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땅굴 탐사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SBS가 이기적으로 이용했다?
민간 땅굴 탐사자들은 서로 똘똘 뭉친 사람들입니다. 지금은 남굴사를 중심으로 이들이 뭉쳐있지만 소신에 따라 각기 일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창근씨는 지금도 가산을 축내면서 혼자 다닙니다. 박찬성 북핵저지시민연대 대표도 땅굴에 대한 열렬한 일꾼입니다. 그는 지금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많은 애로를 겪고 있는데 그 이유는 2000년, 연천 땅굴 확인을 위한 2억원짜리 테이프를 제작하는 데에 기인한다고 합니다.
연천 제5땅굴은 이창근씨의 주도로 굴착됐고, 이창근씨의 주도로 SBS에 접촉이 되어 2000년 3월2,3,5.에 각각 3차례 방영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대중씨가 그건 자연동굴이라고 서둘러 막아주었고, 이어서 국방부 땅굴 담당자 심원홍 등이 SBS를 상대로 민사소송 3억원 어치를 제기했습니다. [안보] 문제에 관한 한, 검사와 법관들은 의례 국방부의 의견에 치중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양쪽이 팽팽히 맞서있는 순간 박찬성 대표가 결정적인 일을 했습니다. 그는 80여 개의 민간 기구가 참여하는 "제5땅굴진상규명시민연대"(02-730-1730-4)를 조직하여 비디오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직경 6인치(15cm)의 시추공을 직경 60cm로 확대했습니다. 깊이 42m에서 땅굴이 나왔습니다. 직경 6인치였을 때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었지만 직경 60cm로 넓히자 사람이 밧줄을 타고 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의협심 있는 잠수부가 목숨을 걸고 66회의 잠수를 했고, 13회에 걸쳐 수중 촬영을 했습니다. 상상을 해보십시오. 저는 그 잠수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너무 무서웠다고 회고합니다.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애국심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사진 촬영 결과를 분석한 사계의 전문가들이 땅굴임이 틀림없다는 진술과 함께 이유들이 비디오에 담겼습니다. 지질학 교수, 발파전문가, 굴착전문가, 화약전문가 등 8명이었습니다. 참고로 2003.6.26 국방부가 화성땅굴 현장으로 초대한 토목공학 교수(정형근 박사, 토목학계의 1인자) 역시 그 2억원 짜리 비디오를 보았다며 [연천 땅굴은 분명히 인공 땅굴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바로 이 테이프가 SBS에 제공됐습니다. 이 테이프 하나로 SBS측은 땅굴이 틀림없다는 증거와 8명의 증인을 확보한 셈이 됐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는 이에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땅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찌 되었겠습니까? 누구든 법관이 SBS의 손을 들어주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연천의 제5땅굴은 정말로 남침땅굴이다"라는 판결문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5땅굴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연동굴이다"라고 못박은 곳입니다. 이렇게 되면 판사가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 됩니다. 판사가 "판결" 대신 "결정"이라는 수습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믿어집니다.
제가 서울지법남부지원에 가서 재판문서를 복사해 왔습니다. 그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1. 재판과정에서 군이 유리했다면 군이 "강제조정"에 응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2. 강제조정 내용은 실로 군에 매우 굴욕적인 것들이 들어 있다.
첫째, 군은 소장에 요구한 청구 내용 4개항 모두를 포기한다.
둘째, 여기에 추가하여 군은 제5땅굴 문제로 SBS에 민사 및 형사 소송을 하지 않는다.
셋째,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넷째, 군이 SBS에 요구한 "육군정보참모부장 앞 서신"은 일체 외부에 공 개하지 않는다(단 국정조사 등에는 예외).
SBS측 말을 들어보면 군은 마치 "살려달라"는 식으로 "육군 정보참모부장 앞 서신" 하나를 SBS에 구걸(?)했다 합니다. 그 서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지난번 방송에는 군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유감으로 생각한다. 2. 앞으로는 관련부서의 입장을 반영하여 보도의 공정성을 높이겠다.
이 서신내용은 아무리 봐도 땅굴 담당자들이 윗선에 체면치례를 하기 위해 사용될 수는 있어도 외부적으로는 전혀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를 놓고 지금 저를 고소한 땅굴 담당자들은 "SBS가 사과문을 써주었기 때문에 소를 취하했다"며 오리발을 내밉니다. 사과문을 써주었느냐고 SBS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펄쩍 뛰더군요. 생 거짓말이랍니다.
이 송사 말고도 SBS는 기무사와의 소송 등 군과 몇 가지 소송이 걸려 있답니다. SBS가 강제조정에 응하는 대가로 군은 다른 소송들을 취하했다 합니다.
총 결산하면 군은 SBS에 굴복한 것입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인 꼴이 됐습니다. 첫째, 소장에 기록된 4가지 청구내용을 포기했고, 둘째, SBS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셋째, 군이 SBS를 상대로 걸었던 이전의 소송들을 취하했습니다. 반면 SBS는 잃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재판장은 "판결"을 피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상과 같이 강제조정 결정문 내용을 분석해 보면 연천 5땅굴은 법정에서 "사실상의 인공땅굴"로 가려진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남습니다. SBS가 법정에서 유리해진 이유는 그 2억원짜리 비디오테이프 때문이었습니다. 그 비디오 테이프는 어떻게 만들어 졌습니까? 이창근씨 및 박찬성씨의 금전적 공헌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그리고 목숨을 건 잠수부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SBS가 이기기를 바랐지 그걸로 협상을 하라고 그 값진 테이프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후 박찬성 회장과 이창근씨가 당시 SBS 보도국장을 이남기씨를 찾아가 항의를 하였습니다. 그들간의 대화록이 보존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창근씨는 SBS가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SBS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03. 10. 2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