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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둔한 국민들이 지도자 잘못뽑고 ‘방성대곡(放聲大哭)’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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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elotin 작성일11-10-05 18:48 조회1,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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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잘못뽑고 ‘방성대곡(放聲大哭)’ 하기
베를루스코니, 오바마, 이명박의 공통점?
운동권 정치의 끝은? 

대통령, 의원, 지자체장, 도,시,군의원, 교육감, 등 선출직 공약, 선동한 말대로 됐으면 대한민국은 금으로 지운 집에, 금이불을 덮고, 금 도로, 금차에 금옷을 입고도 남을것...그러나 당사자 그놈들이나 찍은 놈들이나 전부 개종자 밖에 이상돋 이하도 아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고대 유적지이자 박물관입니다.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다 시내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해 관광버스로는 구경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대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관광을 하게 되지요. 시내버스를 타면 만나게 되는 불청객이 악명 높은 로마의 소매치기들입니다.

어떤 때는 버스 안이 관광객이 반, 소매치기가 반입니다.

 

소매치기들은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다가 관광객이 탄 버스가 오면 떼지어 올라와 작업을 합니다. 부모자식이 함께 팀을 이뤄 아이가 이쪽에서 바람을 잡으면 부모가 저쪽에 잽싸게 관광객의 주머니나 핸드백을 터는 일도 흔합니다. 가족 소매치기팀이 이렇게 번창하고 있는 도시가 2,700년 역사의 고도 로마지요.

 

이탈리아는 연간 수백억 달러의 관광수입으로 유로존 3위의 경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라면 외국인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소매치기 범죄만큼은 벌써 뿌리 뽑혔어야지요. 헌데 이 나라의 공권력은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입니다.

 

거리에서는 경찰이 소매치기로 보이는 무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라의 또 하나 아름다운 관광 도시인 나폴리의 명물은 좁은 주택가 골목길에 울긋불긋 나부끼는 빨래입니다. 여자들의 속옷 따위가 어지럽게 걸려있는 결코 아름답지 않은 이 주택가 빨래널이를, 이 사람들은 "이탈리아 시민의 체취가 묻어있는 볼거리"라며 관광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로마의 가족 소매치기단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방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 다음으로 국가부도 위기를 맞을 유로존 국가로, 세계는 지금 이탈리아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9 S&P는 이 나라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시킴으로써 디폴트 우려를 한층 증폭시켰습니다. 2010년 이탈리아의 GDP 197백억 달러로 한국의 2배 수준이지요. 허지만 GDP대비 국가채무는 이미 120%를 넘어서 프랑스, 독일 등의 긴급지원을 받지 못하면 국가 부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유로존의 많은 국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총리라는 사람은 엽색(獵色) 놀이 하느라 국정은 나몰라라입니다. 침실은 행복이고 총리실은 고통이며, 여자들과 노는 게 본업이고 총리는 부업이라는 일흔네살의 재상. 축구클럽 AC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한 실비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풍전등화 꼴의 이탈리아를 통치하고 있습니다. 국가 신용 등급이 강등되던 날 베를루스코니의 적나라한 엽색행각을 증언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현지 언론에 공개 돼 정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현재 사기와 권력 남용, 미성년자 성매매 등과 관련해 세 가지의 별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파렴치 중범죄라면 '혐의' 만으로도 스스로 사임하거나 탄핵 등 정치적 절차를 거쳐 물러났어야 옳습니다. 헌데 이런 '엽기 총리'도 관광상품인지 이탈리아 국민은 재판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총리의 추잡한 '포르노 편력'을 애이불비(哀而不悲) 즐기며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총리는 어느 날 밤 11명의 아가씨가 대기하고 있는데 8명밖에 사랑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합니다. 2008 9월엔 교황과 영국총리, 프랑스 대통령, 독일 총리와 연이어 회담을 갖느라 '끔찍한' 한주를 보냈다고 불평합니다. 여배우, 기상 캐스터, 모델, 매춘부 등을 조달해 주는 현대판 채홍사(採紅使) 노릇을 한 잠폴로 타란티니와의 통화에서 드러난 내용입니다. 매춘을 알선한 타란티니는 감옥에 들어가 있는데 매춘 당사자인 총리는 버젓이 현직에 앉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6~7위의 경제대국이자 고대 로마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안고 사는 이탈리아 국민들은 잘못 뽑은 지도자의 정치적 실정과 도덕적 일탈을 바라보며 어떤 심정일까요? 민주주의 강점은 나라를 잘못 이끌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 지도자를 선거를 통해 언제든 축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정도는 잘못된 지도자를 뽑을 수 있지만 두 번은 어림없지요. 헌데 이탈리아 국민들은 1994, 2001~2006년에 이어 2008년에 베를루스코니를 세 번이나 총리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 그 국민에 그 총리라면 자존심 강하다는 이탈리아 국민들 열 받겠지만 불수다언(不須多言) 사실입니다.

