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어 입은 비단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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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10-23 00:15 조회11,26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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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어 입은 비단옷
나는 오늘
양심가가 걸어야 할 길을
최소한 12년 동안은 걸었다는
만족감에 젖었다
인생의 궤적 그려 넣는
내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힘든 그림 또 하나 그렸다
아무도 찾고 싶어 하지 않는 진실
찾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오멘의 진실
저주의 원혼들이 벌떼처럼 삼엄하게 밀봉한
판도라 상자 속의 진실
국가가 찾는 걸 방해하는
독버섯 같은 진실
오직 나 혼자 외롭고 고독하게 찾았다
12년 동안 가시에 찔리고 이빨에 물리고
깊은 산속 거미줄에 구속되고
누구도 도울 수 없는
성난 노도에 휩쓸리고
새까만 절벽을 내려다보면서
오직 하나
작은 가슴에 타고 있는
작은 불꽃이 가라는 곳으로
터벅 터벅 걸었다
건달은 낮에 비단옷을 입지만
선비는 밤에 비단옷을 입는단다
멍석 깔린 마당에서
개똥벌레 바라보며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신비로웠던 이 말
60여년이 지난
오늘 밤
그 말이 바로
오늘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밤 나는 아버지가
선망했던
그 비단 옷을 입었다
출세한 사람들처럼
남이 지은 비단옷을 입은 게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지은 비단옷을 입었다
나는 그 비단옷을 입고 정상에 올랐다
가시밭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무섭지 않다
선과 악이 12년 동안 싸웠다
그 싸움을 치르고 여기에 섰기 때문이다
오늘밤 나는 악을 무찔렀다는
승리감보다는
장장 12년 동안
온갖 가시에 찔리면서
화려한 비단옷을 지어 입었다는
사실에 눈을 감는다
두 개의 석사와 1개의 박사를
따는데 4년 반을 보냈다
그냥 학위를 딴 게 아니라
세상에 없는 공식 2개와 정리 6개
알고리즘 1개를 창조했다
그런데 나는 5.18의 진실 하나를 캐내는데
12년을 연구했다
편안하게 연구한 게 아니라
감옥을 들락거리면서
광주의 폭력에 시달리면서
꾸준히 연구했다
오늘 나는 5.18을 완전 정복했다
사람의 기를 죽였던
광주의 폭력도
광주에 야합한 국가의 폭력도
이제는 가을나비처럼
여기에 텀벙 저기에 탐벙
상처를 더해가다
처량한 모습으로 사라질 것이다
나는 곧 한국판 피히테 되어
광주의 사기행각과
국가의 부패상을
한국국민에 낱낱이 고할 것이다
광주보다 더 썩은 존재가
이조말기의 왕실 DNA를 빼닮은
박정희 이후의 썩은 정권이라고
잠자는 국민을 향해 고할 것이다
내가 이런 보고를 할 수 있는 것은
12년 동안 내가 손수 지은 비단옷
그 어느 관복들보다
아름답게 빛나는 특유의 비단옷을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10.2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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