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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종착역(終着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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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바람 작성일13-02-01 22:32 조회4,4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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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억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期)의 바다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포식자에게 쫒기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그 물고기에게는 강력한 포식자의 이빨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포식자의 강철 같은 이빨에 몸통을 물어뜯기기 바로 직전에 그 물고기는 최후의 선택을 감행했다,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 그 뜨겁고 공포스러운 바깥세상을 향하여 수면을 박차 올랐다,


딱딱한 지상 위로 떨어진 물고기에게 물 밖의 세상은 호흡이 가빴고 눈이 부셨다, 그러나 지상은 초록이 무성하고 그런대로 참을 만 했다, 몇 번의 몸부림 끝에 다시 물속으로 돌아왔을 때 포식자는 가고 없었다, 수생(水生)생물 사상 최초의 육지 상륙 사건에서 물고기는 포식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고기가 살고 있는 바다는 어머니 같았다, 물결은 부드러웠고 바람도 불지 않았고 춥지도 않았고 방사선도 없었다, 그러나 바다에는 강력한 포식자들이 번성하고 있었다,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초에 숨어 살거나 가끔은 지상으로 도망가야 했다,  이때부터 어느 어류종(種)의 DNA에는 육상으로의 진출이라는 꿈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바다에 살던 물고기 한 마리가 처음으로 지상을 구경했던 그 때부터 약 5억 년이 흘러, 그 물고기의 후예인 인류는 1961년 4월 12일 사상 처음으로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지상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지구를 처음으로 벗어났던 인류 최초의 우주인은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었다, 그는 우주에서 이렇게 외쳤다, "지구는 푸른빛이다"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나가기 약 4년 전인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사상 최초로 우주선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다, 인류 최초의 우주선이었다,  스푸트니크호가 지구 궤도를 돌기 시작한 이후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도 지구 밖으로 나로호를 쏘아 올렸다, 비록 완벽한 자체 기술은 아니지만 이로서 대한민국은 '스페이스 클럽'의 11번째 국가가 되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대기권으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인간으로 치자면 갓 걸음마를 배운 갓난애가 안방 문을 열고 거실을 쳐다 본 것과 비슷하다, 거실 밖에는 현관이 있고, 마당이 있고, 골목길이 있고, 그 밖으로는 큰길이 있고, 도시가 있고, 산맥과 바다가 있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나로호는 무한한 우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나로호가 열어줄 '우주시대'는 어떤 것일까, 위성 기술 확보, 탄도 미사일 개발 가능, 국가 위상 상승, 등등은 당장 눈앞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이익들이다, 그리고 외국 학자들은 우주개발을 통하여 지구 밖에서 자원을 채취한다는 먼 미래의 계획들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우주발사체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주 개발'이 아니라 '지구 탈출'이 될지도 모른다,


인류의 우주시대는 눈부신 것이었다,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다녀오고, 나사가 1977년에 발사한 보이저호는 태양계 탐사를 마치고 태양계를 벗어나 아직도 우주 공간을 날아가고 있다, 1990년 디스커버리호가  우주에 설치한 허블 망원경은 우주의 구석구석 장면을 고해상도로 촬영하여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우주시대의 인류는 우주의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우주개발을 통하여 인류가 알아낸 우주의 상식 중에는 종국에는 인류도 멸망한다는 사실도 들어 있었다, 이것은 기후 변화나 화산 폭발, 운석 충돌로 인한 생물체 멸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조물주마저도 제어하질 못할 대멸망, 인류 멸망을 불러올 결정적인 재앙은 지구 밖에 있었다, 영원을 약속했던 저 하늘의 별도, 태양도, 태양계에마저도 유효기간이 있었던 것이다,


태양은 50억 년 후에 자체의 연료를 소진하고 '소등(消燈)' 된다, 가늠하기도 힘든 먼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지구를 하루살이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지구의 생명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만큼만 여생이 남았다는 뜻이다, 인류 멸망은 그보다 더욱 빠르다, 자정이 되기 전 저녁 어스름이 깔릴 때쯤 인류는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


태양이 마지막을 준비할 때 지구는 태양에 빨려들어 연소하거나, 차디찬 우주 공간으로 튕겨져 나가 태양계는 해체된다, 어느 경우라도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없다, 지옥처럼 펄펄 끓는 금성이나 붉게 메마른 화성은 지구의 먼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 전에 인류는 최후의 선택을 감행해야 한다, 종족 보존이라는 위대한 사명을 위하여 인류는 지구를 박차고 나가 미지의 세계, 그 차겁고 공포스러운 바깥 세계로 탈출해야 할 것이다,


영화 '아폴로13'은 우주 공간에서 폭발을 일으켜 고장나버린 우주선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우주에는 정비소가 없었다, 부속가게도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우주선이 유일했다, 우주선에 있는 재료만을 이용하여 우주선을 수리해야 했다, 우주에서 고장난 우주선의 비행사나 지구에 사는 인류의 운명은 비슷하다,


인류는 부엉이 바위를 향하여 달려가는 미친 코끼리 등 위에 보금자리를 튼 개미들의 신세이다, 불행하게도 개미들은 코끼리의 의도를 알아버렸다, 코끼리가 부엉이 바위로 뛰어내리기 전에 개미들은 다른 코끼리 등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 개미들은 오로지 코끼리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코끼리 털과 먼지와 바람만을 이용하여 다른 코끼리 등으로 날아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지구의 운명을 쫓아 인류는 확실히 멸망한다는 사실이고, 새로운 보금자리는 찾지 못했고 이사할 방법도 모른다, 우주에는 이삿짐센터도 없고 구조대도 오지 않는다, 인류는 지구에 있는 재료만을 이용하여 새로운 보금자리로 날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면 우주를 헤매는 은하철도 999는 인류의 미래가 될지 모른다,


우주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구에 버금가는 인류의 보금자리를 찾아내어, 그 미지의 세계로 인류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그때쯤 국민 보호와 영토 수호라는 국가의 임무는 국민 우주 수송으로 바뀔지 모른다, 어류가 수면을 박차고 나갔듯이, 원숭이가 숲을 버리고 초원으로 나서듯이, 언젠가는 인류도 어머니 같은 지구를 버리고 신세계로 나서야 한다, 나로호는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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