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갑자기 TV의 성격이 소모성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래도 고급 정보와 지식, 강의다운 강의, 이슈별 토론, 선진국 사례 등 국민을 계몽하는 다양한 프로를 제공했다. 그러나 요새는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몇사람의 희극화된 강사들이 "오락프로"와 "웃자 프로"를 메우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TV매체는 더 이상 김대중 정부에 아부하지 말고 이 나라를 살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과거의 일본 TV는 오늘날의 품질 1등국을 만드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런데 우리 TV는 일본 TV의 오락장면만 모방하고 있다.
TV만 틀면 이러한 사람들이 나오니 이를 보는 어린이들은 TV스타들을 이 사회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장래에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이 오락인, 연예인이 된단다. 어린이들의 시각이 좁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나가면 이 다양한 사회를 떠 밭치고 있는 각종 전문 인프라는 누가 메울 것인가.
얼마 전 미국의 어느 한 대학원에서 "시뮬레이션"이라는 고급수학을 강의하고 있는 교수 방에 들린 일이 있다. 그 교수는 초등학생에게 "시뮬레이션"의 기본 원리와 응용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면서 슬라이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 초등학교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그 지역을 구성하는 모든 분야에 걸쳐 지방행정관에서부터 어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소개해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어린이들은 장래 희망이 다양하다. 이러한 소개는 우리 학교에도 도입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TV를 틀면 언제나 고급 토론장이 있다.
1990년대 초 미국에 가서 TV나 라디오를 틀면 어김없이 미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에 대한 과열된 토론장이 있었다. 그걸 들으면 미국경제와 처방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었다. 그 결과 레이건의 주도로 일본 경제를 앞지를 수 있었다.
24시간 국회 청문회를 보여주는 프로도 있다. 그걸 보면 미국 정치에 대해 눈을 뜰 수 있다. 미국의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며 얼마나 논리적이면서도 위엄 있게 장관들을 몰아치는가! 그것을 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그런 국회의원을 가진 미국인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미국에서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딱딱한 프로는 시청하지 않는다"라고 말들 한다. 국민을 끌어올릴 생각은커녕 국민을 점점 더 바보로 만들고 있다. TV 마다 프로를 오락성과 웃자판 위주로 몰고 가면 이 사회는 누가 계몽시킬 것인가. 연예인들과 개그맨들의 수다도 때로는 양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양념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TV들이 허물어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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