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마리 열대어 fish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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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디언 작성일14-08-01 09:14 조회1,7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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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크기는 가로70㎝ ×세로40㎝× 높이50㎝다. 어항 속물은 항상90%이상 채운다. 물론 어항 위엔 뚜껑도 있다. 뚜껑이 없으면 열대어들이 기분 좋은 때나 그 반대일 때 뛰쳐나올 열려가 있어 판유리를 임시로 잘라 알미늄 막대위에 얹어 놓았다. 가끔 얘들이 뛰어올라 유리뚜껑 판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가보지만 아직 그 유리판을 들어 올린 녀석은 없었다.
먹이는 하루 한번 작은 차수가락 한 개 정도 분량을 주지만 열대어들과 청소 물고기는 별 불만이 없어 보인다. 열대어를 키우다 보면 얘들이 불만을 어떻게 표출하는지도 알게 됐다. 우리 집 열대어들은 기쁜 나쁘면 움직이질 앉는다. 모두 앞쪽 한 방향만 보고 있어 내게는 시위하는 걸로 보인다. 반대로 어항 물을 갈아준 뒤나 먹이를 먹은 뒤엔 좁은 공간이지만 활발하게 움직인다.
내 열대어들을 보면 항상 안됐다. 다 성장한, 30㎝짜리 열대어 7곱 식구가 살기는 얼핏 봐도 너무 작은 장소다. 그래서 먹이도 최소한 조금씩만 준다. 먹이를 쫌만 많이 줘도 산소 여과기가 감당 못해 어항 속물은 더러워지기 일 수다.
내가 팔자에도 없는 열대어를 키우게 된 건 어처구니없는 한 순간의 단순한 판단 때문이다. 아마 10 년은 족히 됐으리라. 살고 있는 아파트 정문 앞 길 건너에 작은 호프집이 신장개업했다. 사람들이 새로 문을 여는 신장개업을 선호하는 건, 뭔가 색다른 게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리곤 항상 실망하며 돌아오지만.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시내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신장개업이란 푯말을 붙은 호프집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실내 인테리어가 온통 핀란드나무로 장식됐다. 통나무로 된 식탁에 역시 통나무 의자다. 호프집 주인이 통나무와 인연이 깊은가 보다. 생맥 500㏄와 마른안주를 시켜놓고 가게 안을 둘러보아도 통기타에 흘러간 팝송이라도 부르는 가수는 없었다. 수도권 촌 동네 호프집서 압구정동 카페 같은 분위기를 기대한 내가 우습다.
생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나니 무료해진다. 그때 새로운 손님한 팀이 들어섰다. 이때다 싶어 자리서 일어나 문 앞 카운터서 계산을 마치고 나서는 내게 고등학생 또래 주인집 딸이 작은 상자두 개를 개업선물이라며 내민다.
“이게 뭐니?” 묻는 나 “열대어 인데 먹이 안줘도 잘 크니 같다 키워 보란다.” 집에 들어와 작은 종이상자를 열고 보니 사과크기 만한 어항에 피라미 만 한 물고기10여 마리가 들어 있었다.
처음엔 “이젠 개업선물도 별거다 하는구나?” 란 정도만 생각하고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그렇게 인연이 돼 열대어 키우는 여정이 시작됐다.
10일 정도는 그대로 한쪽 탁자 위에 놔뒀는데 어느 날 어항 옆에 다가가니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게 아닌가? 아마 먹이를 달라는 것 같았다. [후편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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