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보급품을 공중에서 투하하다[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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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케 작성일12-02-17 00:10 조회9,8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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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보급품은 공중에서 투하하다
주 월 한국군은 어쩔 수 없이 모든 보급품을 헬기로 공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설상가상으로 정보력의 미흡으로 인해 적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탄약과 보급품을 비축해놓지 않은 것이 아군에게는 결정적인 치명타였다.
이처럼 제1중대 소도산 책임전술기지에는 탄약과 보급품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과 식량뿐만 아니라, 적과 싸울 탄약조차 없었다.
본국(한국)으로의 철수준비관계로 탄약을 비축해 놓지 않았던 것이 큰 실수였다.
이 송 우 제1중대보급담당자가 하는 말에 의하면, 헬기가 착륙할 수 없어 보급품이 다 고갈되어 간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첩보와 정보를 월맹군들이 알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급한 것이 물과 식량이라고 했다.
계속되는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포탄과 조명탄 등 예비탄약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 송 우 보급계 혼자서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이때, 앙케 작전 상황실에서 무전 연락이 왔다.
탄약을 치누크[대형헬기]에 매달고 온다는 연락이었다.
제1중대책임전술기지 정문 밑에 배구장으로 사용하던 자그마한 공터가 하나 있었다.
수색중대원들이 이 공터에 연막탄을 터뜨려서 헬기를 유도하면 공중에서 매달고 온 탄약을 떨어뜨려준다는 것이다.
드디어, 하늘 저 멀리서 커다란 굉음과 함께 치누크 대형헬기가 탄약을 담은 거물 망을 매달고 나타났다.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 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동시에,
상황실에서 수색중대 무전병에게 연막탄을 피우라는 무전 연락이 왔다.
무전병은 준비해 두었던 연막탄으로 치누크헬기가 탄약을 떨어뜨릴 낙하지점으로 신속히 유도하였다.
탄약을 매달고 소도산 전술기지 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고 있던 치누크 대형헬기는 연막탄이 피어오르는 배구장 공터에 낮게 비행을 하였다.
치누크헬기는 매달고 온 탄약을 연막탄으로 유도하는 낙하지점에 정확하게 떨어뜨려주었다.
탄약 공수작전을 무사히 마친 치누크헬기는 즉시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 방 칸 상공으로 사라져 갔다.
그러나, 그 다음에 탄약을 공수해 온 치누크헬기는 공중에서 아무렇게나 소도산 전술기지 철조망바깥에 떨어뜨려 놓고 하늘 높이 재빨리 도망치듯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치누크헬기조종사는 적들의 75mm직격탄과 82mm 박격 포탄이 소도산 전술기지에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겁을 집어 먹은 치누크헬기조종사는 수색중대원들이 유도하는 신호도 무시하였다.
탄약은 연막탄으로 유도한 낙하지점인 배구장 공터에 떨어지지 않았다.
제1중대전술기지 철조망바깥 엉뚱한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정말 큰일이었다.
만에 하나 이 포탄이 적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적들은 이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군의 포탄에 아군의 피해와 희생이 따를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적들이 사용하는 포 내경은 82mm이다.
아군이 사용하는 포 내경은 81mm이다.
아군 포 직경보다 적군 포 직경이 약 1mm가 더 크다.
그러므로 아군은 적들의 포탄은 사용할 수 없어도 적들은 유사시에는 아군의 포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색중대원들이 허기와 갈증에 대한 불평불만을 터뜨리면서 배구장에 떨어뜨려놓은 탄약을 탄약고로 운반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중대본부에서 전달이 왔다.
수색 중대원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물과 보급품을 공수해온다는 전달이었다.
중대원 모두가 이젠 살았다고 기뻐 날뛰었다.
이곳에는 적들의 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급헬기가 착륙할 수가 없어, 공중에서 물과 보급품을 투하할 예정이라고 했다.
모든 병력은 탄약 운반하는 작업을 중단하고 벙커나 외곽초소에 들어가 있으라는 전달이었다.
헬기에서 물과 보급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릴 때, 보급품에 맞아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순간, 방칸 쪽 상공에서 “투! 투!” “타! 타! 다 따!~” 헬기 굉음과 함께 작은 헬기 두 대가 나타나더니, 두 대중 한 대는 높은 제1중대 소도산 전술기지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였다.
