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여유

 

여유 없는 인생은 삭막하다

빗발치는 포화가 지나가도

여유를 찾아야

인생이 아름답다

포연이 거쳐 간 자리에도 갈대는 흔들린다

그 갈대가 보이는 인생 있고

안 보이는 인생 있다

 

지금의 위기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들 중에

아마 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일부 했고

월요일에 또 할 예정이다

 

연휴에 난 많은 답변서들을 썼다

답변서들을 쓰면서도 나는 각박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 답변서들을 매만졌다

답변서도 내가 이 세상에 남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많은 현대과학을 배웠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나를 죽이기 위해 걸어오는 재판에

답변서를 쓰는 일 뿐이다

 

답변서는 왜 써야 하는가

내가 빨갱이 본부를 공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빨갱이가 득세하지 않았을 때

나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다

아주 매력적인 이론들로

빨갱이가 득세하는 지금

나는 5천만 국민을 살리고 싶어

저질 인생들과 미나리 밭

검은 물에서 뒹굴고 있다

 

분노가 치밀고

마음이 각박하다

여유를 창조하지 못하면

난 병 든다

그래서 난 음악을 듣는다

듣는 음악의 종류도 다양하다

 

나는 글 쓰는 배우

음악은 잔잔히 흐르는 배경음이다

클래식

한 때는 보드라운 바이올린만 좋더니

지금은 구슬 같은 피아노 소리와도 친하다

청아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카페 노래도 좋고

카리스마의 연기자 앙드레 류도 즐긴다

 

오늘은 잔잔한 사랑의 멜로디 연속 듣는다

돌아오지 않는 강

타인의 계절

사랑이여 다시 한 번

실비 오는 소리에

열애

미워도 다시 한 번

아사도라

자클린의 눈물

 

음악이 있기에

아니 음악이 친구이기에

그리고 또 하나

내가 가끔 즐기는 맥주가 있기에

이 각박한 세상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틈새의 여유를 갖는다

 

여유는 환경이 주는 게 아니라

정신이 주는 것

아니 정신이 확보하는 것이다

여유는 어디서 생기는가

인생과 그림

그 인식에서 생긴다

사람들은 인생이 무어냐 자문한다

나에게 그렇게 묻는다면

인생은 그림이라 답할 것이다

화가는 영혼이고

붓은 육체

그리고 삶은

절대자에 가져갈 화폭에

그려지는 그림이라고

 

2018.9.27.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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