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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신용사회 건설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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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7:37 조회13,2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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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건설 시스템

빚 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는 선진국에서는 없는 병이다. 보증을 서주면 빚을 갚을 때까지 마음고생을 해야하고, 서주지 않으면 관계악화는 물론 보복까지당한다. 가정이 파괴되고, 심지어는 온 가족이 집단 자살하는 끔찍한 일도 있다. 퇴직금도 차압당하고 잠적해 다니는 기막힌 사연들도 있다. 빚 보증제를 하루 빨리 불법화시켜 선량한 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미국인은 자기신용으로 살아간다. 자기신용이 없는 사람은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신용은 어떻게 파악되는가? 개인별 기록에 의해 파악된다. 미국에서는 누구나 현금 사용을 기피하고 카드를 사용하려 든다. 카드를 사용해야만 거래 액이 기록되고, 그 거래 액이 바로 신용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이렇게 기록된 개인의 신용정보를 가지고 대출 조건을 결정한다.

한국의 은행들은 이렇게 중요한 신용정보를 기록해두지 않고 채무자 또는 빚 보증인
의 담보물을 저당잡고 돈을 내주는 전당포 역할만 수행한다. 정부는 말로만 신용대출을 늘리라고 주문할 것이 아니라 안이하고 불건전한 길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은행들은 어렵고 성숙된 선진화의 길을 택하게 된다.

기업의 거래량은 가장 훌륭한 신용자료다. 거래량을 신용으로 활용하면 기업 역시 은행지로를 통해 실명으로 결재하려 들것이다. 한국에서 더 시급한 제도는 금융실명제가 아니라 거래실명제였다. 그랬어야 신용사회 건설이 앞당겨졌을 것이다. 돈을 받으러 다니느라 길에 쏟아 부운 시간, 돈이 얼마이며, 포기된 생산성과 인간의 고뇌가 얼마인가?

한국사회에 미국인들을 이민시키고, 미국사회에 한국인들을 이민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한국에 사는 미국인들도 한국인들보다 나을 것 없고,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미국인들보다 못할 것 없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다수민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무질서할지도 모른다.

남의 돈을 갚지 않고도 떳떳이 지낼 수 있는데 어찌 모든 사람들이 줄 돈을 제 날짜
에 척척 갚으려 하겠는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신용시스템 자체가 남의 돈을 떼먹을 수 없도록 설치돼있기 때문에 제 날짜에 척척 갚는다. 돈을 갚지 않는 개인과 기업은 수금대행기관에 고발돼 신용불량 리스트에 오른다. 그런 업체에겐 신용거래가 차단된다.

작은 돈을 갚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은 신고되자마자 판사의 법 집행 명령이 발동된다. 변호사가 필요 없이 판사가 마을회관에 나와 판결을 내주고 갚을 날짜를 지정해준다. 미국인들이 저절로 신용을 잘 지킨다면 미국에 왜 이런 시스템이 거미줄처럼 짜여져 있겠는가?

게으른 사람은 응당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열심히 뛰는 사람이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자영업자 수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DJ정부에서 60%정도가 퇴출 됐다는자료가 있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현금으로 지급해가면서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설치해줬지만 거의가 다 외상이다. 일부만 주고 나머지는 끈질기게 주지 않는다. 결제만 잘해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사회적 결제기강의 문란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죽지 못해 일은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빚만 늘어간다. "에이! 더러운 세상, 전쟁이나 확 터졌으면 좋겠다. 전쟁이 터져야 그 피 말리는 빚 독촉이 없어질 것 아니냐". 빚을 안 갚는 사람에게 신고만으로 판사가 명령을 내리고 법 집행을 강제해주는 단순한 재판 시스템이 미국에는 있는데 왜 한국엔 없는가?

90일 이내에 돈을 갚지 않는 사람의 신용이 수금대행기관에 의해 기록되게 하는데 누가 감히 돈을 떼어먹겠는가? 신용사회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건설되는 것이지 앉아서 의식개혁만 외친다고 건설되는 게 아니다. 위와 같은 종합적인 신용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으면 한국의 자영업체는 물론 중견기업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신정부가 경제개혁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보여준 개혁 내용은 겉만 칼질하고 시장경제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즉 보이지 않는 손을 설치하는 개혁내용은 방치해왔다.

3주 전, 나는 지난 정권들에게 경제각료와 경제 수석들을 지낸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재기율"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결재 기율이 확립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중소기업, 자영업이 살아갈 수 없다. 결재기율만 확립해주면 나도 출판업을 하고 싶다. 그것만 확립해주면 일자리는 금방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으면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일축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원칙과 정의를 무시하는 사람들, 고정관념을 가지고 국가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에 의해 망가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이들은 "기술", "연구개발", "경영혁신" 같은 낱말들을 토해낸다. 하지만 "결제기율"은 이 모든 것에 앞서는 가장 중요하고 긴급을 요하는 과제다. "결제기율" 없이는 절대로 경제강국이 될 수 없고, 경제발전에 가장 큰 병균인 "도덕적 해이"도 치유할 수 없다.


2001.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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