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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생산성의 걸림돌, 한국적 상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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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09 조회13,5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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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적 상하관계” 유교사상에 물든 동양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상하관계가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문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커다란 사각지대다. 언론보도들을 보면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맡으면서 가장 먼저 변화시킨 것이 한국식 선후배관계라고 한다. 선후배간의 호칭을 생략케 함과 동시에 게임을 촬영한 비디오를 함께 보면서 선배든 후배든 상관없이 “저 순간에서는 이렇게 했어야 했다, 전체적으로는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토의를 시켰다고 한다. 축구의 지혜는 바로 상하관계 없이 이루어지는 자유토의 과정에서 자라났다고 한다.   


간부의 역할은 그의 부하들을 격려하고, 코치하며, 더불어 문제를 찾아내고,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촉진자“(Facilitator)여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공장장을 포함한 모든 간부들이 거의 사무실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으로 출근하고 현장에서 퇴근하면서 문제를 현장에서 발굴해내고, 관련자들을 불러 모아 현장 토의를 통하여 해결책을 마련한다.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헌 건물을 개축해서 사용하려는 기업들이 많다. 헌 건물을 개축하는 작업(renovation 또는 remodeling)과정에서 필자는 한국 간부와 영국 간부들이 일하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이 건물을 지으면 107년 가지만 한국이 건물을 지으면 19년 간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같은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따놓고 영국출신 부사장이 어떻게 일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한국기업이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해 관찰한 적이 있다. 영국 부사장은 아래위가 붙은 작업복 가슴에 녹음기를 차고 랜턴을 들고 스스로 천장 속을 누비며 작업내용을 녹음으로 메모를 해다 밤에 정리를 했다. 남들에게 할당할 일과 자기가 직접 해야 할 일을 정리했고, 지휘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른바 통신지휘라는 것을 했다.


하지만 한국 간부 중에 이렇게 일하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전무는 부장에게 지시하고, 부장은 과장에게, 다시 과장은 대리에게 지시했다. 결국 천장 속에 올라가는 사람은 대리급이었다. 설비들이 얼마나 낡았는지, 갈라진 금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이 성숙할 리 없다. 대리가 관찰한 것을 가지고 결재 서류를 작성해 과장에게 올린다.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상무, 상무는 전무에게 결재를 얻는다. 영국 회사는 부사장 급의 관찰과 판단으로 일을 하지만 한국 회사는 대리급 사원의 관찰력과 판단으로 일을 한다. 영국 회사는 부사장급 아이디어를 사장에까지 관철하는데 1일이면 족하지만, 한국 회사는 대리급 수준의 아이디어를 관철하는 데 한 달씩이나 소비한다.


가장 큰 낭비는 대화의 차단에서부터 발생한다. 부장급만 돼도 현장에 나가려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결재만 하려 든다. 결재를 받으려면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결재가 날 때까지 수많은 근로자들은 작업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현장감이 없다. 그런 간부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려니 보고를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짜증이 난다. 부하 직원은 늘 상사를 교육시켜주지만 상사로부터 받는 도움은 별로 없다. 간부들은 통상 부하들을 신분적으로 차별하려 하고, 부하들의 애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로 하여금 스스로 멀어지게 하는 매너들을 보이고 있다. 겉으로야 네네 하지만 불만은 속으로 곪는다. 간부들이 보이는 행동과 하급자들이 보이는 행동에는 애사심이 나타나 있다. 매우 흥미로운 결론은 애사심은 하급자로 내려갈수록 더 높다는 것이다. 하급자들은 기업을 위해 자신이 사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잘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이 바로 고급간부들이다. 고급간부들이 왜 이런 성향을 보이고 있는지 필자는 생각해 보았다. 생각한 결과를 가장 간략하게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지배인의 생리’라고 생각한다.


