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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 11권/ (3) 시스템은 지만원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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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5:42 조회10,8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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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사상 11권/ (3) 시스템은 지만원의 종교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시스템전도사' 다. 이건 괜한 말이 아니다. "시스템
이 필요하다" 고 지만원이 외치는 모습에선 그 어떤 종교적 정열까지 느껴진
다. 정열은 가끔 이단으로 빠진다. 지만원은 기존의 익숙한 것에 대해 철저한
이단자다. 그는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다. 이는 그의 군생활에서부터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도 높은 파격으로 나타났다. 지만원은 자신의 군 생활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나에겐 제약이 별로 없었다. 소위때 나는 높은 사람들이 벌벌 떠는 미군 소
령의 발밑에 대고 총을 발사했다. 그는 체신도 없이 모래밭에서 도망을 갔다
그의 행동이 부당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그의 상관으로부터 사과를 받았
다. 무더운 베트남에서 1백50명을 지휘하는 초급 지휘관으로 부임했을 때 나
는 29세였다. 나는 병사들에게 군복 바지를 마음대로, 심지어 궁둥이 높이까
지 마음대로 잘라 입으라고 했다. 지쳐있던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군
복을 잘라 입으라는 것은 일종의 반역같은 돌출행위였다.

'군대는 집합이다' 라는 틀을 깨고, 일조점호와 일석점호 등 모든 종류의 집
합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지휘했다. 집합이 없는 대신 나는 분대장들과 매일
저녁 토의를 했다. 내일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하면 쉽고 안전한 방법으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토의였다. 이런 토의를 3개월간 하다 보니 나는 참석할
필요도 없었다.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하룻밤에 1천8백발의
포탄을 콩볶듯 쏘면서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내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
에 구태여 나를 깨우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이튿날 모든 포대 장교들이 훈
장을 타는 전과를 올렸다. 나는 자다가 훈장을 탄 것이다."

지만원이 자다가 훈장을 탄 에피소드는 지만원이 평소 역설하는 시스템의 위
력을 드라마틱하게 입증시켜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도 시스템이 무언지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분이 있다면, 시스템을 '의식개혁'의 반대로 이해하는
것도 큰 무리는 없겠다. '의식개혁'이 필요할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의식개혁' 을 부르짖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시스템 자체를 바꿀 생각을 하
지 않고 의식을 바꾸는 것으로 때우려 든다는 말이다.

물론 시스템이 잘못된 상황에서 의식이 개혁될 리 없다. 그래서 '의식개혁'
이라는 구호는 매번 하나마나한 소리로 끝나곤 한다. 지만원은 [문화일보]
97년 7월17일자에 쓴 칼럼에서
시스템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아주 쉬운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은행 객장 질서는 '대기번호표 시스템' 이라는 매우 간단한 도구가 유지시
키고 있다. 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면 될 일을 과거 수십 년간 우리는 국민
의식만 탓해 왔다. 이제 보면 은행 객장의 무질서는 시스템 탓이 아니었던가.
사람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이 질서를 바로잡은 것이다."

시스템은 지만원의 종교다. 이건 결코 비아냥대는 말이 아니다. 나는 우리
사회에선 시스템이 종교의 차원으로까지 올라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
람이다. 우리 사회는 시스템에 대해 너무 둔감하고 너무 무지하기 때문이다.
지만원의 시스템 사랑에 문제가 없는지 그건 나중에 지적하기로 하고 일단
그의 사고(思考) 시스템을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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