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짓이야[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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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5-13 08:24 조회5,8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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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짓이야
강 병장은 팔이고 머리고 야전삽으로는 도저히 자를 자신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계속 난색을 표했다.
그럼!
“강 병장 너는 저기에 절단해 놓은 적의 시체 다리를 C-레이선 박스에 담아서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이 있는 곳에 갖다놓고 와 하였다.”
강 병장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던지 야전삽으로 절단한 다리를 끌어 담고 있었다.
이제!
“그만 철수하자!”
그 광경을 눈살을 찌푸리며 지켜보고 있던 권 병장이 이런 엄청난 짓은 그만 끝내자고 손을 털고 일어섰다.
“이제 더 이상 못해 먹겠어!”
앞에 있던 김 영진 병장도 들고 있던 야전삽을 땅에 집어던지면서 따라 나섰다.
마침!
그 때였다.
위쪽에서 망을 보고 있던 장 성춘 상병이 헐레벌떡 뛰어 내려왔다.
저 밑에서 사단공병중대로 보이는 전우들이 배낭을 짊어지고 이곳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만 철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사단공병중대원들이 오기 전에 철수를 서둘렀다.
모두들 세면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배낭이 있는 참호로 돌아왔다.
이곳이 전쟁터가 아니었더라면 시신훼손이라는 죄명으로 꼼짝없이 콩밥을 먹을 짓을 겁도 없이 한 셈이었다.
기갑연대 제4중대 특공대가 경계를 담당하던 638고지 서북쪽 지역은 기갑연대 제2중대에게 인계하였다.
어제(4월23일)!
처음 앙케 작전에 투입되어 오늘(4월24일) 아침에 638고지에 올라왔던 이무표 중위가 이끄는 제4중대 특공대원들은 철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
무려 14일 동안 엄청난 피해와 희생으로 어제 638고지 약 80%를 먼저 점령하였다.
또, 638고지에 하루 먼저 올라온 수색 중대원들에게는 철수 명령은커녕,
전사한 전우들의 원형부족 된 시신조각을 찾으라는 명령을 하달하였던 것이다.
“상부에서는 험하고 인간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끔찍한 일을 하게 하였다.”
하지만,
제4중대는 전사자가 없었기 때문에 원형 부족한 시신도 없었다.
때문에, 그런 명령도 내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투입되어 오늘 아침에 무혈점령한 제4중대 특공대원들에게는 철수명령을 내리는 것은 그 누가 생각해도 형평성 원칙에 어긋나고, 인정상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당한 작전 명령이었다.
결국, 수색중대원들은 공은 공대로 빼앗겨 버리고 뒤치다꺼리만하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명령에 죽고 사는 전선의 군인 신분이지만, 이 같은 온당치 못한 명령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중대원들은 극도로 흥분하였다.
또, 분위기도 살벌하였다.
이 때였다.
퀴논에 있는 맹호방송국에서 군가 행진곡이 반복적으로 무전기를 통해서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월남 전사에서 최대격전지 앙케 전투의 승전보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주 차분한 아나운서의 멘트가 흘러나왔다.
중대원 모두는 귀를 기울여 어떤 내용의 방송인가 궁금하여 일제히 숨을 죽이고 온 신경을 그 소리에만 집중하였다.
‘지금 대한민국 고국에서는 앙케 전투 승전보를 듣고 온 국민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월남 중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앙케 패스 638고지를 탈환하였습니다. 638고지를 철통 같이 방어 작전을 하고 있는 월맹군을 물리치고 주 월 한국군이 승리하였습니다.
차분하게 착 가라앉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갑자기 흥분된 목소리로 바뀌었다.
‘오늘(4월24일) 아침 07시10분경에 이무표 중위가 이끄는 맹호 기갑연대 제4중대 특공대가 월맹군 제3사단 12연대 특공대가 방어 작전을 하고 있는 앙케 패스 638고지를 탈환하여 주 월 한국군 맹호용사들이 승리를 거두었다’ 는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번 앙케 전투에서 두 개 상신된 대한민국 최고훈장 태극무공훈장 중 한 개는 앙케 전투에서 혁혁한 수훈을 세운 앙케 의 영웅 이무표 중위에게 일 계급 특진과 함께 상신되었습니다.
