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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톤즈"를 통해 본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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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證人 작성일11-08-01 15:37 조회1,322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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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가 TV라면 늘 먹고, 노래하고, 떠들고, 시시덕 거리는 오락 프로와, 인간이 얼마나 추악할 수 있는지 그 한계선을 찾아 보려는 듯 온갖 말도 안 되는 상상과 가정을 늘어놓는 소위 '막장드라마'를 연상하게 된다. 한 편으로는 좌익반역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평양방송 서울지국쯤으로 여겨지는 시사프로를 보며 방송인들의 자세에 대해 한탄 해 왔다.

한 마디로 방송 종사자들의 자질과 정신상태를 못 마땅해 할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폐해가 종국에는 나라를 망칠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그러한 폐해는 지금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너무나 많아 설명하기조차 벅찰 정도다. 그런데 어젯 저녁에는 KBS에서 그래도 정신 똑 바로 박힌 방송인이 남아 있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다. KBS의 구수환 프로듀서와 윤정화 작가가 그들이다.

지난 해 4월, KBS에서는 좀 특이(?)한 방송을 한 바 있다. 한 신부의 일생을 조명한 이야기다.
故 이태석 신부, 그는 의사라는 기득권적 지위를 버리고 성직자의 길을 택했고, 전쟁으로 황폐해져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보여주는 아프리카 수단의 한 작은 마을 "톤즈"로 갔다.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료소를 지어 주민들에게 무료진료를 해 주고 한센병 환자들과 인간애를 나누며, 아이들에게는 학교를 지어 같이 웃고 울며 "우리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심기에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바친 숭고한 사랑을 실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50이 채 안 된 나이에 죽음의 병에 걸렸으나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살아있는 톤즈 사람들을 걱정했던 이태석 신부, 그의 행적을 그린 이야기다.



가슴 저린 이 이야기는 지난해 "KBS 스페셜' 다큐 프로그램 "울지마 톤즈"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졌었다. 나는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접할 당시 'KBS가 이런 방송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의외의 감명도 받았지만 일과성으로 치부했었는데, 어젯밤 8시부터 1시간 동안 「"울지마 톤즈" 그후」를 방영 해 주어 방송의 역할과 희망에 대해 다시금 생각 해 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KBS는 "울지마 톤즈"의 방영으로 시청자들의 반향이 뜨겁자 이 프로그램을 DVD와 영화로도 제작하여 해외에까지 알리는 노력을 함으로 그야말로 세계인들을 감동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엊저녁 「"울지마 톤즈" 그후」를 방영 해 줌으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게 했다. 모처럼 KBS가 제 역할을 한 셈이다.

여담, 한 가지.
이태석 신부는 작년 1월에 생을 마감했고, 곧 이어 두 달 뒤인 3월에 역시 이승을 떠난 성직자가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스님으로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업이 스님인지 문필가인지 모를 정도로 산골에 집을 마련해 놓고 들어 앉아 글 쓰기에 심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쓴 글은 책으로 만들어 비싼 값에 팔려 나갔다. 따라서 돈은 항상 넉넉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학생들도 더러 도와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갑갑하면(?) 훌훌 털고 전세계를 누비며 보고 싶은 곳 찾아 다니고 맛 난 것 찾아 먹고 그러다 피곤해지면(?) 산사에 들어 와 쉬고, 또 글 쓰고... 그러다 어느 날 그의 글에 감명받은 이가 어마어마한 재산을 희사하자 절을 지어 찾아오는 신도들을 앞에 앉혀놓고 점잖게 세상 사는 법(?)을 가르쳤다. 아니 세상 사람들을 온통 나무라는 투였다.

그는 큰 깨달음(?)을 얻은듯 "무소유"를 주장하다 시간이 되자 이승을 떠났다. 그는 서울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그 시신을 저 남쪽 멀리 있는 고향 근처 큰 절까지 요란을 떨며 운구하여 불교 전통 방식의 화장(다비식)을 하였다. 방송을 통해 본 그 불길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전 세상을 다 집어삼킬듯한 어마어마한 불길이었다. 사람들은 당시 그 불길을 보고 세상을 다 잃은듯 슬퍼했었다. 무소유? 당연한 이 화두 하나로 그는 일약 스타가 되어 만인에게 슬픔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다. 참 허망하다.

이태석 신부 역시 아무것도 가져 간 것 없는 무소유 인생임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에는 허망함 보다는 사랑이라는 한그루 소중한 싹이 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가 이승을 떠나는 순간은 그 어떤 요란함이나 화려함이 없었다. 생전에 무소유니 사랑이니 하는 화두를 던져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는 소문도 들어보지 못했다. 무소유든 사랑이든 그것은 말로 쉽게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누구를 나무라거나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다. 그냥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오래 갈 것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이름에 오물을 묻히지 않고 깨끗하게 살다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훌륭하다 할 것이지만, 보다는 어려움이 극에 달해 생사의 한계점에 이른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는 것은 더욱 어렵고 훌륭한 일이다. 그래서 숭고하다고 표현한다.
성자(聖者)는 멀리 있는게 아니라 찾아보면 주변에 있을 수 있다. 그것을 찾아내고 인류에 전파하여 귀감이 되게 하는 것은 역시 기록이며 TV방송이 그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TV방송은 현세의 전 인류에게는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한번 방송에 나가게 되면 인터넷이나 각종 정보통신 수단을 통해 국내는 물론 세계에 금방 널리 퍼지게 되어 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불행하게 할 수도 있다. 제작의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도 있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이 있다. 사회선(善)을 널리 전파하여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열고, 사회악(惡)을 조명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삼가 경계심을 갖게 하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

문제는 진실이다. 그 다음은 제작 의도일 것이다.
아무리 진실이라도 제작 의도가 불순하면 그 가치는 훼손되기 마련이고, 아무리 제작 의도가 좋더라도 진실이 왜곡되거나 조작될 경우 이는 바로 사회악인 것이다. 방송이란 한 두 사람을 상대하는게 아니라 수많은 불특정 다수인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두려운 작업이다. 따라서 모름지기 방송종사자들은 법관의 자세, 성직자의 자세로 방송에 임해야 할 것이다.


PS: 송두율이 김포공항을 들어설 때의 KBS의 작태는 당장 달려 가 불을 질러 버리고 싶었으나 어제 같은 기분이라면 수신료 1만원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댓글목록

고래고기님의 댓글

고래고기 작성일

맞아요,  저도 두 편을 시청했는데, 
법정과는 그 맑음의 대비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더군요.
김태석 신부의 맑은 영혼이 영원히 내 맘속에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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