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뉴시스]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같은 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10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다. 김 지사는 “박 전 대표의 경우 인기는 매우 높지만 실력을 가늠할 길이 없다.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의 말은 알 듯 말 듯하다. 모든 사람이 교주님 교시 해석하듯 자꾸 해석론에 의존하는데 한마디로 소통 부족이다”고 비판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 “지금은 이회창 후보 때(1997년, 2002년)보다 위험하다”며 "당이 현재 상태라면 내년 대선에서 필패하는 구도”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박근혜 대세론이 위험하다지만 한나라당엔 다른 대안도 없는 게 아닌가.
“이회창 후보 때도 그러다가 대선에서 두 번 졌다. 이 후보의 경우 인기는 적었지만 실력은 있었다. 박 전 대표의 경우엔 미소의 의미가 뭐고, 옷을 뭘 입었고 머리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게 관심의 초점이다. 그러다 신비주의로 빠지는 양상인데 그건 민주정치와 정상적 정치를 넘어선 것이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를 영입하라고 주장하는데.
“안 교수는 나보다 훨씬 더 한나라당에 가까운 부모와 출신, 성장 과정, 직업, 언행을 갖고 있다. 영입이 안 되는 이유는 한나라당 내 기득권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당’인데 안 교수를 끌어당기면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니 가능성 자체를 열어놓지도 않는다.”
김 지사는 지난 8일 박 전 대표가 “지금은 정책 쇄신을 먼저 논의해야 할 때”라고 한 데 대해서도 “정책 쪽으로 간다는 것은 인적 쇄신을 안 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가 전례 없이 강도 높게 박 전 대표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최근 우파 일각에 진행되는 ‘반(反)박근혜’ 결집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틈만 나면 박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고, 그런 정 전 대표와 김 지사는 동맹을 맺는 형국이다. 김 지사가 7일 ‘영남과 서울 강남에서 한나라당 의원 50% 물갈이론’을 강조하는 강연을 했을 때 정 전 대표는 그 자리에 참석해 친근감을 나타냈다. 당 밖에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우파 신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박 이사장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런 그의 신당 창당 작업을 한나라당 내 반박근혜 세력 중 하나인 이재오 의원 측 일부가 돕고 있다 한다. 박 이사장은 신당의 이념으로 ‘공동체 자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 의원은 13일 발간한 저서 『이재오의 정치 성찰』에서 ‘공동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박세일 신당론’이 보수진영의 정계개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했던 청와대 인사들이 요즘 김문수·정몽준·박세일·정운찬 등을 한데 묶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있다”며 “지금 보수가 뭉쳐도 힘든 판에 청와대가 또다시 오판해 한나라당을 분열시키면 최대 피해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친이계 일각에서 박 전 대표를 흔들려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차근차근 다가갈 것”이라며 “김 지사도 대통령 욕심이 있다면 욕만 하지 말고 정책을 내놓고 경쟁하라”고 말했다.
최상연·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