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엽고 불쌍한 우리 엄마[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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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18 03:06 조회9,6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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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엽고 불쌍한 우리 엄마
권 병장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먼저 1차 공격 할 때는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서
“바로 올라가면 안 돼!”
“바로 올라가면 죽어!” 부르짖으며 간절하고도 애타게 만류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권 준 병장 뇌리에 떠올랐다.
문득!
고국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못 견디게 보고 싶어졌다.
불쌍하고 가여운 우리 어머니!
장남인 내가 13살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대구 계산병원에서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고, 일 년 동안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시다가 병원 측에서, “이제, 가망이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퇴원하라는 권고에 따라 시골집으로 돌아오셔서 몹쓸 병으로 극심한 통증과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견디며 고난의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을 때였다.
진통제 약효만 떨어지면 너무나 심한 통증과 고통을 견딜 수가 없으셨는지!
“아이고 나, 죽어!”
“아이고 나, 죽네!”
신음소리를 토하며 창문을 주먹으로 두드리시면서
“의사 빨리 불러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시곤 했었다.
벌써 밤은 깊었다.
밤 열두시가 다 되었다는 벽시계의 종이 땡! 땡! 열두 번을 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바깥에는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깔려 있었다.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을씨년스럽게 바람까지 세차게 불고 있었다.
“진료비 미수금이 밀려있고, 진통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가까이에 있는 의사 선생님은 노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며 불러도 오지 않았다.
때문에,
어쩔 수없이 수 십리나 더 먼 곳에 계시는 의사 선생님을 모시러 가야 했다.
동네 어르신들조차도 밤에는 무서워서 못 다닌다는 귀신과 도깨비가 자주 출몰한다는 홀 개 산모퉁이를 돌아서 울며불며 진료소가 있는 잠 미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그는 의사 선생님께 아버지께서 고통과 통증이 너무 심하여 모시러 왔다고 간청하였다.
“빨리! 같이 좀 가달라” 애원하였다.
잠에서 막 깨어난 의사 선생님은 내 모습을 보시고 깜짝 놀라셨다.
그러면서 그는,
“이 어린것이 바람 불고 비가 오는 이 한 밤중에 무서워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나는 무서워서 도저히 갈 수가 없다 고 하셨다,
날이 새면 내일 아침에 같이 가자” 고, 오히려 의사 선생님이 준이를 설득했다.
준이는 울면서,
“제 아버지 좀 살려 주십시오,”
그렇게 몇 시간을 울면서 의사 선생님에게 매달리며 간곡히 애원했다,
하지만,
그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으셨다.
‘비가 멈추고 날이 밝은 새벽녘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의사 선생님은 주섬주섬 진료 가방을 챙겨서 자전거 뒤에 싣고 길을 떠났다.
준이는 뒤에서 자전거를 밀어가며 무서워서 도저히 못가시겠다는 의사선생님을 간신히 모셔왔던 그 때의 기억이 새삼 뇌리를 스쳐갔다.
그처럼 바람 불고 비오는 캄캄한 한 밤중에 귀신과 도깨비가 자주 출몰한다는 홀 개 산모퉁이를 어린 준이 혼자 지날 때보다,
지금!
밝은 대낮에 M-16총을 들고 사선에 엎드려 있는 것이 더 무섭고 겁이 난다.
결국,
준이 아버지는 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연세 높으신 시어머님과 어린 자식들만 남겨 놓고 감당하기 어려운 그 무거운 짐을 어머니 혼자에게만 다 지워 놓고, 전 재산을 병수발에 다 탕진하고 저 세상으로 가신 아버지를 원망 한 마디 하시지 않은 우리 어머니!
불쌍하고 가엾은 나의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재물부터 먼저 다 가져가고 왜? 사람까지 데려 가느냐고 망연자실하며 오열하시는 준이 할머니!
그 시절에는 의료보험제도가 없던 시절이라, 준이네 전 재산이었던 문전옥답을 다 팔고 자식들 학비밑천 황소까지 팔았다.
“재산이란 재산은 준이 아버지 병원비로 다 탕진하고 말았다!”
젊은 나이에 청상에 홀로 되시어 연세 높으신 시어머니 모시고 어린 6남매를 키우시느라고 허리가 휘어지시도록 고생만 하신 나의 어머니!
어릴 적에 어머니의 속을 너무나도 많이 썩힌 이 못난 자식을 한 번 나무라지도 않으시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던 나의 어머니!
“복도 지지리도 없는 가엾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
종구와 준이는 짓궂게도 자라[거북이]등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다.
자라는 놀라서 그 불길을 짊어지고 바깥마당에 쌓아둔 땔감나무 더미로 기어들어 갔다.
종구 네가 일 년 동안 사용할 땔감나무를 다 태워버렸다
불을 끄기 위해 모여든 온 마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준이를 못 쓸 놈이라고 욕지거리를 해대고 있었다.
이 기막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준이 어머님에게,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마을에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거야?”
마을에서 욕쟁이로 유명한 종구 할머니는 입을 삐죽거렸다.
“준이 저 놈은 애시 당초 인간되기는 다 틀린 놈이야”
욕지거리를 마구 퍼부었다.
“종구 저 놈도 준이 저 놈한테 못 된 물이 들어서 그렇다”
종구 할머니는 화가 덜 풀려 씩씩거렸다.
그 집 깃발 댁이 이사 오기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준이 어머니를 원망했다.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다 들어먹으면서도 준이 어머니는 철이 덜 들어서 그렇다고 극구 사죄하시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볼 낯이 없다고 머리를 조아려 싹싹 빌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겠습니다.”
“이 못난 자식 놈을 한 번만 용서 해 달라”고 이 자식 하나 잘못 둔 죄로 손과 발이 불어 터지도록 빌며 용서를 구하시던 나의 어머니!
준이 집 외양간 속에 숨어서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준이에게,
“울지 마라!”
“그까짓! 나무는 너희 아버지가 해다 주면 되지 뭐!”
매 초리 한 번 들지 않고 용서하시던 한 없이 너그럽고 인자하신 나의 어머니!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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