또, 나머지 한 개는 638고지 정상에 제일 먼저 올라가서 적들과 치열하고 처절한 전투를 벌이다가 장렬히 전사한 제 2중대 3소대장 고 임 동 춘 중위에게 일 계급 특진과 함께 태극무공훈장이 추서 되었습니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KBS단파방송 소리를 들은 수색중대원들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억울함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하나 같이 흥분을 금하지 못하였다.
“이럴 수는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다 먹었네.”
“죽 쑤어서 개 다 주었네.”
“리 기미!”
“씨 팔!”
“작전이고 개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저 밑에 있는 높은 사람 찾아가서 한 번 따져보자”
잠잠했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왁자지껄 걷잡을 수 없이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글자 그대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셈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억울한 심정으로 잔뜩 속이 상해있는 중대원들에게는 너무도 황당한 소리로 들려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극도로 분개한 수색중대원들은 M-16자동소총 잠금장치 자물쇠를 풀고 노리쇠를 후퇴전진 시키며 모두들 이성을 잃고, M-16소총을 공중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이때, 수색중대장 한 종석 대위가 참호에서 뛰어나와 연거푸 수류탄 3발을 터뜨리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이야!”
“억울하기로 말하면 본관 중대장이 제일 억울해!”
저기!
“우리를 대신하여 희생당해 죽어간 전우들의 시신이 보이지도 않느냐?”
“그래도 너희들은 멀쩡하게 이렇게 살아있지 않느냐?”
격해지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더 이상은 경거망동을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참호 속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수색중대원들은 땅에 철석 퍼질러 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제1분대장 송 하사가 이렇게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씨 팔!
“어제 (4월23일), 나와 강 병장이 적의 벙커를 향해 공격해 들어가자고 했을 때, 말리지만 않았더라도 오늘 같은 이런 억울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 계급 특진과 함께 태극무공훈장은 중대장에게 당연히 상신되었을 것이고, 우리 수색중대도 이 지긋지긋한 전쟁터에서 제4중대처럼 벌써 철수했을 것이 아닌가?
“중대장 저 새끼 완전히 쪼다새끼야!”
마구 욕지거리를 퍼부어가면서 중대장을 한 없이 원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색중대원들은 그 누구도 송 하사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중대장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처음, 수색 중대장으로 부임해 왔을 때는 훈장에 미친 사람으로 치부되어 욕을 한없이 얻어먹으며 실망을 안겨 주었던 장본인이었다.
“한국에서는 장관, 도지사가 죽어도 국립묘지에 묻어 주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은 여기서 전사하게 되면 국립묘지에 안장시켜 주니 그 얼마나 영광이냐?”
“이제 국가를 위해서 이 한 목숨 바칠 각오로 전투에 임해, 전과를 올리면 훈장은 무진장 주겠다.”
그렇게 훈장 하나에 연연하고, 탐이 나서 탐욕에 눈이 어두운 장교의 모습으로 비쳐 일장 훈시하던 그때와는 달리, 중대의 수훈과 훈장보다는 부하들의 목숨이 먼저라는 중대장의 상황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전쟁 노이로제에 걸려있는 중대원들의 솔직한 심정은 수훈을 세워 훈장을 수여받기 위한 무리한 공격보다는 부모형제와 처자식이 있는 내 조국 대한민국으로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된 밥에 재 뿌린 격으로 갑자기 등장하여 수색중대의 명예를 강탈해 간 느낌에 충일하여 흥분할 때 까지는 송 하사 주장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단 냉정을 되찾고 난후에 와 닿는 느낌은 확실히 중대장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분위기가 역력하였다.
만약,
송 하사와 강 병장이 적의 벙커를 향해 높은 포복으로 공격해 들어 갈 때에,
중대장이 원위치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송 하사처럼 중대 수훈을 앞세워 훈장을 받기위해 모른 척 하고 방치하고 있었더라면 제4중대 지원 없이 수색중대 단독으로 638고지를 탈환하게 되었을 것이다.
앙케 전투에 승리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 하였을 것이다.
태극무공훈장이 상신되었을 것이다.
앙케 의 영웅으로 추앙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전황으로 보았을 때, 섣불리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였더라면 아마도 제1분대장 송 하사와 강 병장이 적들에게 희생되었을 것이다.
또, 중대원들도 여러 명 희생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우리 수색 중대원들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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