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수색학과에 입학하다[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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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2-20 00:13 조회10,1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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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수색학과에 입학하다
권 준 병장은 1970년 1월 8일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살을 에는 듯 몹시도 춥던 그 엄동설한에 대구종합운동장에 집결하여 어머니와 친구들, 사랑하는 선아의 환송을 받으며 열차에 몸을 실었다.
대구역에서 논산역 근처에 있는 연무대역으로 출발 하였다.
3년이란 긴 세월을 정든 사람들과 인연을 끊어야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착잡했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는 것은 국민 된 도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마음을 단단히 굳게 다져먹었다.
대구시내 거리에는 북풍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대구 전파사’라는 아크릴 간판 앞에 설치해 놓은 대형스피커에서는 큰소리로 유행가 노래가 길가는 시민들을 향해 애달프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김 부자의 노래, ‘사랑은 이제 그만’이라는 노래가 구슬프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작별하는 이별의 노래처럼 이제 막 입대하는 장정들의 마음을 더욱 더 혼란스럽게 흔들어 놓는 것 같았다.
장정들을 실은 열차는 어느덧 밤늦게 논산역 근처에 있는 연무대역에 도착했다.
캄캄한 한밤중에 인솔군인들의 딱딱한 구호에 발맞추어 역 앞 광장으로 나왔다.
역 광장에는 하얀 눈이 발목위에까지 차올랐다.
끝없이 펼쳐진 황산벌에는 눈이 부시도록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하얀 눈 위를 인솔군인들의 구령에 따라 하나, 둘 발맞추어 걸어가는 우리 장정들의 모습이 흡사 포로의 신세가 되어 어디론가 끌려가는 기분에 빠져 들기도 했다.
수용연대로 향해 인솔군인들의 감시를 받으며 흰 눈 위로 걸어가는 모습은 영화, 다큐멘터리, TV에 기록영상물을 통해서 방영되었던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의해서 유태인들이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던 여류작가가 쓴 장편소설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 천황이 미국으로부터 원자탄 두 발을 얻어맞고 무조건항복을 선언하였다.
<사진설명 : 인류 최초로 일본에 투하된 무시무시한 핵폭발 장면>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만주에 있는 60만관동군사령관은 끝까지 항복을 거부하였다.
때문에, 대본영 작전참모 이끼다다시가 경비행기를 타고 관동군사령관이 있는 만주로 날아가 천황이 공포한 항복 선언문을 관동군사령관 앞에서 낭독하였다.
천왕이 공포한 항복 선언문을 낭독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경비행기를 탑승 할 순간이었다.
이때, 갑작스런 급한 환자가 발생하였다.
“그 환자를 자신이 타고 갈 경비행기에 태워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이 펼쳐진 시베리아의 흰 눈 덮인 벌목장으로 끌려가는 소설의 한 구절을 연상하게도 했다.
늦은 밤, 낯 설은 수용연대에 도착했다.
마치 끌어다 놓은 시장바닥 촌닭마냥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수용연대 기관병들은 큰 소리로 일어서앉아, 일어서앉아 구령을 반복하였다.
노련한 솜씨로 금방 오열종대로 정렬을 시켰다.
소대단위로 잘라 인원을 편성했다.
오합지졸 같은 장정들을 신속히 인원 파악을 끝냈다.
곧바로 내무반으로 인솔되어 모포를 지급받아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 마음인데, 모포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역겨워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난생 처음으로 아침 점호를 취하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갔다.
밥에서 풍겨 나오는 역겨운 냄새 때문에 아침밥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대구에서 같이 입대한 안 승열, 김 재수, 권준, 이 세장정은 곧장 PX로 달려가서 빵과 콜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이 세 장정들은 수용연대와 논산훈련소에서 각자 뿔뿔이 헤어졌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공교롭게도 월남 빈 케 에 주둔해 있는 맹호 기갑연대 보충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세 전우는 기갑연대에서 실시하는 약 2주간 교육과 훈련을 수료 하였다.
권 병장은 수도권에 있는 기갑연대 수색학과에 입학하였다.
안 승열 병장과 김 재수 병장은 최전방 앙케 에 있는 제1중대 보병학과에 입학하였다.
이렇게 세 전우는 월남전사상 최대격전지인 그 치열하고 처절한 앙케 전투에 같이 참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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