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거리 지~입! 불탄 짓 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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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1-09-07 15:22 조회1,3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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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거리 지~입! 불탄 짓 꺼~어!
-인간승리의 한 도막 이야기-
(이이야기는 실화이며, 당사자분들에게서 그 삶을 세상에 들어 냄을 허락 받았습니다.)/김찬수
어제 오후 나는 강원도 춘천 사북면 산골에 나를 찾아온 손님 일행과 함께 더덕과 도라지를 사러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그럴싸 하게 지은 한 촌가에 들렸다. 마침 그집 앞 커다란 지하 저장 창고에서 일하던 주인 아주머니가 환한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우리는 도라지를 구입할 목적으로 갔는데 지하 저장 창고 안엔 일행이 찾는 도라지는 없고 갓 캐어 온 더덕만 지천이었다. 짙은 더덕 향 내음이 넓은 창고안에 진동하여 코를 찔렀다. 일행 모두가 도라지는 구할 수가 없어서 이왕 온김에 더덕들을 사기로 하였다. 1kg, 2kg, 그리고 아주 많이 구입들을 했는데.... 열심한 더덕 집 주인 아주머니는 나중에 덤까지도 듬뿍 더 얹져주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이 창고에 처음 들어 서자 마자 작업하던 주인집 아주머니의 조금 떨어진 출입구 쪽 앞에 비닐 자리를 깐 땅바닥에서 여기 저기 어지럽게 널린 종이 틈바구니에서 이상한 행동으로 엎드려 글씨를 쓰는 청년을 보았다. 방문한 일행들이 내색은 않았지만 아주 특이한 행동만 하는 청년에 신경이 쓰여서 주인집 아주머니와 더덕을 사는 과정에서 대화 도중에 우리들의 신경을 끄는 예의 그 청년을 곁눈질로 눈치 안채게 연신 흘금 흘끔 곁 눈질로 내려다 보았다.
밝은 표정의 주인 아주머니는 연신 더덕을 저울에 올려놓으면서도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시선빠르게 그 청년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이 대댁을 이미 작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청년은 올해 22살 되는 정신 지체아 였다.
“윤석아! 손님 가신다~ 인사 드려라~!”
따스한 어머니의 거듭된 일깨움에 윤석이는 앉은 자리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간단하게
“안녕 가세요~!”
하고 손까지 흔들며 표정 없이 우리를 배웅하였다.
아주머니에게 들어보니 우리 일행이 오기 조금 전에 이집엔 야단이 일어 났었다 한다. 어머니가 일에 열중하는 틈을 타서 윤석이는 순식간에 창고 밖으로 내 달아 나가 종적을 감추었다. 일하던 어머니가 홀연 없어진 아들을 찾으러 숲속 여기 저기를 애타게 헤메다가 겨우 다시 찾아 데려와 자상하게 달래며 사랑하는 아들에게 땅바닥에 공부 하도록(그의 유일한 낙서 수준의 글쓰기) 도란 도란 대화하며 곁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우리들은 도라지를 사러 갔다가 윤석이 가정의 이상한 장면을 본 것이다. 귀가 길에 우리 부부는 일행들에게 더덕집에서 경험한 이미 아는 일화를 아는 대로 소개 하였다.
재작년 추석 전 우리부부는 우연하게도 물어물어 도라지 더덕을 취급하는 그 댁을 찾게 되었다. 우리에게 그들 부부는 도라지를 팔고 덤까지 듬뿍 준 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잠시 자기들 집에 들려 차를 한잔 대접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잘 지은 그댁 거실은 좀 넓은 편이었고 특이하게도 거실 한 가운데에 자그마한 연못이 꾸며져 있었다. 이상한 환경에 두리 번 거리던 우리는 더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곧 이어 알았지만 21살 된 그들 부부 아들의 특이한 행동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요 하다 못해 처음만난 사람들이 어려워 하여 “혹시 내가 저 청년에게 무슨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자아내는, 내심으로 나를 당황케 만드는 그런 시선이었고 아리아리한 청년은 말이 전혀 없었다. 알고보니 그는 정신박약아 였다.
그들 부부로부터 정성스럽게 대접해 주는 좋은 더덕향기가 물씬 나는 따스한 차 한잔을 천천히 마시면서 우리부부는 청년 어머니로부터 기가 막히면서도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감동스런 그들 과거사 가정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석이 어머니는 스무살의 핻 꽃다운 어린 나이로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지금도 40도 안되게 보일 정도로 고운 모습이다. 결혼한 이듬해에 귀여운 아들을 낳았다. 희망에 찬 그들 부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용기 백배하여 밝은 세상을 기쁨으로 내다 보았다. 그런데 일년도 채 못되어 그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맞았다. 백일이 지나면서부터 귀여운 아기로 인하여 기쁨이 용솟음 쳤던 그들은 좀 이상한 듯한 느낌의 갓난 아기 모습에서 고개가 가끔 갸웃둥 해 지던 그들이었는데 나날이 달라지는 아기에서 점차로 무서운 형벌로 느껴지는 청천 벽력같은 하늘 무너짐의 행복 깨지는 아픔이 엄습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 진단으로 정신지체아란 말을 듣게 되는 날 이 부부의 가정과 이웃과 친척들은 슬픔의 울타리로 둘러 싸이게 되었다.
