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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받아 마시다[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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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15 00:02 조회8,321회 댓글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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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을 받아 마시다

수색중대 제2소대 특공대원들은 새벽에 특공대로 무명고지를 출발할 때,

불필요한 것은 모두 다 버렸다.

그리고 먹을 전투식량 (C-레이선) 까지 다 버리고 물만 가지고 올라왔다.

극도의 긴장 때문에 앉아 쉴 때 마다 물을 마셨다.

638고지에 올라오기 전에 이미 가지고 온 물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한데다가 점심도 먹지 못하여 녹초가 되었다.

무더위와 긴장 탓에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견딜 수 없는 갈증으로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심한 현기증을 느껴 비몽사몽 헤매고 있었다.

비단, 권 병장 혼자만 기진맥진해서 숲 속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새벽에 특공대로 같이 올라온 대원들은 대부분 다 쓰러져서 숲 속에 드러누워 있었다.

어느덧 그 작열하던 태양도 서산으로 기울었다.

저 밑에 보이는 콩 강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좀 시원해졌다.

지금까지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몸도 조금 회복이 되는 것 같았다.

권 병장은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숲속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늘에서 흘러가는 구름만 멍청히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벌써 배낭을 메고 본대로 올라온 분 대원들은 참호구축 작업을 대략 마무리하였다.

그 들은 참호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전투식량으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권 병장도 용기를 내어 바위 밑에서 박 병장이 참호를 구축해 놓은 아래로 내려갔다.

박 병장한테 야전삽을 빌려서 있는 힘을 다 해 참호를 구축해 보려고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너무나 힘이 들고 참호도 잘 파지지 않았다.

그는 그만 참호 파는 것을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다들 구축해 놓은 안전한 참호 속에 들어가 앞을 주시하면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권 병장 혼자만 박 병장이 구축해 놓은 참호 위 바위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안에 떨고 있었다.

새벽에 특공대로 같이 올라와서, 큰 바위 밑에서 같이 누워 있었던 김 병장은 용기를 얻어 참호를 구축해야 되겠다며 제 위치로 돌아갔다.

한참 후!

김 영진 병장은 다시 권 준 병장 옆으로 다가왔다.

자신은 “겨우 미친년 궁둥이 들어갈 만하게 참호를 구축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참호 파는 것을 포기하고 여기에 왔다”고 주절거렸다.

특공대장으로 같이 올라온 김 종일 분대장의 참호는 부 분대장인 최 병장의 주도로 분 대원들이 합심해서 구축해 주었다고 하였다.

분대장도 지칠 대로 지쳐서 숲 속에 누워 있다고 하였다.

때문에 맨 후미 박 병장 옆에 위치해 있던 최 병장이 분대장 위치로 가서 분대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고 하였다.

전 분 대원들에게 오줌을 버리지 말고 C-레이선 빈 깡통에 받아놓으라고 지시했다.

자기도 오줌을 받아 놓았으니, 권 병장도 오줌을 버리지 말고 받아 놓으라는 말에 C-레이선 빈 깡통에 오줌을 두 깡 받아 두었다.

오로지 권 병장 머릿속에는 물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 638고지의 5부 능선 큰 바위 밑에서 머리를 땅에 쳐 박고 무서워 벌벌 떨고 있었던 박 병장이 자신은 먹지 않고 건네주는 전투식량 (C-레이선)을 억지로 조금 먹어보려고 애를 써 보았다.

그러나 목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물 없이는 도저히 아무것도 넘길 수가 없었다.

심한 갈증에 C-레 이선이고 뭣이고 만사가 귀찮았다.

아침은 긴장 때문에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점심은 먹을 것이 없어 먹지 못하고, 저녁은 갈증 때문에 먹지 못했다.

앙케 작전에 출동해서 식사도 많이 굶었다. 또, 갈증과 졸음에 엄청 시달리고 있다.

이 처럼 비참하고 극한 상황에 처해보기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저 위, 638고지 정상에는 월맹군들이 우글거리고 있는데도 이놈의 졸음은 염치도 없이 깜박깜박 몰려오고 있었다.

권 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준아!”

“빨리 일어 나 거라!”

“자면 안 돼!’ 자면 안 돼!”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서 엄하게 호통을 치며 깨우고 있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탤런트 뺨 칠 정도로 미남형으로 잘 생긴 박 병장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권 병장을 깨우며 말했다.

