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은 남북긴장이 고조되던 97년 내내 '평화곤존의 시스템화' 를 주장했다. 그는 '말'지 (97년 6월호) 에 기고한 '6.25 이래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 는 제목 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서 했던 이야기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건 지만원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독자들게서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경건한 자세로 정독하시기 바란다.
"북한은 제2의 한국전쟁을 일으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6.25 이래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첫째 북한의 전쟁 수행능력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높고 둘째, 구조적인 식량난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셋째, 인 민군은 일단 전쟁을 했다 하면 남한을 불과 1주일 이내에 석권할 수 있다고 자 신하고 있으며, 넷째, 한국군의 전력이 그 어느때보다 낮으며, 다섯째, 전쟁을 전광석화처럼 단기에 마무리 지을때 과연 미국이 6.25때처럼 피를 흘릴 수 있 겠느냐 하는 오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더러는 우리의 국력이 북한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이길 수 있 다고 생각한다. 이는 시대착오적인 잠꼬대다. 아무리 국력이 많아도 시스템화 되지 않으면 하루종일 찾다가 말 것이다.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오래 찾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한국군이다. 우리가 물건을 찾고 있는 동안에 이미 전쟁은 끝나는 것이다. 더러는 주한미군 증원군이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생 각할 것이다. 그러나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전쟁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 되면 미국의 증원군이 기지개를 펴기도 전에 전쟁은 종결된다.
북한 군사력은 양적으로 우리의 2배 이상이다. 일부의 무기는 우리 것들이 질 적으로 우수하다. 그러나 전쟁을 판가름하는 것은 장교들의 질이다. 장교들의 질은 인민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병사들의 힘은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인민군 전쟁 수행 시스템은 한국군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정신력 을 보자. 우리는 지난해 강릉에서 자폭정신과 일당백의 기질을 보았다. 인민군 에게는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허상이긴 하지만 김정일에 대한 충성이 다. 그러나 한국군 장병들에겐 목숨이 최고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렸던 장병 들이 지금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를 보자.
국가와 국민들이 그들을 따뜻하게 대하고 있는가. 고엽제 환자들을 보라. 그 들이 최소한의 대우를 받고 있는가. 죽은자는 불쌍하고 불구자만 억울한 것이 다. 베트남전의 경험을 보자. 긴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결국 그때 살아남는 것 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때는 이데올로기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러나 지금 그 이데올로기는 어디에 갔는가. 의미없는 이데올로기를 위해 목 숨만 잃은 것이다. 인민군은 더이상 잃을 게 없는 악바리들이다. 막상 무서움을 모르는 인민군 병사들이 새까맣게 밀려오면 병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평소에 존경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어 보이는 지휘관들을 불신하게 될 것이다 '왜 내가 이러한 상관들의 질 낮은 명령에 따라 죽어야 하는가' 라는 신드롬이 확산되면 전쟁은 더 싱겁게 끝난다. 그러면 북한은 왜 전쟁을 미루고 있을까. 미국이라는 무서운 나라가 작전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세계에 책임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 이다. 북한은 걸프전을 통해 미국의 무서움을 보았다. 지금은 평화시대다. 평화 를 침입하는 자는 전세계적 보복을 받는다. 만일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초전 에 핵무기 세례를 받아도 동정할 나라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무서워하는 것은 이 하나뿐일 것이다.
전쟁을 막고, 긴장을 영구적으로 해소하고,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공멸하지 않 으려면 정부는 지금 '평화공존의 시스템화' 를 전격 제의해야 한다. 첫째, 지금 의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전환하고 둘째, 김일성 주석 주장대로, UN 감시하에 남북한이 각각 10만으로 감군하자는 제안이다. 언뜻보아 이는 영구분단 같지만 사실은 가장 빠른 통일의 지름길인 것이다. 유럽의 통일을 보라. 앞으로 1백년 간 지금처럼 통일을 외친다면 남북한은 영원히 긴장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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