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대단한 애착심[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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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16 04:10 조회7,67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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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대단한 애착심
1972년 4월22일,
태양은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동쪽하늘에 떠오르고 있었다.
지금 시각 정각 08시,
앞으로 정확히 2시간 후, 정각 10시에 638고지 2차 공격을 할 예정이니, 만반의 공격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이제는 1차 공격 때와는 달리 사기도 뚝 떨어졌고, 수색중대원 모두가 지레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전의를 상실한 상태이라 다가올 공격 개시 명령이 두렵기만 하였다!”
이제 앞에 있는 적들이 정말 무섭고 겁이 난다.
뿐만 아니라,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물 보급도 없이 제2차 공격작전에 투입되던 그 악몽 같던 그 날, 그 뜨거웠던 화염과 자연의 악조건 속에서 천우신조로 겨우 살아남았다.
그 당시, 맨 앞장서서 일렬 전술종대로 앞으로 전진 해 나가던 첨병과 첨병분대를 제외한 나머지 수색중대원 모두가 화염과 연기에 질식되어 다 쓰러졌다,
그러나 바람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겨우 목숨만 부지하게 되었다.
때문에,
아직까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고 엉망이었다.
어제,
드럼통에 흙을 가득 담아서 2인1조로 밀고 올라가면서 공격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을 때, 수색중대는 실제로 실현 가능한지 제3소대 선임하사 안 희 백 중사가 솔선수범해서 드럼통에 흙을 담아서 직접 실험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전투현장에서 직접 실험해 본 결과, 이 드럼통 전술작전은 도저히 무모하고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드럼통작전 보다 가스탄작전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상부에 보고와 건의를 하였다!”
상부에서도 그의 건의가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수색중대에 가스통이 지급되었던 것이다.
안 중사는 자신이 건의한 가스탄작전을 상부에서 받아드린 것에 대해 매우 고무되어, 아침부터 수색중대에 지급된 가스통을 점검하였다.
그리고 638고지를 공격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가스탄 공격작전 준비를 끝마친 안 중사는 피의능선이라 불리는 638고지에 2차 공격 명령이 하달되기 이전에 아침부터 바람의 방향이 638고지 적들이 있는 벙커 쪽으로 잘 불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그의 기도가 하늘에 통했는지,
자연의 조화로 때마침 바람 방향이 638고지 적들이 있는 벙커 쪽으로 적당히 잘 불어주고 있었다.
그 절호의 찬스를 놓칠 새라 안 중사는 638고지 7부 능선 현 위치에서 다 연발 10발이 들어있는 가스탄 한 통을 터뜨렸다.
가스는 바람을 타고 638고지 적들의 벙커와 참호가 있는 곳으로 퍼져 올라가는 것을 보고 안 중사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는 가스탄작전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약 10m정도 더 전진하여 또다시 가스탄 한 통을 터트리자 가스는 바람을 타고 638고지 쪽으로 안개처럼 퍼져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 뒤를 따라,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다 연발 10발 들이 가스통을 직접 메고서 638고지로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이때 “쩌!~정~콰!~광!~”
638고지 9부 능선 참호 속에서 적들의 방망이 수류탄이 제3소대 선임하사 안 중사가 있는 약 20m 앞에 날아와서 폭발하였다.
불시에 날아든 폭발음에 정신을 잃을 번하였으나 천만다행으로 그는 무사했다.
밑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마음 졸이며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던 수색 중대원들은 너무 위험하다고 소리쳤다.
“모두들 그에게 어서 빨리 그냥 돌아오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들은 둥 만 둥 하였다.
그는 오직 적들의 벙커 속에 가스탄을 안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중대원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람의 방향이 638고지 정상 쪽으로 잘 불고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하여 가스탄을 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과!~쾅!~” 하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월맹군들의 B-40적 탄통이 날아왔다.
제 3소대 선임하사 바로 앞에서 폭발했다.
가스통을 메고 638고지 8부 능선을 향해 용감하게 올라가던 그는 적들이 쏜 B-40적 탄통을 맞고 그 자리에서 그만 푹 쓰러지고 말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수색 중대원들은 일제히
“악!~”하는 비명소리를 질렀다.
선임하사 전령은 발을 동동 굴었다.
“선임하사님이 전사한 것 같아!”
“이 일을 어떻게 해!”
“어쩌면 좋아!”
소리 내어 엉엉 울던 그가 울음을 그치면서 선임하사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는 다행히 죽음은 면했는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선임하사님이 움직이고 있어!”
“선임하사님이 움직이는 것을 봐서, 전사하지 않고 무사한 것 같아!”
전령이 소리를 질러대며 극도로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 어린애와 같이 너무 가련해 보였다. 적들의 B-40적 탄통을 맞고 쓰러져 있는 제3소대 선임하사 안 중사를 구출하기 위해 수색 중대원들은 일제히 엄호사격을 하였다.
제3소대 소대원 몇 명과 중대 위생병이 급히 선임하사 곁으로 다가갔다.
아주 큰 전상을 입은 것 같은 선임하사를 구출해서 돌아서는 순간,
“따다닥 따 콩!~”
A K-47총소리와 함께, 권 준 병장과 월남 더블백 동기인 양 상병이 등에서 분수처럼 피를 내 뿜으면서 쓰러졌다.
그는 온 몸이 피범벅이 된 채, 안타깝게도 그 자리에서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결국은 가스탄도 제대로 쏘아보지 못하고, 중상을 입은 안 중사를 수색 중대원들이 땅굴처럼 구축해 놓은 638고지 7부 능선까지 부축해 끌고 내려왔다.
“중대 위생병이 응급조치를 하기 위해 상처 부위를 살펴보았다!”
양쪽 다리가 절단되어 덜렁거렸다.
두 눈은 실명된 상태였다.
팔과 온 몸에는 B-40적 탄통 파편에 피범벅 되어 있었다.
한 곳도 성한 곳이 없는 그는 도저히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처참한 중상을 입었는데도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 그는 기어 들어가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고통스럽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다.
“위생병!”
“나, 살아날 수 있겠나?”
“선임하사님!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위생병은 위로하는 말로 그를 일단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
“정말 큰일 날 뻔했네!”
“내가 조금만 더 올라 갔으면 죽을 뻔 했네!”
아픈 고통을 참지 못해 비명을 지르면서도 살아야 한다는 생명에 대한 대단한 애착심을 보였다.
안 중사는 드럼통 전술작전이 실전에 유효한 방법인지 아닌지 알아보기도 하였다.
지휘부에서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 실험해보라는 명령도 없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확인 실험을 함으로서 문제점을 발견해 내었던 것이다.
그는 부하들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집념의 군인이었다.
그리고 중대원들에게 솔선수범하여 실험을 해 보이는 용기 있는 군인이었다.
앙케 작전 첫 날,
19번 도로 Q-커브 작전에서 수색 중대장도 전상을 입고 후송 가버린 상태에서 제1소대장과 제2소대장도 전사하고,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은 제3소대장조차도 어제 화염과 연기에 질식되어 106후송병원으로 후송 갔다.
이 참담한 현실 앞에 제3소대를 지휘할 선임하사마저 오늘 아침에 안타깝게 큰 전상을 입고 말았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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