조금 전 월맹군 두 놈이 저 위에 있는 큰 바위까지 내려왔다고 하였다.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난다고 하였다.

박 병장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며 겁먹은 표정이 되어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권 병장은 적들이 내려왔다는 박 병장 말을 듣는 순간, 조금 전 꿈속에서 아버지가 자면 안 된다고 하신 말씀이,

‘저 두 놈들 때문이 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머리끝이 쭈뼛 서며 소름이 끼쳐와 겁이 났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척 하였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던 박 병장이 사시나무 떨듯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저기! 좀 보십시오.”

“저놈들이 이리로 내려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병장! 너무 겁먹지 마라”

“적이 내려오고 있다고 옆으로 전달하고, 수류탄을 탄 입대에서 떼 내서 제2안전핀을 제거하고, 제1안전핀도 즉시 제거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고 있어!”

“까짓것! 한 번 붙어 보는 거지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그는 수류탄을 오른 손에 움켜쥐고 투척할 자세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잔뜩 긴장이 되었다.

이때,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던 두 개의 검은 물체가 약 10m 전방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검은 물체는 무슨 낌새를 알아 차렸는지?

그만 뒤돌아서서 바위가 있는 고지 쪽으로 다시 올라가 버렸다.

권 병장은 2-3m만 더 다가오면 수류탄을 투척할 기세로 있다가 두 놈이 다시 뒤돌아 가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잔뜩 긴장했다가 놈들이 사라지자,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져왔다.

초저녁에 김 병장이 와서 오줌은 버리지 말고 받아 놓으라는 말을 듣고, C-레이선 빈 깡통에 받아놓은 오줌을 C-레이선 속에 들어있는 커피와 설탕을 타서 마시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찝찔한 오줌 맛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목숨을 연명해야겠다는 생존의식이 그 더러운 맛조차 앗아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몽사몽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수색중대 본부 쪽에서 전달이 왔다.

반갑게도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에서 물을 가지고 온다는 전달이었다.

그 물을 전달받으러 갈 특공대를 조직해서 출발한다고 했다.

권 병장은 뛸 듯이 기뻤다.

‘이제는 살았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구나.’

‘그 역겨운 오줌을 괜히 마셨구먼!’

혼자 중얼거리면서 제1중대 소도산 책임 전술 기지 쪽을 눈이 빠지도록 바라보며, 물이 도착하기만 기다렸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겠구나’ 하는 그 생각으로 몰려오던 잠도 어느새 달아나버렸는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을 전달 받으러 간 특공대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밤 12시가 훨씬 지나서야 특공대원들은 돌아왔다.

목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물은 못 가져왔다는 맥 빠지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와 638고지사이에 월맹군들이 매복 작전을 하고 있다는 첩보에 그들의 매복 작전에 걸려들까 봐 중간지점에서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다고 물 전달 받으러 특공대로 갔다 돌아온 박 병장이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그동안 물을 가지고 오기만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던 권 병장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개새끼들! 자기들끼리 다 마시고 왔군.”

“차라리 내가 물 전달 받으러가는 특공대로 지원할 걸”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사실은 새벽에 특공대로 올라왔던 대원들은 물 전달 받으러가는 특공대에서 열외(제외)시켰기 때문에 물 전달 받으러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권 병장은 목이 타 들어가는 갈증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풀잎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이슬을 입으로 빨아 보았다. 그러나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감질만 날뿐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 절박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목이 타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참고 견딜 수가 없었다.

먼저 마셨던 오줌이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남아 있는 오줌을 억지로 다 마셔버렸다!”

견딜 수없이 타 들어가는 갈증은 조금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숨을 쉴 때 마다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역겨운 오줌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나는 걸 참아내기가 정말 힘들었다.

- 계속 -

댓글목록

commonsense1님의 댓글

commonsense1 작성일

한국전쟁떄에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에
계속되는 굶주림 속에서 어떻게 그런걸 먹겠느냐고 안 먹은 사람은 죽고
먹은 사람은 살아 남았다는데

그 먹은 것이 바로 풀잎에 소똥을 싸서 먹은거 였단 말이 떠오릅니다

잘 읽었습니다..추천!

강유님의 댓글

강유 댓글의 댓글 작성일

헉... 풀잎에 소똥을 싸서 먹었다고요? -_-; 완전히 Man vs Wild 이군요...