백방의 약으로 아기를 정상아로 돌리고자 했고 그런 가운데 그들 부부는 점차로 그 밝던 개방된 희망의 삶에서 폐쇄적인 삶의 테두리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웃과 멀어지고 급기야 먼 타향 강원도 소양호 깊숙히 물노리 골짜기로 이사를 하여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 지내었다. 그들의 나날은 하늘이 무너진 형상이어었고 외로웠다.
아기가 점점 커가는 과정에서 백방으로 노력하던 부부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 갔고 인생의 삶이 희망찬 이웃이 부럽기 보다 밉기까지 한 나날들 속에 그들은 시름안고 암흑의 삶에서 헤매었다. 다정했던 이웃이 있다고 누가 반겨 신통하며 뾰족하게 도움 준다 해도 아기가 정상으로 나아지지 않기에 감사 할 것 하나도 없는 냉엄하고 모진 삶의 허허 벌판에 그들 가정은 세파에 내 동댕이 쳐친 처지가 되었다. 특수 시설에서 얼마간 버티다가 그곳 특수 학교에서도 수용되지 못하고 정상으로 돌려 질 것이란 희망 속에 사실적인 현상은 어머니 아버지의 바람을 물거품으로 스러지는 절망! 절망....
법없이도 살 순박한 그들 부부가 이웃과 사회에 눈총까지 받고 형상도 알 수 없는 죄를 지은 꼴로 내 팽개쳐 자책으로 지내다니.... 인간의 삶은 창조주로 주어 졌다 하지만 창조주의 뜻을 헤아리기가 그렇게도 작은 “왜 이렇게 태어난 우리가정 인가라” 라는 사람 됨이 부끄럽다는 환경에서도 무심하게 주어진 그들의 세월은 사정없이 잔인하리 만치 흘러만 갔다고 했다.
어렵게 주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주저앉을 수 가 없다는 막다른 골 바닥에까지 갔을때 윤 석이 어머니 가슴에는 새롭게 도전 할 다부진 오기 서린 결심이 일었다. 그 결심은 고뇌에 찬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제 나는 윤석이 하나를 나의 생명을 온전히 바쳐 키우기 위해 다른 아기를 더 갖지 않겠다.” 였다. 그리고는 억척같이 삶의 현장에 뛰어 들었다. 중장비를 운전하는 남편과 힘을 합하여 가정사를 일으켰다. 모성은 그렇게 위대했다. 독한 마음의 집념으로 저축도 하고 드디어 그들의 성공된 보금자리를 소양호 물노리의 호수가 벽촌에 아담하게 장만하였다. 부부간의 희망의 나날은 점차로 떨쳐 버릴 수 없는 주어진 아픔을 행복의 순간 순간으로 돌려 놓았다. 부부간의 사랑의 대화도 점점 따뜻해 졌고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지닌 모성은 더욱 강인해져만 갔다. 윤석이도 많이 컸다. 이로서 세상보기의 자신감도 다시 마음속으로 샘물처럼 일었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신체적으로는 사춘기의 소년으로 접어든 사랑하는 윤석이가 큰 일을 저질렀다. 부부가 농사일로 잠시 밭으로 나간 사이 집에 머물러 있던 윤석이가 성냥불로 불장난을 하다가 안방부터 불이 붙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아우성이 난 가운데 허겁지겁 달려온 아버지 어머니는 윤석이를 무사히 구출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보금자리 말거리에 새로 지은 행복을 불러온 새 집은 허망하게도 순식간에 잿 더미로 변했다. 망연자실한 부부는 이 엄청난 슬픈 사실에 혼백이 모두 다 날아 간 형국이 되었다. 점차로 가정의 고난은 침묵의 깊은 구렁텅이로 어둡게 엄습했고 부부간의 금실도 껄끄럽게 깨어져 갔다.
윤석 어머니가 가장 놀란 것은 사랑하는 남편이 홀연 가족과 농사터를 내동댕이 치고 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서울로 훌쩍 떠나가 종적을 감충 사건이었다. 당황한 윤석 어머니가 아무리 남편 있는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큰 일을 저질렀으면서도 잘못한 줄도 모르는 아들 안은 가슴 찢어질 어미 되고 내 동댕이 쳐진 아내 된 윤석 어머니의 가슴은 어떠 했겠는가. 망연자실의 나날은 그들 부부가 윤석이를 처음 세상에서 만나 기뻐 하다가 이상한 아들의 징조를 볼 때 보다 더 참담하였다.
