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과 군축은 결국 통일문제로 이어진다. 통일에 대한 지만원의 생각은 어떤가? 그가 95년에 낸 책 제목 그대로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 는 게 지만원의 생각이다. 그는 평화공존, 휴전선의 국경선화, 두 개의 독립국가화,이 세 개의 낱말은 모두 동의어라고 주장한다. 통일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자.
" 매우 이상한 현상이 있다. 많은 이들이 평화공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수 긍하면서도 '휴전선의 국경선화' 나 '두 개의 독립국가화' 라는 단어에 대해서 는 엄청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범민족적 통일정서에 어긋나는 단어들이라 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일정서가 분석되지 않은 단순한 감상적 정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감상적 통일정서, 이 정서가 바로 남북한 긴장의 원천이요 통일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장애물인 것이다.
한반도 통일이란 무엇인가. 필자는 물 속에 비쳐진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잡으려하면 없어지고 가만두어야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통일에 대한 목소리가 북한에서 높게 일 때마다 남한이 얼마나 긴장했는가. 남한에서 높이 일때 또 북한이 얼마나 긴장했는가. 통일에 대한 열망은 곧 남북한 긴장 의 근원인 것이다. 어떻게 해야 긴장을 해소시킬 수 있겠는가.상대방을 통일하 려는 욕심을 버려야만 긴장이 해소 될 것이다.
긴장이 해소될 때에만 마음놓고 교류하면서 신뢰를 쌓게 될 것이다. 신뢰가 쌓여야만 비로소 연합이 가능하고 평화통일이 가능한 것이다. 두 개의 독립국 가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연합단계도 통일단계도 모두 불가능한 것이다. 두 개의 독립국가화, 바로 이것이 통일의 지름길인 것이다. 이 어인 한반도 통 일의 패러독스인가. 그러나 이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필자는 흡수통일에 대한 정서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 다. 북한의 현 체제가 전복되고 대량난민이 발생하면 바로 그 시기가 흡수통일 을 위한 시기가 아니겠느냐 하고 많은 이 들이 생각하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 한 발상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기울여져 가는 북한 사회를 접 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먼저 휴전선을 넘어야 한다. 누가 먼저 넘어야 하는 가. 군이다. 이는 북침인 것이다. 6.25 남침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6.25 직전에 남한이 어떠했는가. 당시의 남한 사회는 극도로 혼란했다. 군사 력도 볼폼 없었다. 남한 전역에 북한 동조 세력이 얼마나 확장 돼 있었는가. 38 선만 넘으면 간단히 접수할 수 있는 여건들이었다. 그래서 북한은 38선을 넘은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가. 남침이요, 엄청난 비극이었다. 왜 이걸 상기 기하려 하지 않는가. ..... 결론적으로 북한이 적이냐 동반자냐는 오직 휴전선만 이 말해주고 있다.
북한에게 경제적 수혈을 제공하려면, 일단 북한을 적의 위치에서 동반자의 위 치로 바꿔 놓아야 한다. 북한을 동반자로 바꾸려면 먼저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남한 당국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위험한 물결에 국가를 내맡기고 있다. 남북한의 급선무는 휴전선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를위해 남한은 핵문제, 군축문제,평화협정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하고, 주변 4강이 중재하고 보증하는 평화공존체제를 북한에 제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교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 이상 더 좋 은 일은 없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북한은 대결을 희망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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