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고려대 독문학과 교수가 “´동독의 서독 반감´ 통일 독일? 아직 멀었다”라는 제하의 글을 읽었다. 독일이 통일은 됐지만 문화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 양극화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한다. 동독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요원하다고 한다. 동독 주민의 40%이상이 정부 지원으로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다 한다. 도시지역의 어린이들 30%이상이 극빈계층에 속한다고 한다. 서독국민은 1등국민, 동독국민은 2등국민이라는 불만도 팽배해 있고, 동-서독 주민들 간의 불신과 적대감이 팽배하고 있다 한다.
동독의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습격을 당할 가능성이 서독지역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범죄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오랜 동안 공산주의 치하에서 피동적으로 움직이던 사람들이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게르만 민족이지만 그들은 45년 동안 이질 환경 속에서 생활했다. 쌍둥이를 낳아 한 사람은 도시에서 살았고, 한 사람은 밀림에서 타잔으로 살았다. 이렇게 다르게 성장한 형제를 한 집에 살라하면 날마다 바람 잘 날 없을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부자지간에도 살인이 나지 않는가? 서독사람들도 불행하고 동독 사람들도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통일이라면 안 한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민주노총, 전교조, 한총련, 기타 좌익들과 한 하늘 아래 사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 국회에서 활동하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기식 교수는 그의 글에서 진정한 독일 통일은 다음 세대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동-서독은 45년 동안 이질 체제에서 살았지만 남북한은 벌써 65년 동안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이질 문화권에서 살았다. 거기에다 동독 문화권은 북한 문화권보다는 그래도 양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식 교수는 세대가 바뀌어 어린이가 어른이 되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그런데 필자는 바로 이런 희망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분열 상태를 보자. 가장 큰 분열은 이념적 분열과 지역적 분열이다. 영남과 호남 간의 분열 즉 지역 간의 적대감정은 세대가 바뀔수록 더욱 더 깊어만 왔다. 이제는 영남-호남 간의 분열이 호남-비호남 사이의 분열로 확대됐다. 이런 사실을 보면 동독과 서독 사이의 반목과 차별이 세대가 바뀐다 하여 호전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부모의 생각이 오히려 자식 대에 가서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되고 있음을 우리는 관찰해 왔다. 그래서 빨갱이가 유전되고 정신적 연좌제가 대대로 계승돼 왔다. 이렇게 볼 때 동-서독간의 불신과 반목은 새로운 세대에 가서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통일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우리도 독일처럼 통일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까, 아니면 우리는 절대로 통일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할까?
약육강식 시대에는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아야 먹히지 않았다. 그 때는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만큼 큰 땅에 4백만이 사는 싱가포르도 남에게 먹히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 유럽 국가의 선진국들 중에는 우리나라보다 작은 나라들이 아주 많다. 세상의 시스템이 달리진 것이다.
이질적인 성향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분리해서 살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이냐, 삶의 질이냐, 우리는 이것부터 확실하게 정의한 다음 대북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 아마도 이 글은 대대수 국민들의 정서와 어긋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막연히 형성된 정서와 분석은 다를 수 있다. 분석을 정서로 뒤엎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09.11.19.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