안케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강유님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는 늦기지 못했던 것을 전쟁터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공기와 물이 없으면 잠시도 살 수 없다는 것을 그 전쟁터에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commonsens 선생님!
이 늦은 시간에 저의 글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6.25 전쟁 때, 그런 극한 상황도 있었군요?
6.25 선배님들의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이 나라를 구한 것에 대해 숙연해 집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그건뭐지님의 댓글

그건뭐지 작성일

전쟁을 모르는 저는 간접적으로 영화를 보며 전쟁이란 어떤거구나 알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안케님의 글은 보며 영화는 그져 장난이였구나 전쟁이란 피눈물 나는 인간이 절규라고 표현하기도 힘든 거란 걸 알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건뭐지님 감사합니다.
전쟁은 인간의 최악의 상황이지요.
그러나 전쟁만큼 깨끗이 정리되는 것은 없습니다.
전쟁에 있어서 승자와 패자는 천국과 지옥 차이이지요.
그렇다고 전쟁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겠지요.
전쟁으로 인해 인류 문화와 과학은 엄청나게 발전 했었지요.
감사합니다.

송석참숱님의 댓글

송석참숱 작성일

안케님 연일 귀중한 기록을 생산하시느라 수고 많십니다. 다 뫃아보니 엄청난 분량입니다. 덕택에 편안히 앉아 당시 안케전투에 참전한 수색중대 장병들의 절박처절했던 고통과 피땀을 고통없이 감상음미 합니다.

전 일등병 단기복무 명예제대자지만 이 안케전투에 관련된 연대장 작전참모 정보참모 군수참모 1 대대장 그리고 1중대장 수색중대장에 분노와 실망이 큰것은 40여세때 읽은 월남전 신문보도와 너무 칼라가 다른것이고
둘째는 같은 사단인데도 두코전투 짜빈둥 전투에서 승리한 부대 지휘관과 병사들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 입니다.
셋재는 제가 61~62년 당시 32연대 3대대 11중대 3소대 소총수로 경험한 거와너무 생소한 것입니다.
당시 후방사단은 교육훈련 심하고 고지 8부능선 교통호 파고 진지보강공사 탄약고 보수사역 연대평가 보전포 합동훈련 혹한기 재건기동훈련등 무척 배고프고  고달팟지만 대대장이나 중대장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당시 절반가량인 무학자와 절반가량인 중고~대 학력자 불구 매우 두터웠으며 한덩어리 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두분은 사병들의 복지후생에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는 것(실제는 마음뿐이지 별 뾰죽한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다음은 보전포 합동훈련 기동훈련에서 이 두분이 젊은 병사들 못지않게 훌훌 난다는거 한번도 실수없이 목표달성 이였습니다.
소대장은 없고 소졸출신 말뚝중사가 소대장을 겸하는 우리3소대를 부지런히 챙기던 중대장 도 그렇고, 대대애서 연대부터 각중대 소대까지 부지런히 누비던 소모소위 출신 우리 대대장은 1대대 2대대 장과 달리 한번도 전사딱지를 붙인적이 없었습니다.
학력이 높았거나 낮았거나 당시 근무한 장병들은 이 두분은 전투부대 지휘관으로는 참으로 훌륭한 끝내주는 분으로 지금까지도 존경의 끈을 쥐고 있습니디.

여기 이 멍청한 수색중대장 연대장 대대장에게는 이런 끈이 없습니다. 수통하나만 주고 출격시킨 특공대에 군장검사도 엉터리 무전기도 빠뜨리고 시간이 지연되고 연락이 안되면 스스로 연락병을 보내 상황파악과 대응조치 즉 보급을 해주어야 하는것 아닌가요?
2차대전, 625전쟁때도 아니고 제트기와 헬기와 벌칸포와 네이팜탄이 있던때 자기 오줌이라도 마셔야 하게 했다는 것은 지휘책임을 물을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케님 실패가 없이 얻어지는 성공은 빈약합니다. 실패의 뼈저린 성찰평가로 얻어지는 교훈만이 값진성공의 토대가 된다는 신념으로 계속 분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송석참숱 성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필자의 글에 관심을 가지시고 긴 댓글로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예리하고 날카롭게 지적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평시와 전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 앙케 작전을 지휘했던 지휘관들의 고뇌와 고충과 갈등이 많이 있었 을 것이라 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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