히 앉아서 테러를 당한 것은 운용능력의 문제이지 장비
의 문제가 아니었다. 테러리스트들에겐 단 한 개의 장비도 없었다. 미국의 장비를 빼앗아
미국을 때렸다. 북한 역시 남한의 쌀, 전기, 달러, 유류, 탄약, 차량, 도로, 철로, 통신을
빼앗아 한국을 공격하고 점령하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걸프전에서 이락은 620대의 훌륭한 최신예 전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 한대의 전투
기도 날려보지 못한 채 앉아서 당했다. 전쟁을 위해 사두었던 A급 전투기 120대를 이란에
피신시켰다가 전후에 돌려받지 못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이는 미국 전투기가 이락 전투기
보다 훌륭해서가 아니라 미군의 용병능력이 이락 전투기들의 손발을 묶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락의 용병술로는 600대가 아니라 6,000대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다해도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100대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는 공군이 전투기 한대를 사는 것은 하나를 더하는 효과밖에
낼 수 없지만, 그 한대의 전투기 값을 [운용방법개선]에 투자한다면 100대의 전투기 능력
을 서로 곱하는 소위 [상승효과]를 창조할 수 있다. 이 유명한 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다.

지금 한국군은 선방어 개념에 고착돼 있다. 이러한 군 운용은 6.25식 운용방법이다. 현
대무기를 소총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DMZ에서 백리만큼 후방에 위치한 탱크부대가
있다. 그 지휘관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모든 탱크를 부대 밖으
로 분산시키는 일이다. 전차부대에는 북한군의 집중 포사격이 계획돼 있기 때문이다.

DMZ 10리 후방에는 수 십년간 변동되지 않고 전해 내려온 보병 방어선이 구축돼 있다.
전쟁이 나면 병사들은 철모차림으로 그 개인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동간에도 포사격
을 받지만 진지 속에 있을 때에도 포사격을 받는다. 만일 이 진지에 몇 백 마리의 양을 가
두어 놓고 대구경포로 사격한다면 살아남을 양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전쟁 초기에 우리 병
사들도 이같이 절단 난다.

100리 후방에 있는 탱크도 살상지대로부터 벗어나야 하는데, 연약하기 짝이 없는 보병병
사들은 적의 목전에 있는 살상지대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군 작전개념
제 1의 넌센스다.

발각되지 않은 땅굴이 20여 개가 된다는 것은 한미간에 합의된 정보다. 땅굴의 출구는
대개 DMZ 2km 후방에서 4km 전방 사이에 있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1개 땅굴에서는 한시
간에 중무장된 1개 여단이 쏟아져 나온다.

경보가 발령된 후 우리 병사가 내무반에서 군장을 꾸려 가지고 진지에 도달하기까지는
서부전선에서 4시간, 동부전선에서는 두 배 정도가 소요된다. 이 시간이면 각 땅굴로부터
1개 군단 이상의 북한군 병력이 쏟아져 나와 아군병사가 들어가야 할 방어선을 먼저 점령
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서울 이북의 군사력은 대부분 포위되고 만다. 안보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야 한다고 군은 늘 말해왔다. 예산을 탈 때에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지금의 군은 안보를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의존하고 있다. 병사가 내일 싸우기 위해서는 지휘관은 오늘 싸
워야 한다.

넌센스 작전개념은 육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군에는 더 많다. 대관령 정상에 공군
레이다가 있다. 그로부터 11km 지점인 강릉에 비행단이 있다. 대관령 레이다에 나타난 점
들은 모두 오산으로만 날아가고 코밑에 있는 비행단으로는 날아가지 않는다. 비행단장에게
정보가 없는 것이다.

레이다에서 오산기지로 날아가는 자료에도 기술적인 문제로 오차가 많다. 이 오차많은
자료를 가지고 오산에 있는 작전장교가 강릉 비행단장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중국에서 세
번이나 비행기가 넘어와 한국 상공을 헤매고 다녔어도 단 한번도 잡아내지 못한 반면, 나
타나지도 않은 유령비행기를 향해 경고가 발령되고 수십대의 전투기를 띄웠다.

오산 한군데에서 5개 요소로 구성된 요격명령을 6백대의 전투기에 일일히 내린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군은 이렇게 허술한 시스템을 가지고도 태연하다. 미군을 믿
기 때문이다.

오산과 대관령간의 통신이 두절될 경우 강릉에 있는 비행기 하나하나에 대한 지휘는 대
관령에 있는 대위급 레이다 장교가 내린다. 비행단장은 소장이다. 그는 계급만 높았지 전
쟁이 나면 대위급 장교의 지시에 따라 비행기를 띄워야 한다. 기술의 구식화에 있어서도
엄청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욱 큰 문제는 개념의 구식화다. 가장 큰 문제는
깨지지 않는 고정관념과 상실된 비전이다.

해군에도 문제가 있다. 단기 속결전에서 해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이 이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군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방장관과 합참
의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군은 우선 문제가 없다
고만 강변해 왔다.

도요타 자동차는 세계최고의 회사다. 4만 사원으로부터 년간 300만개의 문제가 발굴된다.
70만 경영체 한국군에 문제가 없다면 거기에 바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작전
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에게 작전권을
맡겨놓고 있기 때문에 한국군은 이제까지 작전능력을 기르는 데 게을리 헸다. 만일 지금이
라도 작전권을 넘겨받으라고 하면 우리는 문제에 봉착한다. 북한과 전쟁을 치를 수 있을만
큼의 전쟁운영 능력이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군수뇌에 간첩이 있어보라. 나는 군 작전 계
통 및 기무 사 등에 빨갱이가 많이 들어 있다고 본다.

이제가지의 전력증강 예산은 모두 하드웨어 장비를 사는 데 투입됐다. 무사가 칼만 사재
고 무술은 연마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일을 해온 것이다. 구입된 무기의 성능을 100% 발휘케
하고, 수 많은 부대에 널려진 무기들의 능력을 상황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는 엄청난 두뇌와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요구한다.

그런데 우리 군은 아직도 두뇌집단을 키우지도 않았고, 각종 전장운영 시스템과 소프트
웨어를 개발하는 일에는 착안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군은 전자전 장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전자전 장비를 획득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장비를 사는 일에
만 몰두하고,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두뇌집단을 기르는 일에는 무심하다. 장비만 사오면
어떻게든 운용되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전자전은 똘똘이 통계학자들의 두뇌싸움이다. 2차대전 때부터 미국과 영국에서는 전자전
을 일류 수학자들이 운영했다. 그러나 한국군은 전자전과 수학자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한다. 전자공학도 몇 사람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전장 운영시스
템이 없으면 그 비싼 잠수함도 대잠초계기도 불과 몇 % 만의 성능밖에 발휘하지 못할 것이
다.




200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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