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의 말, 김삿갓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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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몽블랑 작성일14-06-15 14:11 조회2,2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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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이 몇 년 전 교회 강연에서 했다는
말과 대학 강단에서 한 말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 세상이 시끄럽다.
勞組 천국이 되어 사장까지 내쫓아 버린 외눈박이 방송에서 문창극의
강연 내용을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일방적으로 왜곡한 내용을 놓고
야당에서는 문창극을 역사 인식이 잘 못 돼 있는 몹쓸 놈 죽일 놈으로
몰아가며 대통령에게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야당의 공세가 그의 낙마(落馬)를 통해 대통령의 인사,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타격을 가함으로써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식물정부로 낙인찍으려는 듯한 정략을 막기 위해
문창극을 옹호하는 쪽에 서서 그가 말한 의도와 문맥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맞서고 있다.
그리고 상당수 사람들은 단편적인 부분, 선동적이고 인상적인 대목을
놓고 이게 옳으니 저게 옳으니 떠들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시골을
방랑하던 김삿갓이 어느 회갑 잔치 집에 들려서 수연시(壽宴詩)를
쓰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김삿갓은 어느 날 방랑길에 잔치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축시(祝詩)를 지어주고 잔치상을 받기로 하고 붓을 잡았다.
먼저 환갑을 맞은 노인에 대해 묘사하기 시작했다.
彼坐老人不似人 (저기 앉은 저 노인 사람 같지 않구나)
잔치 집에 와서 주인공인 '노인을 사람 같지 않다'니...저놈 끌어내라고
아우성과 소란이 일고 있는데도 김삿갓은 묵묵히 다음 싯귀를 이어갔다.
何日何時降神仙 (어느 날 어느 때 신선께서 내려오셨나)
'사람 같지 않다'던 대목이 '신선이 내려온 것'이라는 뜻으로 이어지자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던 사람들까지도 그의 솜씨에 모두 감탄했다.
김삿갓은 이어 노인의 아들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써 내려 갔다.
膝下七子皆盜賊(슬하에 아들 일곱이 모두 도둑이구나)
주인영감 옆에 있던 아들들은 자기들을 도둑이라고 하자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
분을 참지 못하고 있는 데 삿갓은 상 위에 놓인 복숭아를 보고 시를 마무리 했다.
窃取天桃善奉養(불로장생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아버님을 잘 봉양하는군)
이렇게 해서 김삿갓은 수연(壽宴)이라는 반전의 名詩를 남기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반전(反轉)의 테크닉과 반전의 묘미 때문에 김삿갓의 풍류시는
200년이 가깝도록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기억에 남는 것이다.
글이나 말, 드라마 연극 등에는 반전과 비유가 있다.
반전과 비유(比喩)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너무 고지식해서 융통성이 없거나 좀 모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어서 재미가 없다.
문창극이 수난을 겪는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우리 사회에 문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고
문맥도 모르고 떠들고 설치는 팔푼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꼬치꼬치 따질 줄만 알았지 융통성 없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이 자꾸
각박해지고 재미없어 지고 있다. 하물며 정치권은 그런 일을 정치적으로
악용까지 하려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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