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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땅에 쳐박고 있는 박 병장[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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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3-02 00:09 조회9,1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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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를 땅에 쳐박고 있는 박 병장

요령을 알고 나면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지휘관 임시 소대장이 앞장을 서니까. 겁도 덜나고 두려움과 무서움도 좀 누그러들었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관측소 근무자의 “포 떴다!” 신호가 들려오면 앞으로 나갈 방향의 상공을 주시하고 있으면, 적들의 포가 “쉬-쉬!”하는 소리를 내면서 날아온다.

그 소리가 계속 들려오면 앞으로 뛰어나가면 안전하였다.

수색 중대원들은 최 지원 병장이 알아낸 원리와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 소리와는 달리 “쉬-익!” 포 날아오는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길 때이면 참호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색중대 제2소대는 월남전 참전 이후 처음으로 638고지 5부 능선 큰 바위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하였다.

큰 바위 밑에 은폐 엄폐해 있었다.

마음이 좀 안정이 되었다.

사라졌던 용기도 되살아나고 자신감도 생겼다.

수색중대 제2소대는 공격 목표인 638고지 좌측에 있는 작은 무명고지를 향해 일렬 전술종대로 이동 중이었다.

이때,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는 전달이 앞에서 왔다.

이미 3시간 먼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정문을 통해 출발한 수색중대 본대가 도착하지 않았다.

때문에, 본대가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라는 전달이었다.

권 병장 바로 옆에 있던 박 병장은 큰 바위 밑에 엎드려서 앞 전우의 전달을 기다리고 있었다. 

큰 바위 밑에 같이 있는 박 병장은 계급도 병장이고 나이도 권 병장보다 두서너 살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이제 용기를 조금 얻어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것 같더니,
또 다시
그는 너무도 무서워하였다.

아주 심한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었다.

권 병장은 인간의 목숨이 경박한 순간에 다다랐을 때의 단말마적 광경이 떠올랐다.
또, 끔직한 생각도 떠올랐다.



6.25전쟁 때, 선배님들의 전쟁이야기에서 말로만 듣던 것이 현실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잠잠하게 잘 견디는가 싶던 박 병장은 큰 바위 밑에서 머리를 땅에다 쳐 박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또,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고만 있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권 병장은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였다.

정말 황당했다.

“이 개새끼 빨리 바로 앉지 못해!”

“원위치!”

“원위치!”

권 병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막상 박 병장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권 병장도 어쩔 수 없이 죽음 앞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인지라 겁도 나고 무섭고 두려웠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척 했다.

어쩌면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 최면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대로 죽으면 안 돼!”

“군대에 오기 전에 장가를 들어서 서울에 처자식이 있는 몸이야, 여기서 개죽음 할 수는 없어!” 박 병장은 연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음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이 개 상놈의 새끼야!”

“한국에 처자식이 있는 놈은 죽으면 안 되고, 한국에 처자식이 없는 나 같은 총각 놈들은 다 죽어도 괜찮단 말이냐?”

권 병장은 화가 나서,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있는 엉덩이를 손으로 사정없이 밀어버렸다.

그는 고꾸라졌다가 다시 일어나서는 수치심과 부끄럼도 없이 또다시 머리를 땅에 쳐 박았다.

그 잘난 엉덩이를 하늘로 또 치켜들었다.

두려움과 공포에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고 있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박 병장의 꼬락서니가 너무 측은하고 애처로워 보였다.

지금까지 욕지거리를 퍼부어가며 윽박질러대던 권 병장은 박 병장의 두 손을 꼭 잡고 일으켜 세워 바위 밑에 앉혔다.

“박 병장! 우리 정신 바짝 차려서 죽지 말고 부디 살아서 부모형제와 처자식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가자”

울고 있는 박 병장을 다독거려주며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불같은 성질을 이기지 못해, 조금 전 박 병장에게 소리치며 욕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자, 박 병장은 정글 복 윗주머니에서 부시 럭 부시 럭 하더니 편지 한 장을 꺼내 권 병장에게 건네주었다.

“혹시 내가 전사하더라도 권 병장님이 이 편지를 가지고 있다가 귀국하게 되면 아내에게 전해 달라”

“아내와 애들이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임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 옴 기에

이 몸은 돌아서서 눈물을 감 추 어 소

가신 뒤에 임의 뜻은 등불이 되어

눈보라가 날리는 어두운 밤하늘에

달과 별을 바라보며 무운장구 비 옴 이다.󰡑

부산 제3부두에서 헤어질 때, 이 편지를 건네주면서 아내가 불러 주었던 노래라고 흥얼거리는 박 병장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박 병장의 심경이 정상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한 사연을 듣고 난 권 병장도 마음이 찡하여 더욱 더 애처로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박 병장, 너무 슬퍼하지 마!”

“자! 이 수건으로 눈물이나 닦아!”

손목에 동여 메고 있던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래도 박 병장은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귀여운 자식들에게 편지라도 전해 줄 수 있으니 나보다 훨씬 낫네그려!”

고국에 두고 온 아내와 애들 생각에 흘리던 눈물을 닦고 있는 박 병장에게 권 병장은 다정하게 위로했다.

“이 전쟁터에서 내가 살아서 부모형제가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지, 박 병장 네가 살아 처자식이 있는 고국으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박 병장에게 건네받았던 편지를 다시 돌려주었다.

“그래도, 박 병장은 여기서 잘못되어 전사하더라도 울어줄 마누라와 제사 지내줄 자식새끼라도 있으니 그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권 병장은 여기서 잘못되어 전사하면 울어줄 마누라도 없고, 제사 지내줄 자식새끼 하나도 없는 몽달이귀신이 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서글프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또, 마음이 한없이 착잡해 왔다.

권 병장은,

“여기서 전사하면 끝장이야”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월남 올 때, 가불로 선아의 밭에다 씨라도 뿌려놓고 올 걸”

“젠장! 이 빌어먹을 앙케 전투 때문에 눈물마를 날이 없구먼!”

“전우가 전사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아파 울고,

무섭고 두려워서 공포에 질려 울고,

고국에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아내와 애인이 그리워서 울고,

젊은 청춘을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생각에 너무 억울해서 우는 전우들의 오열로 이앙케 의 계곡을 눈물로 흥건히 적시겠구려!”

박 병장!

“머리를 땅에다 쳐 박고 있으면 적이 다가오는지, 포가 어디에 떨어지는지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말처럼, 울지만 말고 정신 바짝 차리라” 고 다그쳤다.

“이제부터는 원산폭격은 그만 하고 나처럼 등을 바위에 붙이고 주변을 잘 관찰하여 포가 어디서 날아오는지 상공을 주시하고 있다가 포 소리가 뚝 끊어지면 은폐엄폐물을 잘 이용하면 안전하다고”일러 주었다.

박 병장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갖도록 위로하면서 요령을 알려주었다.

박 병장도 그제야 마음에 안정을 되찾으며 638고지 5부 능선에 있는 큰 바위에 등을 붙이고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비로소 바로 돌아앉는 것이었다.

아군 전술작전을 교란시킬 목적으로 적들의 포탄은 앙케 협곡이 떠나갈 듯 폭발음소리와 함께 소도산 전술기지 포진지에만 계속 시커먼 연기와 불빛을 번쩍이며 집중 투하하는 전쟁의 불꽃놀이를 권 병장과 박 병장은 아무 생각 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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