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용한 이 글에서만도 앞뒤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다. 6.25 이래 가장 위험한 시기라며 전쟁 가능성을 강조한 것과 미국이 작전 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렇다. 그러나 그 건 모순이 아니다. 지만원은 ‘시스템화’를 위한 자신의 논리에 충실한 것이다.
지만원이 무작정 감군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이럴 때에 군사평론가라는 그 의 직함이 빛을 발한다. 그는 우리 군이 군살을 빼고 소수정예 과학군이 되어 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뉴스메이커’ 95년 1월 26일자에 기고한 ‘병력은 40 만, 전력은 1백배로’ 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50만이나 되는터키군이나 그리스군을 강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 러나 12만 이스라엘군이나 24만 일본군은 누구에게나 의심 없는 강군이다. 소 총시대에는 대군이 즉 강군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전쟁에서는 소총병은 전쟁 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해야 할 짐만 되는 것이다. .....
걸프전에서 이라크는 6백20대의 최신형 전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대 도 연합군을 향해 떠 보지도 못한 채 앉아서 파괴됐다. 가장 아끼는 1백20대의 전투기를 골라 이란에 피신 시켰다가 전후에 돌려받지도 못했다. 이라크가 이 와 같은 수모를 받게 된 것은 이라크 전투기가 양과 질 면에서 미국 전투기보 다 못해서가 아니었다. 양도 1.8배나 많았고 성능도 비슷했다. 승패는 오직 전 장 경영능력 하나에 의해 판가름 났다. 미국은 전장 경영능력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이라크는 전투기를 사잴 줄만 알았다. 지금의 한국군 모습은 이라크군 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70만 한국군은 미군의 속군에 불과하다. 병력만 많았지 두뇌기능이 없기 때문 이다. 주한 미군기지에는 6백여명의 워게임 운용요원들이 상주해 있다. 이들 을 징 지원하기 위해 본토에는 6천여명의 고급 분석가들이 전장 소프트웨어를 생산해내기 위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군은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군엔 이런 인력이 없다. 군은 정보장비가 없어서 미군으로부 터 독립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무지한 변명이다. 지금의 국방비 내에서 정보장비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프랑스 등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군은 무엇 을 사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인원만 많았지 과학정보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 군은 최소한 2000명의 과학자, 고급수학으로 무장된 5천 명의 분석가, 전장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5천 명의 전산 인력들을 군 내외에 확보 해야 한다. 그러나 군에는 불과 수백명의 어린 과학자만이 있을 뿐이다. 북한 의 변화에 관계없이 군은 40만 이하로 감축해야 한다. 국방비는 GNP의 3%를 밑돌아야 한다. 그래도 지금의 군사력보다 수백배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케 할 수 있다.“
지만원은 3년 후엔 40만을 30만으로 낮춘다. 아마도 그가 3년간 역설했던 주 장 덕분에 충격을 받아 쓰러질 사람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 문일 것이다. 그는 ‘윈’지(98년 1월호)에 기고한 ‘소수 정예군으로 개편해야-과 학화.통합화로 국방비 연간 5조원 절감’ 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 했다. “사회 모든 곳이 잠을 자도 국가를 지키는 군만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는 것이 선진국들의 철학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안보가 형편없이 취약해졌고 천문학적 국방비가 의미 없 이 낭비되고 있다.
국방비 15조 3천억 원은 정부 예산의 22%에 해당한다. 이중 11조의 운영유지 비는 불필요한 군살조직으로 인해 낭비되고, 율곡사업비 4조는 정경유착에 의 해 탕진되고 있다. ‘국방비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 ‘일부 한국국 장군들의 최대 관심사는 장군자리 늘리는 데 있다’ 이러한 말들에 논리적 이의를 제기할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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