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도 정신 차려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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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블랑 작성일12-09-11 08:44 조회3,1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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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ch19 "TV조선"에서 흔히 볼 수없는 큰 방송사고가 났다.
시사 프로그램 방송 중에 진행자와 출연자 사이에 언쟁이 심각해지더니
출연자가 도중에 벌떡 일어나 나감으로써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인터넷으로 문제의 그 프로그램을 확인해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하다가 도중에 나가버린 사람도 잘못이지만 방송사에서 어떻게
저런 사람을 방송진행자라고 앉혔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선일보사가
"TV조선"을 방치하고 있거나 포기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행자인 장성민씨는 종북 세력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 자유연합
대표 김성욱씨를 출연시켰다고 했지만 그의 전문적인 얘기를 듣기 위해
불러낸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따지기 위해 불러다 앉혀
놓은 것 같은 태도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더니 일을 지지른 것이다.
張씨는 연사의 말을 끊고 들어가 "연방제 통일의 타당성"에 대해 强辯을 하더니
"북한민의 탈북 러쉬는 햇볕정책의 결과"라느니 "북에서 300만 명이나 굶어
죽었다는 얘기는 거짓"이라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에 점점 목청을 돋구었다.
이에 대해 출연자가 낱낱이 근거를 대며 반론을 제기하자 진행자가 오히려
감정이 격해져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담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요즘의 방송 진행자들, 특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 가운데는 자기가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지 MC나 앵커의 역할과 임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에게 全權이라도 쥐어진 것으로 착각하고 함부로 말하고 전횡을 부리려는
사람들이 많다.
텔리비젼이나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면 진행자가 연사들의 말을 중간에 끊고
자기주장을 편다거나 연사들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마치 심문이라도 하듯이
거칠게 몰아붙여서 연사를 불쾌하고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떤 때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민망하고 불쾌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개성 있고 실력 있는 진행자인 것으로 아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출연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방송의 正道도 아니며 자신의 콤플렉스를
나타내는 어리석은 현시욕구(顯示欲求)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 사회자, MC, 앵커는 출연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고,
특정인이 화제를 독점하지 않도록 하고 정해진 시간에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내용과 분위기를 압축 정리해 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자기의 악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지휘봉과
눈짓 손짓 몸짓으로 음악을 완성시키듯이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 명칭이야 MC가 됐든 앵커가 됐든 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을 위해 연사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사를 배려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겸손과 예의 그리고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방송보다 자기를 내세우지 못해 조바심을 하는 사람은
진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연예 오락 프로그램이나 일반 교양 프로그램이라면 모르지만 요즘은
개그맨에게도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고 정치판에서 기웃거리던
사람, 변호사, 의사...심지어 어디서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좌충우돌하고 천방지축인 사람들도 프로그램을 맡아 설치는 경우가 많다.
연예 오락 프로만이 아니라 이제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방송이
우리사회를 거칠고 예의 없고 경우 없이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때가 많다. 방송은 돈 벌어 이익을 내는 회사이기 전에
국가사회 전체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사회의 公器이다.
이제 방송도 정신 차려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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