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정월 초하루, 회 먹는 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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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1-12-31 21:28 조회8,4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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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정월 초하루, 회 먹는 날[시]
오늘은 2021년의 마지막 날
경찰서로 운전면허 갱신을 하러 갔다
2주 전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시력 1.0/0.8 받은 기록
치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시험점수 30점 만점에 27점
리프레시 인터넷 강의 이수 증명서
오늘 아침 찍은 따끈한 사진
다 제출하고 왔다
연세가 꽤 많으신데요
경찰은 나이 많은 노인에게
면허를 갱신해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앞으로 3년은 더 운전해도 된다
하루 종일 휴식을 취했다
간간히 최근글도 썼다
하지만 오늘은 송년의 날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나와는 달리
시간이 가도 집사람은
특별한 말이 없다
참다가 말문을 열었다
우리 오늘 와인 한잔 할까
에둘러 의중을 떴다
건강검진 자료에는
위 내벽에 염증이 있다고 하잖아
술 하면 안 되지
당신은 5.18 때매 오래 살아야 돼
그 말이 맞기는 한데
아무래도
꼰대 말이었다
기분도 있는 건데
그리고
난 분위기 맨인데
공자님도 싫어질 때가 있는 건데
저녁은 떡국
그냥의 떡국은 먹기 싫었다
찾아보니 술은 소주와
집에서 담근 인삼주 뿐
조심조심 말했다
오늘 적포도주 한잔 하고 싶었는데
집사람
오늘 왜
오늘 2021년 이별하는 날 아냐
어머
난 내일이 31인줄 알았어
미안해
낼 회 떠다 줄게
와인도 사다 줄게
그래 고마워
이것이 오늘의 스케치다
밤 9시가 채 안된 시각
서재의 우측
크나 큰 창을 통해
작은 마을 곳곳에 피어난 불꽃을 본다
집사람 몰래
맥주를 마신다
살금살금
나는 지금 자유와 낭만을
도둑질 하고 있다
그리고 훔친 낭만은
오로지
가슴에 쌓는다
그래서 난 외기러기처럼
검은 하늘을 홀로 난다
왜 이럴까
이것도 햄릿의 독백일 것이다
2021.12.3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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