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제갈공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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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블랑 작성일12-11-27 02:06 조회3,31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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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요즘 대선(大統領 選擧) 관련 뉴스에 대한 논평 좌담 해설들이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정치평론을 한다는 사람들이 제 멋대로 떠들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고사(故事)가 있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死諸葛走生司馬)"는
삼국지 얘기다.
뛰어난 전략가인 촉(蜀)나라의 제갈공명은 죽기 직전에
"적군을 속일 계략을 지시하고 눈을 감았다. 휘하에 있는 장수들이
그 계략대로 하자 위(衛)나라의 사마중달은 죽은 줄만 알았던 제갈공명이
살아서 싸움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군사를 이끌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말은 탁월한
지략을 갖춘 인재는 죽어서도 그 값을 한다는 뜻이다. 안철수가 후보를 사퇴한
뒤 며칠 동안 TV를 보며 느낀 것은 맨 안철수 얘기이고, 정치 평론가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안철수가 무슨 대단한 정치지략가인 것처럼 추리 소설을
쓰듯이 떠드는 것을 보며 쓴웃음이 나온다.
엄밀히 말해서 지난 23일 안철수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한 말부터
잘못된 것이고 "후보를 사퇴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정확한 워딩(wording)이
아니다. 지난 23일은 대통령 후보등록일 이전이었기 때문에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예비후보일 뿐이지 후보는 아니었다.
따라서 안철수는 후보를 사퇴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포기하고
대통령 출마를 안 하겠다고 출마를 포기한 것이지 후보 사퇴가 아닌 것이다.
냉철하게 말하면 출마 포기자일 뿐이다.
안철수는 문재인과 후보단일화 협의를 하던 중 더 이상 상대방을 신뢰할 수도
없고 협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절망한 나머지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며 "나 이거 안 해!"하고 집어던져 버린 꼴이다. 그 이상도 아니다.
그는 會見文을 통해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는 성원을 보내 달라"면서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국민을 업고 슬쩍
문재인을 밟았다.
안철수의 말대로 "국민에 대한 도리"를 놓고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총체적 국력으로 볼 때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것인지 않겠다는 것인지 1년이 넘도록
어물어물하다가 선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에 합당한 것"이었는가 묻고 싶다.
요즘 TV프로그램 가운데 K-POP가수 연습생을 뽑는 오디션 장면을 보면
가수도 아니고 가수가 되기 위한 연습생을 뽑는데도 맨토(Mentor)들의
엄격한 지도와 테스트, 냉혹한 검증을 몇 차례씩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놓고 국민들이
자기를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믿고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국민들은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무엇을 알았는가?
대통령으로서 꼭 갖춰야할 자질과 위기관리 능력, 국가관, 시국관, 안보관,
사생관, 세계관, 국제적인 안목, 사람됨됨이...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있었는가? 그런 것을 알아 볼 기회를 주었는가?
이런 문제들은 당신이 말하는 "야당 후보의 단일화나, 후보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한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핵심적이고 중요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것을 피해왔지
않았는가?
이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들은 짚지 않고 TV에 나와서 떠드는
정치평론가라는 사람들 가운데는 사퇴 기자회견문이 명문이라느니,
안철수 현상이 앞으로 엄청난 변수가 될 것이라느니, 안철수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이냐가 한국 정치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느니...해 가며
소설 같은 억측과 근거 없는 단언, 멋대로의 해석과 추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며 우리나라는 방송 신문 등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는,
그래서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야 할 매스컴들의 안목과 기획능력, 제작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충 아이템 하나 결정한 뒤에 사람들 불러다가
설사하듯이 쏟아내면 방송프로그램이나 신문 제작이 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깊은 생각과 믿을 만한 데이터도 없이 매스컴이 요청하면
자신의 주제 파악도 못하고 출연해서 되는대로 지껄여대는 사람들과
글 쓰는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는 심리적이든 감정적이든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였든 이번 대선판에서
일단 자리를 뜨고 일어선 사람이다. 그날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것
하나 만으로도 그는 정서적 감성적으로 아직 세련되지 않았거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끈기와 지혜가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마음대로 안 되고
수틀리면 그만두고 싶다고 했던 노무현 처럼...
그리고 그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가 잘못된
정치판임으로 이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깨부수고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말과 신념대로라면 그는 개혁 대상인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고
후보 단일화 작업을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더구나 도중에 박차고 일어난
정치판에 어떤 형태로든 또다시 기웃거린다면 안철수는 실없는 사람,
말과 행동이 다른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깨끗한 정치판을
만드는 데 私心 없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세력을
짜나가는 것만이 안철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물이 더럽다면 살이 벗겨지도록 씻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런 뜻에서 안철수를 특별한 사람처럼 여기면서 다시 더러운 시궁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안철수는 이 나라의 정치개혁이 진정한 신념이라면 기존 정치판의 더러운
유혹에 빠지지 말고 아무리 험난한 가시밭길이라도 그 길을 향해 가야한다.
왔다 갔다 했다가는 웃기는 바보가 되고 만다. 안철수는 제갈공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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