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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권학생이었다[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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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08 06:57 조회8,997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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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운동권학생이었다

최 지원 병장은 서울 출신으로서 장교였던 아버지 최 성규와 전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던 어머니 문예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또,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민족 최대 비극인 동족상잔의 6. 25전쟁이 발발해 장교였던 아버지가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문예지의 친정 부모는 젊은 나이에 혼자 살아가는 딸의 처지가 가엾고 안타까워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춘이라고 늘 걱정하였다. 그러시면서, 외손자는 우리가 잘 키워 줄 테니까, 재가를 하라고 끈질기게 회유와 설득을 하였다.

마침, 서울 장안에서 알아주는 부자 집의 둘째 아들한테서 중매가 들어왔다.

그 부자 집 둘째 아들한테로 재가를 하라는 부모님의 집요한 강요에도 굴하지 않고, 지원과 같이 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문예지는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사교성으로 5.16 군사 정권이 들어선 후, 군에서 정치권으로 이동한 남편의 옛 동료와 선후배들이었던 정치인들을 상대로 비밀요정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원은 부모를 닮아서인지, 어려서부터 똑똑하고 총명했으며 어머니 문예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도 잘하였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반장과 우등상을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는 아주 모범생으로서, 어머니 문예지를 기쁘게 해 주는 효자이기도 했다.

지원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머니 문예지는 남편 최 성규가 전사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 당시 같은 기수 중에서 선두 그룹이었던 그가 지금쯤 최소한 장관 한 자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남편을 꼭 빼 닮은 지원에게 요즘 육군사관학교가 최고로 인기가 좋다고 은근히 강권하였다.

“지원이 너 같은 실력이면 충분히 육사에 들어 갈 수 있을 텐데!”

“육사나 가렴 하였다!”

영리하고 똑똑한 지원은 국가를 위해서는 아버지 같은 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정으로 보아서는 비극이다 고 하였다. 아버지를 조국에 바치고 어머니 혼자서 고생하시면서 살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군인의 길은 아버지 혼자만으로 족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지망하겠다고 하였다.

정치외교학과에 지망하겠다는 말을 들은 지원이 어머니는 지원이가 너무 대견하고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은 육사에 가라고 권유하지 않고 그의 뜻에 따라 주었다.

어머니의 지극한 뒷바라지로 지원은 그 어려운 서울대학 정치외교학과에 무사히 합격하였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공부밖에 모르고 지냈다.

어느 날부터 운동권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글과 ‘군바리 새끼들이 총칼로 정권을 빼앗아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말살시키는 독재정권을 타도해야 된 다󰡑는 선배들의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러나 지원은 선배들의 말에 애초부터 동의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군인이야 말로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고 목숨까지 바치는 최고의 애국자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지하자원 하나 없고 국민 대부분이 굶주리고 있는 이 같은 현실에서는 민주화는 시기상조이며, 그 누가 정권을 잡아도 가난에서 헤어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운동권 선배들이 민주화니 뭐니 떠들어 대면서, 마치 그들이 선구자인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여 공산주의 체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간들이라고 경멸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말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지원이도 졸업할 무렵에 이르러 군사 정권의 부정부패 4대 의혹 사건들, 3선 개헌 같은 사건들을 어지럽게 접하게 되면서부터 긴가민가했던 운동권 선배들의 말이 정의감에서 우러나오는 충정이라고 생각하고 학생 운동에 빠져 들게 되었다.

공부는 뒷전이고 매일같이 선배들과 선술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군바리새끼들이 다 해 쳐 먹으니, 우리 같은 정치 지망생들은 할 일이 없다’ 고 울분을 터뜨리는 운동권 선배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다가 보니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어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새마을 운동을 높이 평가한다는 ‘새마을 노래’ 을 들어도 구역질이 났다.

자연히 울화통이 터졌다.

선배들 말이 구구절절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원은 학생운동으로 빠져 들게 되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는 옛 말처럼, 공부밖에 모르던 그는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화를 말살하는 군사 파쇼 정권은 물러가야 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비판하고 타도하였다.

결국은 요주의 인물로 지명 수배를 받게 되었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중정 요원과 경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원이 어머니는 그 당시만 해도 전문대학을 졸업한 최고의 엘리트였다.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사교술로 군 출신 정치인들과 인맥이 두터운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정치인들을 상대로 비밀요정을 운영하면서 정•제계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였다.

요정에 오는 단골손님이었던 중정 고위 간부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교분을 쌓게 되었다.

문예지는 요정에 단골로 오는 중정의 고위직 간부에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운동권 선배들의 꼬임에 빠져 학생운동을 하다 지명수배를 받아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 중정 고위 간부도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고 하였다.

