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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남북 분단이 문제냐, 남남 분단이 문제냐(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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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28 조회12,5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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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이 문제냐, 남남 분단이 문제냐(8)


우리가 그처럼 외쳐 왔던 통일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38선에 설치된 눈에 보이는 장벽을 허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보이는 장벽만 허물자고 해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38선의 장벽이 우리의 행복을 허물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장벽들은 더 많은 행복을 허물어 왔다.

상가 앞에서 짐을 싣기 위해 차를 세웠더니 공무원이 숨어 있다가 쏜살같이 나타나 벌금 딱지를 붙이고 사라져 버렸다. 그 때의 공무원은 김일성보다 더욱 미웠다. 피부로 절실하게 느껴지는 아픔은 ‘남북분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갈래갈래 갈라 놓은 ‘남남 분단’ 들로부터 오는 것이다. 공무원과 국민과의 관계는 우호 관계가 아니라 불신의 관계요 적대 관계다. 이 불신의 벽이 허물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쉽게 허물 수 있는 벽도 허물지 못하면서 그 엄청난 능력을 요구하는 남북 분단의 벽을 어떻게 허문단 말인가. 북한 내에도 엄청난 분단의 벽들이 있을 것이다. 남남 분단의 벽도 허물지 못하면서 어떻게 북한내에 있는 그 많은 벽들을 허물겠다는 말인가.

기업체에서는 경영진과 근로진간에 적대 관계가 형성돼 있다. 경영진 내에서도 부서와 부서 간에 만리 장성이 놓여있다. 미국에서 리엔지니어링 바람이 불기 직전, 미국의 전형적인 대기업의 경우, 경영진, 관리진 그리고 근로진 상호간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전체 매출액의 40퍼센트를 넘는다는 보고서가 나왔었다. 이런 분석 방법에 따른다면 남남 분단으로부터 유발되는 연간 손해는 아마도 100조 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 .

선진국에서는 경영 혁신과 품질 혁신에 모든 근로자가 참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혁신 운동에 근로자를 참여시킬 수 없다. 분규만 일으켜 주지 않으면 최고라는 것이다. 이러한 업체들에게 선진국과 같은 경영혁신이 확산 된다면 생산성은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향상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같은 상품을 선진국에서 사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싼값으로 사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생산성이 지금의 2배로 상승된다 해도 국제 경쟁력에는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근로진에게 훌륭한 강사를 초청해 주면 자기들을 세뇌시켜 일을 더 시켜 보려는 공작이라고 무조건 저항한다. 이 얼마나 불신의 장벽인가. 그러나 잘못은 근로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불신을 유발시키고 경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경영진에 더 많다. 이렇듯 남한 내에 잇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품질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북한인들의 기업 활동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조그만 조직에서나마 노사간의 불신의 벽을 깨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불신의 벽을 깬다는 것이 얼마만큼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한다. 열정, 인내, 자기희생,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설득력이 없다면 아무리 작은 집단 내에서도 벽을 헐지 못한다. 일개 가정에서도 식구들 간의 분단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벽을 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내에 있는 벽돌을 깰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38선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다.

기업과 국민들 간에도 불신의 적대 관계가 형성돼 있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철칙으로 생각한다. 최고 경영자가 이윤 극대화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니까 그 밑에 있는 경영진들 역시 줄줄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매진하게 된다. 단기 이윤을 올려야 승진을 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들은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러 온 것이다. 고객도 그들에겐 이윤 추구의 대상이요, 근로자도 이윤 추구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니 고객이 기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었겠는가. 목전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 결국은 기업의 장래를 허물고 있는 것이다.

하청 업체도 이윤 추구의 대상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하청 업체 간의 관계가 적대 관계로 증폭돼 왔다. 다시 한 번 태어난다면 대기업의 구매 담당관 노릇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하청 업자들의 소원이다. 납품가를 가지고 울리고 품질이 나쁘다고 울리며 납품량을 가지고 울린다. 대기업은 조립 업체다. 조립 과정이 아무리 훌륭해도 하청 업체에서 납품되는 소재나 부품의 질이 불량하면 그 제품은 불량품인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과 하청업체와의 관계를 가지고는 절대로 국제 수준의 품질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이러한 벽을 허무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정부에는 이러한 리더십이 없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폐수도 방류했다. 물론 몰래 오폐수를 방류하는 커닝 정신은 전 사원의 정신을 커닝 정신으로 물들게 할 것이다. 커닝 정신에 물들어 있는 사원들로부터 무슨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더러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마저도 회사를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정경유착에 의해 독점 가격을 받아왔기 때문에 커닝 정신을 가지고도 업체가 성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의 국제 경쟁에서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누군가가 리더십을 발휘해 줘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과 국민들간에 형성된 이러한 불신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불신의 벽들은 온 사회에 만연돼 있다. 협회와 협회원 간에도 불신의 적대 관계가 형성돼 있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도 불신의 적대 관계가 형성돼 있다. 통일은 민족의 염원이라면서 사회적 갈등 관계를 통일하는 일은 민족의 염원이 아니란 말인가. 왜 가까이 있는 통일은 외면하면서 멀리 있는 통일만 추구하려 하는가. 왜 파급 효과가 큰 통일은 외면하고 파급 효과가 비교적 적은 통일에만 집착하는가.

통일이 된다면 우리는 북한 주민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인가. 개업을 하려는 북한 동포에게는 공무원에게 떡값을 주는 방법을 일러 줘야 할 것이다. 건설업을 하려는 동포에게는 그 복잡한 건설 비리에 대한 메카니즘과 부실 공사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손쉬운 일은 아마도 식당을 차리는 일일 것이다. 식당을 차린 동포에게는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구청 내에 있는 위생과, 도시 정비과, 보건과, 그리고 소방서와 경찰서 등에서 줄줄이 나오는 공무원들에게 어떻게 뇌물을 주라는 내용을 복잡하게 일러 줘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순진하게 살아 왔다. 이렇게 어려운 사회에서 그들은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50년 동안 익숙했던 북한 사회를 다시 그리워할 것이다. 그들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려면 통일을 되물어 줘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형식의 통일]이 아니라 [마음의 통일]을 원해야 한다. 정치가들을 위한 통일이 아니라 민초들을 위한 통일을 원해야 한다. 정치가들을 위한 정치적 통일은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지만 민초들을 위한 통일은 아무런 희생 없이도 가능한 것이다.

각각의 몫을 국경선으로 보장해 주고, 행복을 추구하는 각기의 생활 방식을 지방 자치제를 통해 존중해 주며, 누구나 군사적 긴장이 없는 양개 사회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할 수 있으면 우리에겐 그것이 바로 통일인 것이다. 그 이상의 형식적인 통일은 그것이 주는 선물에 비해 너무나 엄청난 비용을 강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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