생명이 모진 것이란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윤석 어머니는 남편 없는 가운데 윤석이를 데리고 더덕과 도라지를 심고 감자도 심고 옥수수도 재배하고 험한 뒷산에 올라가 봄부터 취나물, 두룹등 각종 산나물을 채취하고 이 농산물을 억척스럽게 이고 지고 아들을 데리고 소양 댐 배터 위 길가까지 통통선 타고나가 여행객들에게 "이 진짜 산 더덕 사시오." "맛있는 찰 옥수수 사세요." "감자가 참 좋습니다." 하면서 웃음까지 잃지 않고 무려 5년 가까이 억척스럽게 생활하다 보니 가냘픈 여인의 팔뚝은 무쇠덩어리처럼 강해 졌고 노력으로 얻어진 저축의 힘은 놀랍게도 말거리집 보다 큰 집을 새로 지을 여력이 되어 오늘날 사북면의 작품으로 우뚝하였다. 드디어 광활한 소양호에 머무를 즈음 5년간이나 생사를 모르던 사랑하는 남편이 다시 돌아 왔다.
처음에는 객지에서 노천 길에서 자고 굴다리 밑에서 기거하며 한끼 라면으로 굶주린 배를 달래며 한시도 쉬지 않고 중장비 일을 닥치는 대로 계속했다고 한다. 그러한 가운데 그에게 주어진 고난을 말없이 이겨나가 위해 객지에서 온갖 고통과 서러움을 모두 견디어 내며 밤낮으로 말없이 일만 하다가 사랑하는 아내와 윤석이가 불현듯 보고 싶어 급기야 귀향하여 사랑하는 아내와 윤석에게 저축한 돈을 몽땅 안겨 주었다. 다시 희망에 부푼 그들은 합심하여 지금의 아답하고도 아담한 그들의 새집을 고탄 사북면에 꾸민 것이다.
재작년 우리부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지난 일을 말 하던 그들도 울었고 듣는 우리도 울음 없이는 들을 수가 없었다.
“말거리 지~입! 불탄짓 꺼~어~!”
거실에서 어정쩡 왔다 갔다 하며 이상하게도 같은 말만 길게 뽑으며 되풀이 하는 스물 한 살의 윤석이는 지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이른바 세인이 일컫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저지른 충격의 잘못에 자책을 하고 있기에 “ 말거리 집이 불탔어요~!” 를 "말거리지~입! 불탄지꺼~어! 라고 만나는 사람에게 마다 알리며 그때의 놀란 가슴을 스스로 달래며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모습의 거실안의 금붕어가 왔다 갔다 하는 그럴듯한 큰 연못에 대해 윤석 아버지는 넉넉한 웃음 섞인 목소리로 여유있게 그러나 힘을 주어 말하였다. 가정 안에서 불이 나면 갑자기 불을 꺼 우리 가족의 생명을 건져야 하고 아내가 고생해서 장만한 집을 반드시 구하기 위한 수도 장치를 한 것이라 하였다. 불이 나면 천정에서도 수도 물이 급하게 내리 쏟을 수 있게 장치 해 놓았다고 구석 구석을 가리키며 말해 주었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동안 윤석이도 낮이 익어갔는지, 우리 부부에게 가가이 와 두려운 표정없이 손님에게 마음을 열었는지 순하게 툭툭치며 장난을 걸었다. 천진난만한 평화의 때 묻지 않은 천사의 얼굴이었다. 윤석 어머니는 말하였다. 하느님을 의지 하는 기도가 한시도 자신의 마음에서 떠난 적이 없다고 하였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가정을 살리셨다고 그 스스로 겸손해 했다. 이제는 주어진 삶의 멍에를 당당히 받아드리고 세상속에서 숨김없이 자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이웃을 대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윤석 어머니 아버지는 자애로운 마음으로 그들의 인생 제일의 동행자 윤석이를 가장 사랑하고 열심히 세상을 내다 볼 것이다. 그들의 나날의 가정이 행복한 삶속에 있기를 경건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구한다.
그림같은 행복의 집을 뒤로 하며 나는 운전중 재작년에 있었던 경험 이야기를 동승한 손님들에게 말을 해 주었다. 그들, 내 아내의 다섯 분의 친구들이 윤석이네 가정의 놀라운 인간승리의 인생 여정에 모두들 숙연했고 같은 모성지닌 어머니 된 마음으로 눈시울을 소리 없게 몰래들 적셨다.
나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세상 평화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지 않고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다 라고 되뇌어 보았다. 윤석이 부모로부터 우리 모두는 인생 참 삶의 멋을 새롭게 배운 셈이다.
“말거리 지~ 입! 불탄 짓 꺼~어!”
서로가 마음을 터 놓고 꾸밈없는 대화를 하지 않아 그렇지 상통하는 이해 관계가 되면 세상엔 본 받을 사람들과 좋은 이웃과 존경할 인물들이 너무도 많을 것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잠간의 만남이지만 서로간에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야기라도 아무렇게 귓등으로 들을 세인들의 말이 절대 아니라고 묵상해 본다. (화곡 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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