통상 음식점은 지배인 체제로 운영된다. 지배인이 어떤 자세를 견지하느냐에 따라 오너의 손익이 결정된다. 지배인의 마음속에 “고객 제1주의”가 자리하고 있으면 흑자를 낼 것이고, 지배인 마음속에 권위의식이 자리하고 있으면 적자를 낼 것이다. 지배인이 고객만족에 제1의 가치를 두고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하면 종업원들은 지배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 오직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반면 지배인이 자기의 권위를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면 종업원들은 고객을 팽개치고 지배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면전에서 아부할 것이다. 종업원의 이런 자세를 지켜본 고객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식당을 멀리할 것이다. 애사심이 있는 간부라면 부하들의 걸림돌이 되지 않고 부하들에게 일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불어넣어주려고 스스로 현장에 나가 앞장 설 것이다. 그러나 애사심이 없는 간부는 자기 책상에 앉아 부하들이 가져오는 결재서류를 놓고 짜증을 낼 것이다.


IBM, GM, NISSAN 등 굴지의 기업들이 한 때 몰락의 수렁에 빠졌던 이유는 관료주의 하나 때문이었다. 당뇨병이 합병증 때문에 무섭듯이 조직에서의 관료주의는 그 하나로 모든 걸 파괴한다. 아래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바로 관료주의 하나가 불러온 합병증들이다.


1) 간부에 대한 불신감: “문제점이나 애로를 말하면 손해를 본다. 어쩌다 할 말을 해놓고는 즉시 후회한다. 수용해주는 것이 아니라 비난과 질책으로 보답 받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2) 관료주의: “결재 때문에 일할 맛을 잃는다. 급하게 돌아가야 할 일이 결재 때문에 지연된다. 문제가 생기면 욕부터 하고 홀딩부터 건다. 그래놓고 해결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한다.”


3) 간부의 무능: “지침도 안 주고 일거리만 던진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4) 신분 차별: “신분 차별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씩 기분이 상한다. 간부들이 협력업체 직원에게 모멸감을 주기 때문에 때로는 뛰쳐나간다. 빠듯하게 운영하는 협력업체에게 갑자기 직원이 이탈하면 사람 구하느라 힘이 들고 대기시간도 늘어난다.”


5) 알력: 심복과 일반간부 사이에 불화가 있다. 최고경영자는 모든 간부들로부터 따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누구만 예뻐한다는 정서가 생기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심복 이외의 모든 사원들의 마음은 싸늘해지게 마련이다. 더구나 심복이 행세를 하면 사정은 더 악화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비록 회계장부에 잡히지는 않지만 엄청난 규모다. 더러는 사무용품을 사는 데까지도 인색하지만 이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6) 서로 미루기: 부품들은 훌륭해도 서로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해당한다. 한국 기업에서는 모두가 담당관이고 담당제 아래서는 각자가 생각하고 각자가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잘못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모든 에러가 다 드러나지는 않는다. 드러나는 에러보다 드러나지 않는 에러가 더 많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한다. 의당히 해오던 일은 묵묵히 하지만 생소한 일이 생기면 서로 미룬다. 살아남으려면 남에게 미뤄야 한다. 


7) 극도의 개인주의: 더러는 간부들이 부하 사원들을 단합시키려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한 달에 한번 씩 있는 분임토의에서도 터놓고 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개인은 담당자이다. 모든 사원은 컨베이어벨트에서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기계와 같이 일한다. 그래서 남의 일에는 매우 무관심하다. 상관의 입장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무리 잘 하다가도 잘못이 드러나면 마음에 상처가 될 만큼 질책을 당하기 때문에 누구나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 달팽이 식으로 벽을 쌓고 자기 일에만 매달리고 자기의 업무를 이웃에 노출하지 않는다. 


8) 문제 은닉하기: 개인이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구조상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다. 구조를 개선해야 문제가 풀리지만 모두가 오해받고 처벌될까 쉬쉬한다.


