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 팀제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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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5:00 조회11,94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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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은 단순한 Member가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Player이며 팀의 능력은 이웃 팀과 늘 경쟁을 함으로써 향상된다. 그래서 적당히 묻어 사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니까 '팀원은 몸살이 나도 플 권리조차 없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팀제가 강요할 새로운 기업환경에 대한 공포감에서 나온 질문이다.
팀에 속한 사람들은 팀의 과제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토의하고 업무계획을 작성해 낸다. 그리고 확실하게 합의된 일의 조각들을 각자에게 분배한다. 각자는 분배된 일을 반드시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적당히 묻어 지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팀원이 팀 전체가 하는 일을 확실히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일은 각기 다르지만 옆 동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논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고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 필요시에는 올코트 프레싱도 가능하게 된다.
모두가 모두의 일을 이해하기 때문에 결원이 생겨도 여럿이 메워 줄 수 있다. 그래서 몸살이 났을 때 아플 권리도 늘어나고, 휴가를 갈 권리도 더 많이 생기게 된다. 지금의 담당제 하에서야말로 담당자와 담당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만리장성으로 인해 옆의 동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우면 그 일을 메워 주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아플 권리도 없고, 휴가를 갈 권리도 없는 것이다.
대개 한 프로젝트에 한 명의 QC 요원이 배당돼 있다. 그 한 명의 QC요원이 자리를 비우면 공장에서 일하는 수십 명이 하릴없이 대기할 수밖에 없다. 제1공정에 대한 QC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2공정이 진행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QC 요원이야말로 아플 권리가 정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빡빡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럴 때 한 사람이 아프면 여러 개의 일들이 걷잡을 수 없이 엉켜버리게 된다.
팀제로 일하면 각자가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되고, 여러 가지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모두가 Generalist로 변해버려, 전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설계도(CAD)를 그리는 사람이나 구조의 강도를 계산하는 직원을 생각해 보자. 이들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고 정신없이 계산기만 두드린다. 이런 일을 매일 같이 계속한다면 여기에 무슨 새로운 것에 대한 창의력이 생길 것이며, 창의력이 없는데 무슨 Level-Up을 기할 수 있겠는가. 다소 숙달은 되겠지만 숙달을 Level-Up이라고 할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지금처럼 똑같은 일을 매일같이 반복한다면 짜증이 나고 지루하여 에러가 증가하게 된다.
강도계산용 소프트웨어가 많이 개발돼 있다. 거기에 Input만 처넣으면 계산이 된다. CAD용 소프트웨어가 개발돼 있다. CAD요원은 그걸 활용하는 훈련만 쌓으면 된다. 이런 마당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만을, 계산을 하는 사람은 계산만을 계속해서 반복하겠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를 퇴화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래문제를 생각한다. "내가 40세까지도 이런 일을 해야 하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게 되면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는 처지를 어찌 전문분야에 대한 Level-Up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영팀의 팀장은 부장급이고, 공장장은 상무인데 어떻게 팀장이 상무를 통솔할 수 있겠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간부들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팀장에 엄청난 권한이 주어져야 할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 바로 이런 게 계급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증거다. 말단 신입사원이라도 관리자는 될 수 없어도 리더는 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리더는 직책이 없는 리더다. 남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손수 한다면 그가 바로 사실상의 리더인 것이다. 누구나 그를 신뢰하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팀장의 능력은 그가 만들어 낸 계획의 질에 의해 평가된다.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계획, 빈틈없는 도면 및 작업 지시서를 공장장에게로 넘겨주면 공장장이 일을 시킨다. 하지만 에러를 예방하고, 대기시간을 단축하는 등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팀원 모두가 공장에 나가 활동해야 한다. 공장장은 이들 팀장과 팀원들이 요구하는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만 만들어주면 된다. 여기에 무슨 지시-피지시 관계가 존재하겠는가. 개별 프로젝트 관리팀이 10개 존재한다고 치자, 이들이 모두 공장장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공장장은 업무량의 한계에 봉착한다. 팀원들이 공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작업에 대한 세세한 토의와 협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은 공장장 한 사람을 통해 모든 일을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공장장의 권위라는 것이다.
