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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가 된 전술기지[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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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4-06 03:52 조회7,3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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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바다가 된 전술기지

1972년 4월13일 오전,

맹호 기갑연대 제2중대 1소대는 중대 전술기지를 출발하였다.

캄보디아 국경 쪽 플레이쿠의 수송도로인 19번 도로상 16번 교량 위 제2중대 책임 전술기지인 진달래 고개를 넘었다.

‘피의능선, 죽음의 고지’ 라고 명명된 638고지를 공격하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제일먼저 앙케 전투에 투입되어 돌아오지 않는 특공대작전을 수행중인 제1대대의 예비중대인 제3중대에 배속되었다.

638고지에 마치! 전설과 같이 되어버린 ‘나가면 돌아오지 않는 특공작전’ 과 치열하고 처절했던 638고지 1차 공격작전에 투입되었다.

(4월13일에서 4월18일까지) 6일 동안에 제1소대 작전인원 30명중 전사자와 전상자를 포함한 17명이란 많은 부하를 잃고 천신만고 끝에 기적처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장렬히 전사하고 전상당한 부하들의 생각에 북받쳐 오르는 서러움과 슬픔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아무 의욕도 없이 제2중대 책임 전술기지로 철수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천근만근이나 되는 지친 몸으로 앙케 고개 19번 도로 개활지에 도보로 이동하였다.

중대전술기로 철수하기 위해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상부에서 무전 연락이 날아왔다.

“지금 당장 중대 전술기지로의 철수작전을 취소하라는 명령이었다.

귀관 소대와 제일 가깝게 인접해 있는 638고지 3부 능선에 미군 보급헬기가 추락하였다.

헬기주변에 적들이 접근해 올 수 없도록 경계 작전과 헬기조종사를 구출하라”는 명령을 하달 받았다.

급히 사고 현장에 도착하였다.

중상을 입은 미군 헬기조종사를 먼저 구출하였다. 곧 바로 후송조치 하였다.

연이어 전사한 미군 헬기조종사와 주 월 한국군 통역 병 정 운 섭 병장의 시신을 수습하였다.

“이렇게 작전이 무사히 종료되었을 때였다!”

이때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해는 플레이쿠 쪽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있었다.

벌써 앙케 협곡에는 어둠이 짙게 내리 깔리고 있었다.

추락한 헬기 전사자와 전상자의 구출작전이 완료되었다는 것을 상부에 무전으로 타전하여 보고하였다.

상부에서는 오늘은 날이 어두워 헬기지원이 불가능하니, 즉시 위험한 앙케 협곡에서 빠져나오라고 명하였다.

상부에 명령에 따라 비교적 안전한 앙케 고개 개활지로 이동하였다.

현지에서 하룻밤 숙영하고 날이 밝는 즉시 내일 4월19일 헬기를 타고 중대 전술기지로 철수하라는 명령이 득달같이 내달았다.

단, 일 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이 지긋지긋한 앙케 고개 개활지에서 불안과 초조한 심정으로 떨며 또다시 하룻밤 숙영에 들어가 무사히 4월19일 아침을 맞았다.

맹호 기갑연대 제2중대 1소대는 철수 예정일보다 하루 늦은 중대 전술기지를 출발한 지 약 일주일 만에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살아남은 13명의 부하들을 인솔하여 헬기로 제1대대 전술기지 근처에 랜딩 하였다.

마치!

패잔병 같은 신세가 되어 힘없이 제2중대 전술기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때, 중대 전술기지에서 앙케 작전에 출동 대기 중이던 중대원들이 많은 전우들을 잃고 힘없이 철수하고 있는 그들을 위로하고 용기와 사기를 진작시키는 의미로 진입도로 양쪽에 도열해 서 있었다.

모두들 숙연한 마음으로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고, 팔을 좌우로 흔들며 반동에 맞춰 맹호군가를 목이 터져라 힘차게 부르고 있었다.

자유 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 깁 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님 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 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 의 뒤를 따르리라

한결같은 겨레마음 님 의 뒤를 따르리라

맹호 군가 1절이 끝났다.

2절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겨우 13명의 부하만 인솔하여 중대전술기지로 철수하고 있던 제2중대 1소대장 xxx 중위는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다가 장렬히 전사한 부하들의 모습이 새삼 떠올랐다.

제 1소대장은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격해지는 감정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지휘관과 장교란 자존심도 팽개치고 말았다.

수치심과 부끄러움도 망각한 채, 어린애처럼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옆에 따르던 분대장들도 울고, 같이 올라가고 있던 병사들도 울었다.

드디어 맹호 군가를 부르고 있던 중대원들 모두가 통곡하며 오열했다.

갑자기 제2중대 전술기지 입구에는 사나이들의 진하고 진한 뜨거운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마침!

격려와 용기를 주고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미리 전용헬기로 제2중대 전술기지에 도착해 있던 맹호 사단장 정 득만 소장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단장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마치!

패잔병처럼 울면서 올라오고 있는 제2중대1소대 x x x 중위 앞으로 다가갔다.

“장교가 울어!”

“이런 일 가지고 장교가 울어!”

“너 장교 맞아!”

“지휘관 맞아!”

호통과 야단을 쳤다.

“본 지휘관은 6.25 전쟁 때, 이것보다 몇 백배 더 한 슬픔과 아픔도 체험했어!”

그러면서 그는, 들고 있던 지휘봉으로 제1소대장 x x x 중위의 배를 찔렀다.

어깨와 철모를 번갈아 때리고 발로 조인트를 사정없이 깠다.

체면과 부끄러움도 없이 서럽게 울면서 올라오고 있는 그를 사정없이 나무랐다.

이 광경을 지켜본 울고 있던 소대원들과 맹호군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던 중대원들도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듯 조용하였다.

사단장의 불호령에 일제히 울음을 그쳤다.

정글 복 옷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제2중대 전술기지 작은 연병장에 삼열횡대로 정렬하여 늘어섰다.

정 득만 소장은 조금 전과는 달리 태도가 돌변하였다.

목이 메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단하게 훈시를 끝내고 도열해있는 소대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였다.

“수고했어!”

“수고했어!”

“정말! 수고 많았어!”

자상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도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지휘봉으로 철모와 어깨를 두들겨 맞았다.

조인트를 까였다.

죄 저지른 강아지와 같이 야단을 맞아 고개를 떨어뜨린 채 의기소침해 있는 제1소대장 xxx 중위 앞으로 다시 다가갔다.

살짝 포옹을 하였다.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사단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귀관도 수고 많아 어 하였다!”

“아무리 슬퍼도 그렇지, 지휘관이 부하들 앞에서 눈물을 보여서야 되겠나?”

사단장 자신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제 할 수 없었던지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638고지 쪽을 바라보면서 전용헬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단장을 수행해온 일행들도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참으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얼른 헬기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전용헬기는 프로펠러를 서서히 돌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사단장과 그 일행이 전용헬기에 오르자 굉음소리도 요란하게 세찬 먼지바람을 일으키면서 이륙하였다. 사단사령부가 있는 퀴논 쪽 하늘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사단장 전용헬기가 하늘 멀리 사라져 갔다.

중대 전술기지 보금자리로 살아 돌아온 소대원들은 같이 전투를 하다가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였다.

마치!

죄인처럼 흐느끼는 사나이들의 진하고 진한 뜨거운 눈물로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전우들의 생각에 그동안 꾹 참고 참았던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또다시 제2중대 전술기지에는 통곡과 오열의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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