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 서울", 가소로운(ridiculous) 데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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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피터 작성일11-10-21 08:33 조회1,490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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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cupy 서울’, ‘가소로운’(ridiculous) 데모다.
김피터
뉴욕에서, 지난달 17일 시작된 ‘반(反) 월가’ (Occupy Wall Street)시위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에서도 이른바 ‘점령’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시위가 계속될 모양이다.
우선, 아무리 미국 것을 카피(copy)하기 좋아 한다고 해도, ‘occupy’라는 단어를 ‘사전’식으로 번역하여, ‘점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데모를 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 말 ‘점령’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전에는 (1) 일정 장소를 차지하여 제 것으로 하는것, (2) 교전국의 군대가 적국의 영토에 들어가 그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것 등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외국 군대나 적군에 의해 ‘점령’당한 경험이 많은 한국인들의 정서에서, ‘점령’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뉴앙스’는 대체로 (2) 에 해당하는 ‘군대의 점령’ 같은 것이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 생활 용어에서는 ‘점령’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영어에서 ‘occupy’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물론 ‘점령’이라는 뜻도 있으나, 여러가지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우선, 단순히 어떤 장소를 차지한다는 뜻이 있다. 집에 거주하거나 사무실을 사용하는것도 ‘occupy’ 라고 한다. 새로 건축한 집이나 사무실에 입주하려면, 시(city) 로부터 ‘거주 허가증서’를 받아야 되는데 그것을 ‘certificate of occupancy (occupy 의 명사)’라고 한다.
종사하다, 전념하다 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직업을 ‘occupation ‘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비행기 화장실 문 앞에, 빨간색 ‘Occupied’ 표시가 있으면 무엇인가? 그냥 단순히‘사용중’이라는 뜻이다. ‘화장실을 내가 점령하고 있다’, 그런 말을 우리는 쓰지 않는다. 그러므로 ‘Occupy Wall street’를 한국 말로 ‘카피’해 ‘여의도를 점령하라’ 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Occupy Wall St.’도 ‘월 가 점령’ 보다 그냥 ‘반(反) 월 가 시위’ 정도로 이해해야 할것이다. 따라서 살벌한 느낌을 주는 ‘여의도를 점령하라’ 보다, “여의도로 들어가자’ 혹은 ‘여의도를 차지하자’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 아니겠는가? 데모대가 총칼을 들고 들어가 여의도를 점령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음으로, 미국 Wall Street 에서 ‘occupy’ ‘데모’가 일어났다고 해서, 서울에서도, 마치 미국의 Wall St. 데모와 연계되어 있는 것처럼, 같은 이름 부처 가지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좀 ‘웃기는’ (ridiculous)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우선 미국의 월가 시위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가 주동이 되어 일으킨 데모가 아니다. 금융권의 탐욕(corporate greed), 부의 불공평(wealth inequality), 기업의 정부에 대한 영향력(corporate influence of government), 그리고 장기 불황, 청년층의 실업 문제 등에 대한 불만으로 소수의 대학생, 청년들이 자기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지난달 17일, 오늘날의 경제 불황의 원인 제공처인 ‘월 가’의 Zuccotti Park 에 모여들어 시위를 시작한것이, 바로 현재와 같이 거창하게 보이는 ‘Occupy Wall St.’ 의 시초였던 것이다.
거기에는 주동자나 중심세력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물론 어떤 뚜렷한 목표나 일관된 표어도 없었다. 각자 중구난방 식으로 여러가지 슬로건을 담은 피ㅤㅋㅔㅌ을 들고 나와 데모를 하였다. 어떤 청년은 ‘실업 문제 해결하라’라는 피켓을 들었는데, 또 어떤 청년은 엉뚱하게 ‘체게바라’의 사진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Occupy’ (점령)라고 붙여졌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폭력의 평화로운 데모였다. 청년들은 중동의 ‘자스민’ 민주화 데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월 가’에서는 반정부적 요소도 없고, 자본주의 체제를 때려 부시자는 혁명적 구호도 없다. 자유 민주주의를 부인하거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경제체제 같은 것을 찬양하는 ‘이념’적 시위도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소위 ‘점령’ 대모는, ‘월가’ 시위와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서울 광장, 여의도, 서울역 앞 광장, 대한문 앞 등에서 벌어진 ‘점령’ 집회는, 30여개의 시민단체가 새로 만든 ‘99% 행동 준비회의’ 라는 단체, 그리고 금융소비자 협회 등 4개 단체 등이 주동이 되고 조직하여 일으킨 집회였다.
특히 이념적으로 ‘반미, 친북’ 성향을 띠고 있는 ‘한미 FTA반대범국민운동본부’,’민주노동조합총연맹’,’농민회총연맹’, ‘한국진보연대’등이 주로 이들 집회애 참여했다고 하니, 그 집회는 순수한 시민들의 자발적 시위와는 거리가 먼 것이며, 그런 조직체가 평소 지향하던 목표를 이루려고 또 집회를 열었다고 밖에 볼수 없다.
더구나, 한국에서 가장 힘들었던 IMF 경제 위기 때나, 지난번 수많은 서민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저축은행’ 사태 때도 조용했던 그들이, ‘오늘날의 세계적 금융위기와는 관계도 없는 한국의 여의도 ‘금융 위원회’ 앞 등에서 데모를 한 것은 전혀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다분히 무언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모인 것이라 아니할수 없다
북한에서는 모든 매체들이 이례적으로 이번 ‘월가 데모’를 자세히 보도하며, 자본주의가 망해가는 징조이며 미국에서도 ‘피착취자’ 무산대중이 드디어 궐기해 일어났다고 역설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서울에서 ‘점령’ 집회를 시작한 측은 혹 북한의 이런 주장에 동조해서 데모를 일으킨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 체제인 대한민국을 어떤 불순 세력이 ‘점령’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고, 평소 ‘반미’를 외치던 그들이 미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고 단순히 거기 동조하여, 그것을 ‘카피’해서 데모를 시작한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웃기는’, ‘가소로운’ 일이라 아니할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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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llon님의 댓글
stallon 작성일우리말과 영어의 차이를 명확하게 정의해주신 글입니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가 되다시피 한 요즘 대한민국에서도 영어에 대한 기열기가 대단하지만 영어의 올바른 표현 정착은 아직도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다르고 사고의 방식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사전적인 의미로만 직해(直解)하는 것은 많은 부정적인 부산물을 생산하게 합니다. 우리문화와 정서에 맞게 의역을 해야 바른 의미가 전달 될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유익한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zephyr님의 댓글
zephyr 작성일
이 현상을 보면 좌빨들이야 말로 종미주의자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