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박진석] 남한과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이복형제·자매들 사이에 벌어졌던 유산 상속 분쟁이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염원섭)는 12일 윤모(68)씨 등 북한 주민 4명이 "1987년 숨진 아버지의 유산 100억원을 분배해달라"며 남한의 새어머니(77)와 이복형제·자매 등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조정이 성립했다고 밝혔다. 재판부 중재로 "다툼이 있는 부동산 가운데 일부를 윤씨 등의 소유로 하고, 피고들이 추가로 일부 금원(돈)을 윤씨 등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재산 분쟁을 모두 종결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북한 주민이 우리 법원의 재판절차를 통해 상속재산의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분배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북한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윤씨의 아버지는 51년 1·4 후퇴 때 맏딸(76)만 데리고 월남했다. 그는 남한에서 만난 여성과 재혼해 4명의 자녀를 낳고 살다가 87년 숨졌다. 맏딸은 2008년 북한을 오가는 재미교포 선교사를 통해 윤씨 등 형제들을 찾아냈다. 윤씨 등은 이 선교사를 통해 유산 분배 소송위임장과 영상자료, 모발 샘플 등을 전달했다. 이를 토대로 2009년 2월 "아버지의 친자식임을 인정해달라"는 윤씨 등 명의의 소송이 제기됐다.

　한편 법무부는 재산 상속권을 인정하되 재산의 반출은 제한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입안해 다음 주 차관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박진석 기자 < kailas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