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만원의 시스템론에 대체적으로 찬성한다. 대체적이라는 건 100% 찬성 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그 내용 자체엔 100% 찬성할 망정, 지만원이 시스템 화를 이루기위한 방법, 그러니까 자신이 내놓은 대안을 실천할 수 있는 제2의 대안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고 있는게 아쉽다는 것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라는 대안을 위해선 방울을 달 수 있는 대안까지 고민해야만 원래의 대안 이 의미를 가질수 있는게 아닐까?
시스템이라고 하는 건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 부분은 문화의 문제다. 문화라는 건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또 시스템의 도입은 정치경제적 조건의 제약을 받기도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개혁은 뭘 몰라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권력투쟁이요 이권투쟁의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물론 지 만원이 그걸 모르지 않는다. 그는 '세계와 나'(92년 5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군 축에 가로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군의 일부 고급 간부들이다" 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대부분의 군간부들은 군을 방위력 자체만으로 생각해 왔으나 일부 정치장교 들은 군을 이익집단으로 이용해왔다는 것이다. 군의 축소화는 이들이 행사 할 수 있는 정치적 레버리지 (leverage)의 축소를 의미하며, 군의 소수정예화와 과학화는 정치밖에 모르는 정치장교들의 현 입지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군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결국 대중을 상대로한 여론투쟁 밖에는 길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랜서인 지만원이 언론을 최대한 이용하 고자 하는 전략을 쓰느건 매우 타당하다고 보인다. 다만 나는 조금만 더 주의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 악명 높은 '한국논단' 96년 3월호는 표지에 머리에다 빨간 띠를 두르고 있 는 김대중의 모습을 싣고 있다. 잔뜩 인상쓰고 외치는 얼굴과 함께 빨간 띠에 쓰인 '나는 보수다' 는 글이 눈에 띈다. 아주 악성적인 '김대중 죽이기' 수법이 라 할 만하다. 바로 문제의 이 96년 3월호에 지만원의 글이 실려 있다. 지만원 이 '무엇이 개혁인가-공무원.군장성을 여론재판하고 인권유린한 것이 개혁인 가?' 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다음과 같은 말은 지만원의 언론 플레이가 오바했 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22년간의 율곡사업 역사상 가장 깨끗한 사업이었다. 훗날 본받아야 할 교훈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모범사업이었다. 잘못된 것이 있 었다면 기간을 10여 년간이나 허송해서 전투기 값을 2배나 올려가지고 구매한 것이었고, 기술도입 효과 없이 2배나 비싸게 국산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그 러나 사업 마무리단계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장 칭찬 받아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가장 혹독한 여론재판을 받아 온 것이다. ... ... 못난 과거가 없 었다면 잘난 오늘도 없는 것이다. 과거는 배움의 대상이어야지 비난의 대상이 어서는 안된다.
과거의 건물을 부수고 과거의 인물을 상처를 내며 적진 앞에서 군을 무차별 적으로 매질하는 것들은 전쟁의 모습이지 역사를 바로 세우는 모습은 절대 아 니다.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사람은 절대로 과거의 인물에 상처를 내지 않는다. 그가 과거의 인물보다 훌륭한 일을 하면 역사는 저절로 바로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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