팀장은 남의 능력을 이용해 일을 성취시켜야 한다. 남이라 함은 다양한 직급을 가진 사람과 다양한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모두가 자기 부하라면 경영계획이 소홀해진다. 명령과 권위를 가지고 강압적으로 지시만 하게 되면 능력이 향상되지 않고 나태해지게 된다. 모든 걸 명령과 지시로만 하려고 하면 관료주의로 흐르게 될 것이며, 명령과 지시의 내용이 비합리적으로 흐르게 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높은 사람들의 능력과 타 부서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때, 바로 그 때에야 긴장이 생기고 지혜가 불을 뿜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타인이 가진 능력을 빈틈없이 계획하는 일은 명령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로 구성된 남들의 능력을 이용할 때 비로소 사람은 겸손해 지며, 계획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공장장이 높아서 팀장이 일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어째서 직급이 한참 낮은 QC요원들이 공장을 활개치고 다니는가.
"팀장에게는 다재다능, 친화력, 지도력, 추진력, 판단력, 막강한 권한이 요구되지만 그런 팀장이 어디 있는가. 팀장의 능력을 슈퍼 급으로 향상시켜놓은 후에 팀제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저항하는 간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슈퍼 급 팀장은 세상에 별로 없다. 직장교육을 시킨다 해서 길러지는 능력도 아니다. 일본의 QCC를 보자. 일본의 QCC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일본의 분임 조장들 모두가 그렇게 훌륭한 능력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낯선 기업들에서 각자가 하는 일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필자가 다수의 팀 중에서 1개의 팀을 맡으면 1등을 할 자신이 있다. 팀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혼자서 일하는 건 바보다. 팀장이 능력 있고 재주 있다고 뽐내면 누구도 따라주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10명의 힘을 합치기는커녕 혼자의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팀장은 10여명의 타인들로부터 최고의 아이디어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팀장이 토의능력이 부족하면 누군가가 팀장의 역할을 비공식적으로 발휘하게 된다. 만일 팀장이 고압적이고 자기보다 훌륭해 보이는 팀원을 견제하면 그는 꼴등을 할 것이며 자연 도태될 것이다. 아마도 그 이전에 꼴등을 하기 싫어하는 팀원들이 정당한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것이 자동제어 장치인 것이다.
"팀제를 실천하려면 팀원의 능력이 먼저 level-up 돼야 할 것 같은데 먼저 교육을 시켜 팀원의 능력을 향상시켜놓고 그 후에 팀제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저항하는 간부도 있다. 건물은 설계 단계에서 시공 및 운영비의 85%이상이 결정된다. 이렇듯 중요한 설계에 힘이 집중되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일하면 그 설계가 어떻게 되겠는가. 팀제는 설계의 완벽성을 보장하고, 생산계획의 완전성, 품질의 완전성을 위해 힘을 합치는 수단이다. 지금과 같은 담당제가 아니다. 기능직에만 머물러 살아오면서 발전이 정지된 사람들에게 맥가이버 능력을 양성시켜주고, 경영자로서의 훈련도 시켜주는 방법이 바로 팀제인 것이다. 지금의 인력 부족한 사람들을 가지고도 지금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는 게 팀제인 것이다.
한국에서 팀제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직급의 포기다. 한국인들은 직급을 참으로 많이 내세운다. 하지만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직급 같은 거 따지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프리랜서도 좋아하는 것 같다. 프리랜서야말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직급이 없는 것을 프리랜서라고 생각하면 될 터인데도 꼭 누군가를 부하로 거느리며 지시하는 것을 입신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좀처럼 바꾸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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