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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통일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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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27 조회11,8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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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7)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욕구는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외이 주민들의 욕구와 마이애미 주민들의 욕구가 같을 수 없다. 수천 수만 개 지역 단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멀리에 있는 중앙정부가 모두 만족시켜 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의 욕구는 지역정부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삶의 질에 대한 정당한 욕구는 지방 정부의 역할 증대를 강요하고 있다. 지방 정부의 역할이 증대될수록 중앙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고 그 대신 고급화돼야 한다. 삶의 질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이 바로 이러한 지방 우위 시대를 가져오는 것이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는 과거와 같이 단순한 규정이나 법령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 규정과 법령을 가지고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주민에게 인허가를 내줄 수는 있어도, 다양한 욕구들을 능동적으로 만족시켜 주거나 지방 주민의 프라이드를 자극하고 결집시켜 가치를 창조해 내지는 못한다. 이제까지의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의 시책을 강요하기 위해 파견된, 주민 위에 군림하는 지방 관청에 불과했지만, 앞으로는 지방 주민의 프라이드를 결집해서 지방의 번영을 추구하는 경영체여야 한다.

만일 중앙 정부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전개한다면 지방주민은 중앙정부에 당당히 맞설 것이다. A지역을 위해 B지역 주민이 희생할 수 없다. A지역의 쓰레기를 B지역에다 처리하려면, A지역 주민은 B지역 주민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B지역에 핵 페기물 저장 시설을 설치하고 싶으면 중앙 정부는 B지역에 상응하는 반대 급부를 지불해야 한다.

[씨 프린스호]가 사고를 내서 사고 지역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먼저 중앙 정부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 그 후 중앙 정부는 법적인 영향력을 이용해 선박 업자로부터 그 돈을 받아내야 한다. 이렇게 골치 아픈 사례를 줄이기 위해 중앙 정부는 보험 시스템 개선과 사고 예방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중앙 정부 본연의 역할이요 임무인 것이다. 중앙 정부는 이제 과거처럼 권력만을 가지고 게으르고 편한 방법으로 국민의 손실을 강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제는 국민에게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지방과 지방 사이의 거래 가격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분석력을 필요로 한다. 경영의 과학화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돼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원가와 기회 비용에 대한 개념이 전 주민에게 확산돼야 한다. 분석력 없는 지방 정부는 다른 지방 정부나 중앙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사이에, 그리고 지방 정부 상호간에는 기업 개념에 입각한 엄격한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한 국가 안에서 너무 하지 않으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지방 경영은 그만큼 지체될 것이다.

정치가의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옛날에는 깨끗하고 자기 신념에 충실한 사람이면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가장 유능한 경영인이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한때 기업인으로 일했다 해서 훌륭한 경영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 한국 기업인들은 편법과 불법에 너무 많이 익숙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옳지 못한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과 고정 관념의 벽이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많은 이들이 경영을 오해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경영의 최고 가치라고 잘못 생각해 온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독약이었다. 잘못된 가치관 때문에 많은 기업인들이 단기 업적에 눈이 멀었다. 단기 이윤을 높일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비리와 불법이었다. 이것을 우리는 한국적 경영이라고 여겨 왔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경영간부는 승진을 할 수 없었다. 업체는 돈을 벌었지만 그 돈은 국민의 행복과 사회적 공동 가치를 파괴해 가면서 얻은 돈에 불과했다.

만일 이런 기업에서 출세한 사람이 지방 정부의 경영을 맡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가장 훌륭한 경영은 인간의 행복을 목표로 한다.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가장 훌륭한 족적을 남긴 기업가들은 모두 인간의 행복을 기업 목표로 정했다. 인간의 행복이란 첫째, 근로자의 행복이요 둘째, 고객의 행복이다. 근로자와 고객의 행복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추구하면 이윤은 스스로 찾아온다. 우리나라 지방 자치제의 경영도 바로 이러한 것이라야 한다. 사회정의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극대화하는 것이 경영의 극치인 것이다.

기업도 분권화해야 발 빠른 국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남한 사회도 지방별로 분권화해야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구태여 이런 분권화 추세를 역행하면서까지 골치 아프게 통일할 필요가 뭐 있느냐는 정서가 싹트게 될 것이다. 북한은 북한대로 잘 살고 남한은 남한대로 잘 살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참견하지 않아도 북한은 세계 무역 기구 시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으며, 통일이 된다 해도 북한은 지방별로 쪼개져서 제각각 독립 채산제에 의해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치 남한의 A지역은 A지역대로 자기 살림을 하고, B지역은 B지역대로 자기 살림을 해야 하듯이, 북한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지방화 독립 채산제하에서는 남한의 누구도 그들을 금전적으로 도와줄 수 없지 않은가.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북한에 바라는 것은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서로 잘 살아 보자는 것뿐이다. 만일 북한이 우리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것이며, 민족은 얼마나 번영할 것인가. 세계의 다른 민족들이 긴장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때, 우리는 늘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공포를 잠재의식 속에 묻고 살아가지 않는가. 다른 민족들이 사회 간접 시설을 풍부하게 가꾸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마어마한 돈을 모두 휴전선이라는 블랙홀에 쏟아 붓고 있지 않은가. 다른 나라 청년들이 경제전에 투입되고 있는 지금, 남북한은 이들의 고귀한 시간을 가장 못난 방법으로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 30만명의 청년이 매년 얼마만큼의 부를 창조할 수 있는가. 10조의 국민 총생산을 창조할 수 있다.

긴장을 해소하고 민족이 공동으로 번영할 수 있는 기초를 하루라도 빨리 마련하고싶지 않은 국민은 없다. 그 기초란 무엇인가. 거의 모든 국민들은 이를 ‘통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과연 ‘통일’만이 해결책인가. 이제까지는 ‘통일’이 가장 훌륭한 해결책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는 막연한 생각이었지 분석된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 가능하다 해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너무나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이 희생돼야 한다.

긴장 해소와 민족의 공동 번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통일’말고도 또 하나 있다. 바로 남북한이 각각 독립 국가로 갈라서는 길이다.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하고 상대방을 겨뤘던 총부리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이는 외교 역량과 리더십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라도 가능하다.

세계화와 지방화라는 전세계적인 지각 변화는 고르바초프라는 한 사람의 정치가가 세계를 얼마만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생생한 증거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전쟁을 지르고서도 얻을수 없는 엄청난 변화였다.

여기서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이 있다. 가장 위대한 변화는 물리력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신사고에 의해 얻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도요타의 과학화 시스템은 ‘다이이찌 오노’라는 한 사람의 신사고가 만들어 냈다. 자존심의 나라, 프랑스는 ‘드골’이라는 한 사람의 신사고가 만들어 냈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도 이러한 신사고가 필요하다. 지방화 시대에는 분단의 고착화가 바로 통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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