전투식량을 실은 2번 헬기는 계속 선회를 하며 대기하였다.
물을 가득 실은 1번 헬기는 소도산 전술기지 상공을 낮게 비행하면서 105mm~155mm포 장약 통에 담아 싣고 온 물을 공중에서 제 1중대소도산전술기지에 떨어뜨려주었다.
물을 다 떨어뜨려준 제1번 헬기는 사단사령부가 있는 퀴논 쪽 방칸 상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까지 계속 높은 상공에서 선회하며 대기하고 있던 2번 헬기도 1번 헬기처럼 낮게 비행을 하였다. 싣고 온 전투식량을 떨어뜨려주었다.
그리고 동쪽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 뒤를 이어 3, 4, 5, 6번 헬기도 싣고 온 물과 보급품을 공중에서 떨어뜨려주었다.
공수해 온 보급품 중에는 캔 콜라와 캔 맥주도 수십 박스가 그득그득 채워져 공중에서 떨어졌다.
수색 중대원들이 살판이나 난 듯 환호성을 질렀다.
벙커 바깥으로 달려 나가 물과 전투식량, 캔 콜라, 캔 맥주를 정신없이 주워 먹으며 좋아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갑자기 638고지에서 적들의 82mm 박격포가 “꽝!~과 광!~”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들은 보급헬기만 왔다가 날아가고 나면 틀림없이 아군들이 보급품을 주우러 벙커 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서 즉각 포탄을 아군전술기지에 투하하는 것이다.
마치, 모이를 주워 먹으러 우르르 몰려나오는 병아리를 낚아채는 솔개와도 같았다.
처음에는 보급헬기가 왔다 가면 적들의 포가 떨어진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였다.
하지만, 배고픔과 갈증으로 눈이 뒤집힌 전우들은 잠깐을 참지 못하였다.
방심하고 무작정 보급품을 주우려고 벙커바깥으로 나갔다가 전우 여러 명이 적들의 포탄에 맞아 전상을 입기도 했다.
제1중대 보급계가 다 주워 모아서 보급품 파악도 해야 된다면서 통제를 했다.
그러나
보급품이 제1중대전술기지 안으로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대전술기지 철조망 바깥 적진에도 떨어지다 보니, 그도 더 이상 통제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부터는 제1중대 보급계에 가서 구차하게 차용증 쓰고 달라고 할 것 없이 적들의 포탄만 잘 피해서 눈치껏 주워 먹는 것이 임자였다.
물도 마음껏 마셨고, 전투식량과 콜라, 맥주를 양껏 주워 먹게 된 중대원들은 활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자연히 말이 많아졌다.
사단장이 격려차 순시를 끝내고 돌아가실 때, 헬기 앞에서 경계를 서다가 사단장이 느닷없이 점심은 먹었느냐고 권 준 병장에게 직접 물어보았을 때,
“식량이 떨어져서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얼떨결에 사실 그대로 대답했던 권 병장이 한 마디 했다.
이 모든 것이 다 내가 사단장님께 보고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옆 전우들이 “잘했어!” “참 잘했어!” 서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분위기가 한창 재미있어지는데 서울대학을 나왔다는 최 지원 병장이 그렇게 좋아할 것만은 못 된다고 찬 물을 끼얹었다.
군대라는 생리상, 사단장님이 연대장님에게 아주 심한 질책과 문책을 가하였으면 연대장님은 틀림없이 대대장님에게 더욱 더 심한 질책과 문책을 했을 것이고, 대대장님은 제1중대장에게 더 큰 문책과 지휘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그럴싸하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그 앙금과 감정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수색중대에 악 영향을 끼쳐 엄청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며 그가 내리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통한 예단이었다.
“우리 수색중대는 완전히 미운오리새끼신세가 될 거야.”
그 당시에는 전혀 예측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 때문에 수색중대는 91명의 적을 사살하고 큰 수훈을 세워서 천신만고 끝에 638고지를 두 번씩이나 공격하여 앙케 전투에서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승리의 주역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황당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모두들 수긍을 하면서도, 그 까짓것 우리는 두렵지도 겁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어떤 전우는 차라리 고국에 있는 남한산성육군형무소라도 보내주면 두말없이 가겠다는 농담어린 진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비굴하지만 살 수는 있으니까.”
이 숨 막히는 생지옥 같은 앙케 패스 전쟁터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일념에서였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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