“당장 아들을 찾아서 자수를 시켜라”

“지원이가 자수만 하게 되면 내가 뒤에서 최대한 선처를 해 주도록 힘을 써 보겠다.” 고 하였다.

그 말을 믿고, 서울 근교에 단골로 다니던 절에서 지원이의 자수를 설득하기 위해서 중정 요원이 귀띔해준 지원이 선배를 통하여 은밀히 연락을 취해 아들을 만났다.

지원이 어머니는 아들 지원에게 눈물로 자수를 권유하였다.

지원은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어머니의 권유를 거절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였다!”

지원이 어머니는 붙잡고 매달리며 아들을 설득 했다.

하지만 지원은, 어머니의 떨리는 손을 매정하게 뿌리치고 돌아설 때에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는 견딜 수 없이 괴로워서 한 없이 울었다고 했다.

지금도 현인의노래,

‘비 내리는 고모령’ 노래 가사가 그때 어머니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던 생각 때문에,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이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하는 구절이 절절이 가슴속 깊이 와 닿아, 어느새 이 노래가 최 병장의 십팔번이 되어 자주 흥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어다오 나도 울 어 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 밤이 괴로 움 구나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과 눈물, 애원으로 동지들의 협박과 회유로 고민하던 끝에 자기 하나만 보고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가 너무 가엾고 불쌍한 생각에 견디다 못해 결국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자수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중정 고위 간부가 신원보증을 서고 선처를 부탁한 덕에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풀려나와서 대학을 졸업하게 되었다.

하지만, 권력에 굴복하여 자수했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군 면제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고육지책으로 운동권 동지들과도 멀리하기 위해서 군에 입대했다.

군에 입대 했지만,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선후배와 동지들에게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로 낙인이 찍혔다.

지원은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라는 낙인 때문에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중정프락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월남을 가기로 결심했다.

월남으로 가려고 지원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어머니가 달려오셔서

“월남에는 가면 절대 안 된다.”

“네 아버지 하나로 조국에 바쳤으면 족하지, 지원이 너까지 전쟁터에 보낼 수는 없다”

“내 평생 너 하나 보고 이때까지 살아왔다”

눈물로 호소하는 애절한 모습에 몇 번이고 지원했다가는 실패했다.

그러나 선배들과 동지들의 중정 프락치와 배신자란 따가운 눈총 때문에 더 이상 견디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신에게 신원보증을 서준 중정 고위 간부에게 학생운동을 했던 같은 동지들로부터 배신자와 중정프락치로 의심을 받고 있으니, 월남으로 가야 동지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월남으로 보내주지 않으면 다시 옛 동지들과 같이 어울릴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 중정 고위 간부에게 지원요청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어머니를 좀 설득해 달라고 부탁을 한 결과 간신히 월남으로 오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 이 처절하게 치르고 있는 앙케 전투에서 살아서 어머니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국립묘지로 돌아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면서 그는,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자식 하나만 믿고 산다는 어머니께 씻을 수 없는 큰 불효를 저질렀다고 울먹이었다.

어머니가 한 없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워진다고 하며 통곡을 했다.

최 병장의 슬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큰 바위 밑에 함께 있던 분 대원들도 잠시 숙연해지며 눈시울을 적시었다.

육사에 가라고 그렇게 간청하던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고 학생운동에 빠져들었다.

아버지의 옛 동료와 선후배 분들에게 군사 파쇼 정권이니, 군바리들이니 뭐니 하면서 폄훼하고 비난했던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이 곳 월남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한 없이 후회된다고 했다.

- 계속 -

댓글목록

그건뭐지님의 댓글

그건뭐지 작성일

글읽는 동안 눈시울이 젖어들어 잠시 쉬다 읽었네요. 안케님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안녕하세요?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필자의 글에 눈시울을 적시며 쉬다 읽어셨다니, 제 마음도 울컥해 집니다.
따라서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산님의 댓글

현산 작성일

요즈음은 안케님의 글이 올랐나 궁금해서 시스템클럽을 찾게 되었습니다.
지난 역사가 이렇게 생생하고 절절할 수가... 몇 번을 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읽곤 하였습니다.
우선 그 하회가 너무 궁금하고 또 무섭고... 만약 잘 못되었으면 이를 어찌할지...
그래도 감사하단 말씀은 남겨야겠습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현산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필자의 글에 칭찬과 격려를 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또, 찾아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니 저로서는 한없는 보람과 기쁨을 느낌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내 무궁한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유님의 댓글

강유 작성일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실경험이 담긴 실화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케님의 댓글

안케 댓글의 댓글 작성일

강유님 댓글 감사합니다.
이렇게 격려와 칭찬을 해 주시니, 저도 용기가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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