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뿐만이 아니다. 우리 내부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보통 시민들도 나름대 로 군축을 해선 안 될 몇 가지 상식 차원의 이유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라는 게 다 일종의 신화다. 지만원은 그 신화들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비판한다.
군축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믿을 수 없는 집단이란 사실을 내세운다. 신뢰가 형성돼야 군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정부 역시 이러한 개념을 비판없 이 받아 들여왔다.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다. 지금 미.북 간에 제네바 협정 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군축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핵군축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 언제 그만한 신뢰가 구축되었던가. 군축의 전제조건은 제 3자에 의한 객관적인 현장검증이지 신뢰구축이 아닌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일 거에 상대방을 기습공격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대치시켜놓고 있는 판에 누가 누구를 순진하게 믿는단 말인가. 많은 이들이 '군축의 전제조건은 신뢰구 축' 이라는 말을 성경구절처럼 외워 왔다. 그러나 필자는 '신뢰의 전제조건은 군축' 이라는 결론으로 이 말을 뒤집고자 한다.
80년대에 나토 유럽국가들은 군축을 원했다. 그러나 유럽의 군축은 미국에 엄 청난 손해였다. 미국은 유럽국가들의 군축 기세를 꺾기위해 '신뢰구축' 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지금 미국은 똑같은 이론을 한국에 확산 시키 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남북한이 각각 50만 정도의 군사력은 가져야 통일 후에 백만대군을 가지고 주변국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통일 이전의 군사력이 곧 통일 이후의 군사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과 통일 이후의 군사력은 달라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 력은 상대방을 안심시킬 수 있을 만큼의 작은 군사력이어야 하고, 통일이후의 군사력은 주변 정세에 어울리는 큰 군사력이어야 한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필자는 '신뢰의 군사력' 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상대방을 안심시킬수 있는 군 사력인 것이다. 얼마의 군사력이면 상대방을 안심 시킬수 있는가.
30만이면 어떨까. 30만이면 훈련하고 장비하기에 따라 일거에 상대방을 기습 공격 할 수 있다. 20만이면 어떨까. 이는 반신반의의 군사력이다. 그러면 10만 이면 어떨까. 10만을 가지고는 죽었다 깨나도 상대방을 기습할 수 없다. 따라서 서 통일 이전의 군사력은 10만을 조금 넘는 군사력이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에대해 즉각적인 반론을 제기한다. 20만은 통일 군사력으로 너 무 적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군사력은 죽이기는 어려워도 키 우기는 '식은 죽 먹기'다. 통일 이후에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면 그때 가서 키우 면 되는 것이다. 통일 이전의 군사력 문제는 1KM 앞의 토끼다. 통일 이후의 군 사력은 10KM 앞의 토끼다. 우리는 먼저 1KM 앞의 토끼부터 잡아야 할 것이다. 쌍방이 50만이라는 엄청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한 신뢰가 생길 수 없으며, 신 뢰가 생기지 않는 한 통일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주변국들의 군사력 증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군 사정책을 관찰 하는데 있어 우리는 '군사력 키우기' 냐 또는 '군사력 가꾸기냐' 의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세계에서 주적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주적이 없는 상태에서 각국은 무엇을 목표로 해서 군사력을 가꿔가고 있는가. 필자는 여기에 '위상의 상징', 영어로는 'Prestige Symbol' 이라는 낱말을 도입하고자 한다. 각국은 그나라의 위상에 알맞는 군사력을 가 꿔가게 될 것이다. .....
평화협정을 논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군축을 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다. 군축없는 평화협정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평화협정과 군축은 두개의 문제가 아니라 한 개의 문제인 것이다. 평화협정은 군축을 전제 로 한다. 지금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휴전선에 배치해놓고 평화협정에 서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역으로 군축 역시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다. 평화에 대한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데 그 누가 군축을 단행하려 하겠는가. 따라서 평화협정 과 군축은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인지에 대한 문제' 가 아니라 동전의 앞뒤를 구성하는 한 개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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