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 먹다남은 뼈다귀 놓고 싸우는 하이에나같은 MB와 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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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04 09:16 조회2,91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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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칼럼] 뇌(腦) 과학으로 본 세종시 문제
양상훈·편집국 부국장
인간 뇌의 '믿음' 영역은 옳은 정보도 거부하고 거꾸로 믿음 더 강화…세종시로 대립한 양측, 서로 이해 못하는 게 당연
이런 상황 풀라는 게 정치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는데도 충청권 반대 여론은 요지부동(R & R 1월 24일 조사)이다. 세종시 지역이 기업 여건이 좋았다면 행정도시 얘기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곳에 많은 기업을 보낸다는 것은 정부가 무리해서 충청권에 주는 혜택이다. 대신 정부 비효율을 초래할 정부 부처 분할은 무효화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도 좋고, 지역도 좋은 방안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충청권 여론은 거꾸로 간다.
한나라당이 작년 12월 17일 대전시당에서 대전·충남 지역 의회 의장단 등 지역민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지역민들은 "아무리 좋은 안(案)을 줘도 신뢰하지 않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입장에선 맞는 말을 해도 안 믿고, 좋은 안을 줘도 안 받는다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충청권, 친박(親朴), 야당은 정부를 향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우리 풍토에서 정부 부처 이전만큼 확실한 방법이 뭐가 있느냐"고 한다. "수없이 약속하고 법까지 만든 건 결국 속인 것이냐"고도 한다. 이렇게 옳은 말을 하고 또 하는데도 듣지 않으니 정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서로 억지를 부린다고 여기면 상대를 "다르다"가 아니라 "나쁘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양측은 서로를 향해 "이기주의…" "나라 망칠…" "당 망칠…" "사기…" "기가 막혀…" 등으로 비난하고 있다.
정말 양측은 심성(心性)이 나빠서 서로 이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뇌(腦) 과학의 연구 결과다. 미국 하버드 대학은 1997년 세계적 뇌 과학자들을 모아 '지식'(knowledge)과 '믿음'(belief)에 대한 콘퍼런스를 열었다. 그 내용을 정리한 책에 따르면, 사람의 뇌가 지식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믿음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방식만 다른 것이 아니라 동원되는 뇌 부위 자체가 다르다.
우리 뇌에서 '지식'의 정보 처리 시스템은 정보가 들어오면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해 기억을 수정한다. 수학 문제에서 자신의 답과 정답(正答)이 다르면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기억을 수정하는 것이 바로 지식 정보 처리 시스템이다. 그러나 '믿음'의 정보 처리 시스템은 자신의 믿음과 다른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정보가 옳아도 기억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한다. 거꾸로 그 믿음을 더 강화하기도 한다. 믿음과 다른 정보가 강력하면 그것을 무시하는 경향도 보인다. 종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 세종시 문제에서 양측의 생각은 이미 그들 뇌에서 지식이 아닌 믿음 시스템에서 처리되고 있다. 상대방에서 대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감을 갖고 더 강하게 반대로 가는 지금의 현상은 믿음의 정보 처리 방식 그대로다. 잘해보자는데 거꾸로 가는 것은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그렇게 판단하고 움직이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 문제로 싸우는 어떤 사람이 자신만은 사심(私心) 없고 애국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옳은 정보도 거부하는 뇌의 믿음 시스템의 산물일 수 있다.
옥스퍼드 사전은 믿음(또는 신념)을 '사실이나 진실이라는 느낌(feeling)'이라고 정의했다. 또 뇌 과학은 믿음을 '지식이 결여된 기억' 또는 '암묵(暗默)적 기억'이라고 규정한다. 세종시 문제가 지식이 아니라 믿음 시스템으로 들어가버린 것은 '느낌' 혹은 '지식 이전(以前)의 어떤 것', '암묵'과 같은 원초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정치에서 그 원초적인 것 중 하나가 '지역'이다. 세종시 갈등은 바로 이 원초적 문제로 시작됐다. 공방이 이어지면서 양쪽의 확신이 굳어지고 결국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뇌의 믿음 영역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이르게 된 것이다. 뇌의 믿음 영역으로 들어가면 합리적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이쪽 사람 뇌의 지식 시스템과 반대쪽 사람 뇌의 지식 시스템끼리 부딪치면 토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믿음 시스템끼리 충돌하면 최악의 경우 전쟁이 일어난다. 인류사(史)에서 믿음의 충돌로 수백만, 수천만명이 죽었다. 고대(古代) 이래 이 믿음끼리의 충돌이 전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아온 전문 직업이 있다. 과학이나 예술 못지않게 어려운 그 직업의 이름이 정치인이다. 지금 그런 정치인이 있는지, 있다면 누군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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