 

 

베를루스코니, 오바마, 이명박의 공통점?

 

배우자 잘못 선택해 "아이고, 내 팔자"하며 가슴을 치는 영어 버전에 '바이어스 리모스'가 있습니다. 리모스(remorse)는 후회, 양심의 가책 등의 뜻이 담긴 명사니까, "물건을 사고 나서 뒤에 잘못 샀다고 후회하는 소비자"라는 뜻입니다. 이말이 정치적 의미로 바뀌면 베를루스코니 같은 정치 지도자를 잘못 뽑아 고통 받으며 후회하는 이탈리아 국민들의 요즘 마음 같은 뜻이 되지요.

 

멀리 이탈리아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미국인의 60%가 후회한다는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한국인의 60% 이상이 가슴을 친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바이어스 리모스의 대상입니다. 오바마의 국정 지지도가 40%대로 급락하면서 4년 전 민주당 경선 맞수였던 클린턴 국무장관의 인기가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그때 클린턴을 찍었어야 하는 건데…"하고 가슴을 치는 미국인이 60% 이상이고, 심지어 공화당 유권자의 39% "힐러리가 대통령이 됐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실업 등 경제난 해결은커녕 정치적 내공과 리더십도 점차 잃어가고 있어, 경제가 호전되지 않는 한 내년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버리고 민주당도 예비경선을 해야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습니다. 이 경우 민주당의 대타로는 이변이 없는 한 힐러리 클린턴이 떠오를 겁니다.

 

한국의 유권자 다수도 이명박 대통령 찍은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허지만 대선 상대였던 민주당의 정동영한테 됐어야 하는데…하고 리모스 필링(remorse feeling)을 갖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대신 떠오른 게 안철수지요. 안철수의 참신성, 순수성, 도덕성, 전문성 같은 덕목이 독선적 구태정치의 상징적 인물처럼 비친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다음 대통령은 안철수"라는 '이종(異種) 바이어스 리모스' 현상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릇엔 독이 뭍어있어 그 독이 식수원 강물을 오염시켜 2차로 국민이 그 물을 마시게 한다.

  

 

운동권 정치의 끝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0.26 보선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요즘 뜬금없는 '운동권 정치'가 판세를 흔들고 있습니다. 여당과 제1야당은 후보도 못 내고 눈치싸움, 기싸움이 한창인데, 시민운동권 출신의 두 명망가가 하나는 범야 단일후보, 다른 하나는 범보수 시민후보라는 거창한 명패를 달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습니다.

 

진보좌파 색깔의 박원순과 보수우파 성향의 이석연 두 사람입니다. 헌정사상 여야 양대 정당의 입당 권유를 뿌리치고 당 밖에서 '운동'이나 하며 떠돌던 인사가 선거를 독자적으로 치르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안철수 바람에서 입증됐듯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후보로 나서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이들은 판단한 것 같습니다.

 

운동권 출신답게 이들의 선거 캠페인은 거칠고 공세적입니다. 시장바닥 등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파고드는 박원순 후보는 가는 곳마다 "5~10년이면 세상을 싹 바꿔버릴 자신이 있다"고 강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석연 후보는 한나라당을 향해 "시정잡배도 안하는 짓을 한다"고 거친 비판을 토해냈습니다. 자신을 입당시켜 경선을 치르려는 당 지도부에 배신감을 느낀 듯합니다. 당내 기반이 없는데다 인지도도 낮은 그가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해 후보자리를 거머쥐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그는 합의 추대 형식으로 한나라당 후보가 되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범야 후보인 박원순과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나경원이라는 확실한 후보가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경쟁력이 의심되는 이석연을 단지 참신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후보로 추대할 수는 없었겠지요.

 

이석연은 지금 어떤 경우에도 후보를 사퇴하거나 한나라당 후보와의 최종경선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의 최종경선에서 이겨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고, 여권에서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와 시민후보 이석연이 독자 출마할 경우 보수표의 분산으로 박원순의 낙승이 점쳐집니다. 물론 세불리를 느낀 이석연(혹은 나경원)이 사퇴를 해 민주당 단일후보로 나설 박원순과 11 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요.

 

시민운동은 권력 감시가 본령입니다. 권력을 감시하며 맞서 싸우던 운동가가 스스로 권력자가 되어 권력의 감시를 받아야하는 입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5년에서 10년이면 세상을 싹 바꿔버리는 일이 과연 서울시장이 할 일이며 가능한 일일까요?

 

기성 정치인을 또 뽑자니 땅치며 후회할 일이 두렵고, 신인 운동가를 뽑자니 왠지 불안하고 미심쩍습니다.

 

"사랑에 울고, 돈에 울고…." 한국의 유권자들은 지금 '홍도 앓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1 9 21일자 글을 다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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