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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인 축구전문 칼럼니스트 존듀어든이 생각하는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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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합법칙적조건설 작성일11-08-26 14:25 조회1,464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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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교실에서 2분 안에 점심을 먹어치웠다. 1초라도 빨리 나가 축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을 차는 대신 여자아이들과 좀 더 친하게 지냈어야 했는데, 축구가 너무 좋아 오직 그것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무상급식에 대한 토론과 투표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영국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경제적 사정이 좋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상 급식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집이 어려운 친구들은 월요일 아침마다 5개의 쿠폰을 받아서 점심 때 사용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매주 월요일 마다 선생님에게 일주일 치의 점심값을 냈었다.

몇몇 사람들은 학생들이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받는 것 때문에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 생각에는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같은 음식을 같은 공간에서 먹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그 누구도 그런 문제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다. 교실에서의 이슈가 아니었고 아무도 급식을 주제로 대화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 익숙한 영국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아무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영국에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복지나 혜택을 당연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 시스템은 다른 태토들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2주전 두 번째 아기가 태어났는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병원이 해준 서비스는 훌륭했으나 나는 병원에서 돈을 지불하는 일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우리가 받은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기를 보자마자 1분 뒤에 (진짜 1분이었다) 수납계로 가서 청력 테스트 등에 대한 추가 비용을 내달라는 이야기는 당황스러웠다. 한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인데 꼭 그렇게 돈부터 내라고 해야 하는지.......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정부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의 아이들, 최소한 점심값을 충당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아이들에게까지 무료 점심을 제공할 책임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급식비를 내지 않는 학생들을 결정하는 분리점은 항상 논란이 될 수 있다.

전면 무상급식도 아주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경제가 불안정한 현 시점에서 자금을 더 나은 곳에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와 관련된 일만해도 달라져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내가 투표를 하는데 따라간 나는 처음으로 학교 건물의 내부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다. 길을 오고 가며 학교 건물들을 수 없이 봐왔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아이들이 뛰어놀며 축구를 할 수 있을만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에게까지 복지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함께 건강하게 자라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물론 나의 솔직한 관심사는 이 나라의 축구적 잠재력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콘크리트 바닥에서 축구를 했던 적이 있다. 나름대로 할 만했던 것 같다. 겨울에는 학교 잔디밭이 너무 질었고, 우리가 진흙을 잔뜩 묻힌 채 교내를 휘젓고 다니면 학교 측에서도 좋아하지 않았을 터였다 (물론 학교보다는 엄마가 더 무서웠다!) 따라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콘크리트에서 공을 찼다. 그러나 봄, 여름에는 항상 잔디에서 공을 찰 수 있었다.

콘크리트에서 공을 차는 것과 잔디에서 공을 차는 것은 무척 다른 경험이다.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마늘, 김치, 버섯 등을 불판에 올려가며 삼겹살을 먹는 것과 집에서 홀로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구워먹는 차이라고나 할까? 이론적으로 행위 자체의 본질은 같지만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평평한 공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풋살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들어 인조잔디가 깔린 미니 축구장을 자주 보게 되는데, 요즘 나오는 인조잔디는 내가 어렸을 때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재질이다. 옛 인조잔디에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가는 몇 주 동안 절뚝거리며 걷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가 무릎을 크게 다친 것도 인조잔디에서 게임을 뛰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그 부상 이후로 나의 신체적 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최신 인조 잔디는 매우 우수하다. 천연 잔디에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고 관리해 줄 필요도 없다. 비가 내려도 진흙탕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추운 날에도 꽁꽁 얼어붙지 않아 언제나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미니 축구장들이 더 많이 생기면 참 멋질 것 같다. 우리 동네에 있는 축구장에서도 아이들이 항상 공을 차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하다.

작은 축구장에서 하는 게임들은 기술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되고, 이런 피치에서 공을 소유할 수 있다면 풀사이즈 축구장에서는 더욱 쉽게 공을 지켜낼 수 있다. 패싱 능력과 터치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기본기를 다져야 할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게임이 되는 것이다.

풀사이즈 축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키가 크고 힘센 또래들이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다. 몸싸움에서 유리하고 공도 더 멀리차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도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덩치가 작은 아이들은 기술과 센스를 갖췄음에도 축구를 포기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린다. 미니 피치에서는 파워의 중요성은 훨씬 감소하고 테크닉과 생각의 속도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한국 사람들은 신촌이나 명동 같이 복잡한 곳에서도 타인과 부딪히지 않고 요리조리 공간을 잘 찾아서 갈 길을 간다. 공간 찾아내고 활용하는데 대단한 능력이 있는 듯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힘을 축구에도 접목시켜 발전시킬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이들과 지역 사회를 위해 더 많은 미니 축구장 건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무료 점심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더 나은 축구장에서 공을 차게 만들어 줄 필요성은 있다.




영국인들도 이런생각 합니다. ㅎㅎㅎ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호구입니다.

댓글목록

벽파랑님의 댓글

벽파랑 작성일

듀어든씨의 축구 칼럼을 씨스템 클럽에 인용하신 걸 보니 포스트하신 분은 젊은 분이신 것 같습니다?
듀어든씨의 한국 축구 사랑은 참 각별합니다. 그가 '축구의 지만원' 이 된다면 우리나라 FIFA 랭킹이 일본을 훨씬 압도하는 걸 넘어 얼씬도 못하게 할 텐데 말입니다. 듀어든씨도 한국의 무상급식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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