9) 불안감: 차장 급 이하 사원들에게는 불안감이 많다. 심지어는 부서장급 회의만 했다하면 불안해하는 사원들도 있다. 회의에서 돌아온 부장이 수첩을 책상에 내던지며 “왜 다른 부서장은 어떤 사실을 알고 있던데 나만 모르느냐” 질책한다. 간부회의에 참석하면 누군가가 도마 위에 올라 꾸지람을 받는다. 꾸지람을 받고 돌아온 간부는 부하들부터 질책한다. 그래서 회의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원들이 많다. 


가장 훌륭한 학습 자료는 현실문제다. 가장 훌륭한 교사도 바로 현실문제다. 그래서 선진국 사람들은 문제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의 간부들은 문제를 은닉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훌륭한 학습자료, 가장 훌륭한 교사를 땅속에 묻으려는 사람들에게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위와 같은 문제들은 작은 문제들이 아니라 매우 큰 문제들이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려면 어떤 접근방법이 필요할까?


첫째,  “간부의 현장화“다. 간부들이 앉아서 결재를 하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문제를 발견해내고 문제를 풀면 된다. 부하직원들더러 “언제나 기탄없이 찾아와 문제를 말해 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사원들은 오지 않는다. 간부가 자꾸만 말을 시켜 문제를 유도해야 한다. 경영이란 문제를 찾아내고 풀어 나가는 과정이다. 문제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집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끗발은 리더십이 아니다. 직위가 없어도 능력만 있으면 리더가 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제의 문제로부터 배워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간부들에 대한 평가는 누가 문제를 많이 찾아냈느냐에 지향돼야 한다. 그러면 회의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문제와 건의를 많이 하는 사원이 “골치 아프고 말 많은 친구“로 천대받아왔지만 문제 발굴 능력에 의해 평가하면 이런 골치 아팠던 사원이 최고의 사원이 될 것이다.


둘째, “상처를 주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거는 것이다. 고압적 명령조의 지시는 없어져야 한다. 문제가 보이면 잠시 일을 멈추게 하고 여럿을 모아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은닉하지 않고 화기애애해지며 따르게 된다. 화가 나면 잠깐 참고, “내가 저들에게 친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 풀기를 주도할 때, 저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겠나”를 먼저 상상해 보자. 그들이 웃고 따라줄 때 간부는 점점 더 존경을 받게 되고 현장에서 배우며 그 배운 것을 가지고 지휘를 함으로써 더 많은 따름을 받을 수 있다. 게으른 사람, 일을 귀찮아하는 간부일수록 짜증을 쉽게 내고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셋째,  “신분차별을 하지 말자”는 슬로건을 내거는 것이다. 직급이 낮은 사원과 하청업체에 대해 우리는 동양적 사고방식으로 신분차별을 해왔다. 한국식 밥그릇 문화 때문이다. 목사들 사이에도, 의사, 교수 사회에서도 밥그릇 문화가 존재한다. 예체능 계 대학생간의 밥그릇 문화는 군대보다 더 심하다. 관료주의, 권위주의에 젖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아랫사람에게 권위로 대해야 무서워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전 사회적으로 없애려면 특별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할 수 있다. 조직에는 언제나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쉽게 주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사람일수록 스스로는 남으로부터의 상처를 더욱 참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아랫사람들과 자주 부딪치고 갈등을 빚는다.


갈등의 원인은 대부분 윗사람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장에 관한 한, 현장 사람들의 말을 소중하게 취급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겨주어야 한다. 아랫사람들과 부딪치는 사람은 많은 사원들의 힘을 창출해내지 못하고 그들의 힘을 뺀다. 기업은 법원이 아니다. 잘잘못이야 어떻든 간에 부하들과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간부는 기업의 생산성을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해야 한다. 법원에서처럼 따져보면 아랫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윗사람은 민주적 토의나 설명을 통해 아랫사람들을 납득시켜야 한다. 권위는 솔직한 데서 나온다. 실력과 설득력이 곧 신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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