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전작권이 화두다. 전쟁의 핵심은 싸워 이기는 것이다. 북한이 전면전을 일으킬 경우 우리는 그냥 이기는 것이 아니라 최단기간 내에 이겨야 하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완성해야 한다. 6.25남침과 같은 장기전은 회피해야 하며 강력한 억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따른 미국의 증원전력은 병력 69만여 명, 항모전단을 포함한 160여 척의 함정, 2,000여 대의 항공기로 약 270조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는 미국 전력의 약 50%, 대한민국 전력의 9배가 넘는 상상을 초월한다. 북한이 6.25남침 이후 전면전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연합 방위의 모델이라고 평가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왜 27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전력가치를 한국에 증원할까? 그 답은 바로 전작권에 있다.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전쟁의 승패에도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최단기간 내에 승리해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이기에 압도적인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미국군이 한국군의 통제를 받게 되어 전쟁의 책임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될 경우에도 미국은 과연 270조 원의 전력가치를 투입할 것인가. 미국은 이에 대해 전작권 전환 후에도 적절한 군사력으로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할 뿐 구체적인 증원전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젊은이 3만7천여 명이 사망하고 9만2천여 명이 부상당하고 3천7백여 명이 실종된 6.25남침 전쟁을 우리와 함께 극복한 우방이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끝난 지금도 과연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전작권 전환 연기 제의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주국방 포기라느니 대통령 공약 백지화라며 소모적인 논쟁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북한은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핵이라는 재앙적인 무기에 대칭할 무기는 핵뿐인데 우리는 그것이 없다.
그래서 비대칭 전력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주권을 말하는 사람들 중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핵을 개발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남한에 재배치하고 그 사용권한을 확보하라고 성토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대통령의 책무는 어떠한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의 심각한 핵위협을 우려하여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올바른 판단이다.
오히려 대통령에게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타격은 물론 충격적 보복으로 섬멸할 것과 정점에 이른 외교역량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계획을 수정하여 흔들림 없는 연합방위태세를 갖춰달라고 요구하는 게 정상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예산은 342조 원이다. 국방예산은 34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10%에도 미달하고, 그중에서도 전력증강을 위한 방위력 개선비는 11조 원에 불과하다. 군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전력운용비가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복지, 교육, 공공행정에는 200조 원이 넘게 들어간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국방비를 늘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여건이 이러한데도 일각에서는 계획대로 전작권을 환수하자고 주장한다. 민족자존심을 앞세우면서 말이다. 전작권이 어찌 자존심의 문제인가?
7천만 민족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 아닌가? 현명한 사람은 들으면 알고 똑똑한 사람은 보면 안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 전작권 환수는 여건도 안 되고 실익도 없는 오기의 발로에 불과하다.
현대 국가안보에 있어 연합방위는 필수이다. 단독방어는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는 구소련의 위협에 대응키 위해 체결한 집단방위기구이지만 이제는 제한적으로 러시아까지 참여시키고 있다. NATO 사령관은 미국이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독일 등 어느 누구도 자주국방이 침해되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일어나서는 안 될 제2의 6.25를 대비하고 있는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여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이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북한 핵을 풀어가고 막대한 통일비용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전작권전환 재연기 논의를 제안했다고 한다. 청와대 안보실장이 9월 미국에 가서 직접 이 문제를 논의 한다는 보도도 있다. 재향군인회와 성우회를 비롯한 안보전문단체들의 충정어린 외침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경우에도 안보문제가, 영토문제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전환에 반대에 서명한 1천만 애국국민과 함께 한미 간에 신속한 타결을 기원하며 지켜볼 것이다.(konas)
신 동 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청년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