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각하는 것이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는 때가 있다. 나의 결론은 바로 "시민정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 그 시민정신의 수준이 그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정부의 모습은 그 나라 국민의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지 않겠는가. 그 나라의 정부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에 맞는 정부가 들어 선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남미 제국들이 선진국 문턱까기 갔다가 주저 앚은 이유가 무었일까? 그들이 자원이 부족해선가? 아니면 인종적인 결함이 있어서 인가? 아니면 어떤 외세가 그들의 선진화를 막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모두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엔 바로 그들의 시민의식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외국을 여행하면서 여러가지 보고 느낀 것들 중에 오늘 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몇 년 전 미국에 갔을 때 친구 집에서 머물렀던 적이 있다. 그 친구는 한국에서 이민 간 친구였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저녁에 파트타임으로 슈퍼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에 그 친구가 일하는 슈퍼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다. 난 오늘 그 때 보고 들은 이야기를 여기에 쓰고자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한국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난 한 때 유제품 음료대리점을 경영한 적이 있다. 그 때 백화점에도 납품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일 백화점에 들어가서 제품을 정리하곤 했었다. 유제품은 유효기간이 있는 제품이라 날짜가 빠른 것들은 앞줄에 놓고 늦은 것들은 뒷줄에 진열해서 가능한 유효기간이 짧은 것들을 손님들이 빨리 가져 가도록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아주머니들은 유제품을 살 때 한 개를 사기 위해 여러개를 뒤져서 유효기간이 많이 남은 제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 사람이 거의 전부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백화점 직원들이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제품을 진열대 바닥에 한 줄 진열하고 그 위에 유리를 한 장 덮은 다음 또 제품을 한 줄 진열하고 또 유리을 덮고... 이렇게 하면 유리 밑에 것은 꺼집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유효기간 순서대로 제품을 가져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백화점에 들렸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어떤 아주머니가 제품 한 개를 고르기 위해 가지런해 진열해 놓은 진열 상태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덮어놓은 유리 밑에 있는 제품까지 뒤져서 물건을 고르는 것이었다. 내가 헤아려 보니 무려 36개를 고른 후 한개를 바구니에 담는 것이었다. 물론 냉장고 진열되어 있는 제품은 유효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것들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 쪽에서는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우리 같은 납품업자들에게 반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충분히 먹을 수 있고 유통에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손님들이 물건을 돌리기만 하기 때문에 어짜피 유효기간이 지날터이니 반품 받아 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납품업자들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반품되는 것들은 주위에 나눠 주거나 또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영업에도 막대한 손실이지만 그 원자제는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외화 낭비가 따르는 것이다.
그러면 미국이나 외국엔 어떠한가? 미국의 슈퍼에도 유제품이 있기 마련이고 또 손님들도 제품을 사기 위해 제품을 골라서 육안으로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사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날 난 그만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내가 보니 그 사람들도 제품을 골랐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주머니들처럼 진열대의 제품이 흩트러지게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냥 손가락으로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검지와 중지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확인하는 정도 였다.
그리고 한개를 뽑아서 바구니에 담는 것 까지는 같았지만, 그들이 제품을 고르는 것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유효기간이 가장 짧게 남은 제품을 고르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이유를 친구로 부터 들으니...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그렇게 해야 물건을 사는 순서대로 유효기간의 순서가 지켜진다는 것이었다. 먼저 온 사람이 유효기간이 가장 짧게 남은 제품을 그 다음 사람이 그 다음으로 짧게 남은 물건을 가져가기 때문에 공평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라는 것이었다.
나 같은 동종업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는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행동이 비단 그 사회의 지식층이나 상류층들 만의 행동이 아니라 보통 시민들, 소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미국에 살기 전에 한 때 일본에서도 산 적이 있었는데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사정은 어떠한가? 내가 그 업에 종사할 때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상류 하류 할 것 없이 누구나 위에 언급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난 여기서 "시민단체의 역활이 과연 무엇일까?" 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도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긴 것이 근래의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일이란 무엇인가? 권력의 주변에서 정치 문제에 관한 일에는 그들이 앞다투어 나서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시민단체장들의 자리는 권력으로 가는 보증수표가 되어 버린 것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시민단체의 역활은 바로 위에 언급한 시민정신을 일깨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민단체란 시민을 계몽하고 교육하며 더 나은 선진 시민의식을 심어 주는 것이 진정한 시민단체의 몫이 아닐까 기대하는 것이 비단 나만의 바램일까?
정치가는 어느 정도 표를 생각지 않을 수 없어서 시민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하기가 거북스럽다면 그 역활은 시민단체나 학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나 오늘 한국의 현실은 그런 시민단체를 찾아 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인기 위주의 말들이나 골라하고, 한다는 말은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말이나 성명들 뿐인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의 시민단체가 지닌 모습이 아닐까 한다.
수준 높은 시민정신... 그것 만이 오늘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길이며,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수준있는 정치 권력을 낳게 할 것이며, 감정과 흥분만 할 줄하는 한국의 국민성에 사고와 분석 과학적인 연구와 논리를 함께 겸비한 한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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